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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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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만 있어도 일이 된다_210629 el veintinueve de junio el martes_двадцать девять июнь вторник 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오늘 노태우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추진한다는 항복 선언을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했는데, 민주주의 진영의 분열로 군부독재 세력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벌써 나부터도 민주당의 행태가 몹시도 거슬린다. 손을 잡아야 할 열린민주당이나 정의당과는 어떠한 협력도 진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인정하여 다시 한번 투기의 불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어젯밤에 천재와 함께 농원으로 내려왔다. 일찍 일어나려고 했지만 7시가 넘어서야 눈이 떠졌다. 고양이들이 난장판을 쳐 놓은 분리수거함을 정리해서 마을회관 앞에 내놓았다. 논둑을 덮는 부직포를 싣고 논으로 가서 총 네 장..
내 손에 있던 망치는 어디로 갔는가_210617 el diecisiete de junio el jueves_семнадцать июнь Четверг 다섯 시간 동안 대략 5개의 이랑을 떼웠다. 풀을 매면서 길이를 맞춰 부직포를 잘라서 덮어야 했다. 열심히 풀을 두 번이나 뽑아야 했다. 한 이랑을 하더라도 풀을 뽑은 이랑은 바로 부직포를 덮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력에도 소용없이 풀이 다시 왕성하게 자란다. 살아 있는 뿌리들이 많기 때문이다. 밭둑에 풀이 나지 않도록 망치를 들고 부직포를 핀으로 고정하며 작업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 손에 들려있던 망치가 사라졌다. 작업을 멈추고 아무리 주위를 둘러 보아도 망치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부직포 밑에 깔려 있을 것이 분명해서 방금 전 작업했던 부직포를 들춰보고 밟아보고 했지만 보이지 않는다. 작년 봄에 잃어버렸다가 가을에 찾았는데, 올해는 6월 중순에 또 망치를 잊어버렸다. 올해는 언제쯤 찾게 될까...
210616 el dieciséis de junio el miércoles_шестнадцать июнь среда 니체 강의를 들었어야 했는데 I wish I heard the Nietzsche, 월간 김어준을 듣는 바람에 por que 잠을 제대로 못 잤다. 6시 40분에 간신히 일어나서 커피 cafe 한 잔에 빵 한 조각을 먹고 como un torzo de pan 밭으로 갔다. 어머니와 함께 마늘을 뽑고 양파를 뽑았다. 마늘은 20% 정도만 수확했지만 맛이 있어서 좋았고, 양파는 푸짐하게 나와서 좋았다. 해가 뜨거워서 일하기가 힘들었는데, 9시가 넘어가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좋았다. 강한 바람에 고추가 넘어질 듯하다. 양말 목으로 1단을 묶어 두었는데, 2단 작업을 해야겠다. 내일 아침에는 고추 작업을 해야겠다. 기쁜 마음으로 작은 수확을 받아들이고, 내일 할 일까지 확보하고 났더니 더욱 기쁘다. 정말로. ..
참깨가 죽어가지만 마늘은 향긋하다_210615 el quince de junio el martes_пятнадцать nyuhb вторник 지난 15년 동안 참깨는 아무 병 없이 잘 자랐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이번에 심은 참깨는 40%만 싹이 나와서 다시 심어야 했고, 잘 크는 듯하더니 허리가 썩어 죽는다. 허리병이란다. 농약을 쳐야 할까 그대로 두어야 할까. 사람이라면 무슨 약을 써서라도 고치려고 할 것이다.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는 농부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살아남는 녀석들만 키우자. 부족하면 오뚜기 참기름을 사 먹으면 된다. 이 땅은 얼마나 오랫동안 작물을 키워왔을까. 휴식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삼밭 작업을 하는 것처럼 호밀을 키워서 갈아엎어야 할까. 동생이 덮어 놓은 부직포는 큰 풀을 그대로 두고 덮어서 부직포 사이로 풀이 밀고 나온다. 한 장을 걷어서 풀을 베고 다시 부직포를 씌웠다. 편하게 작업은 했는데, 참깨 허리..
모와 함께 풀도 잘 자라고 있다_210614 el catorce de junio el lunes_четырнадцать июнь понедельник 지난주와 달리 모와 함께 풀들이 크게 자랐다. 찰벼 논의 풀들을 슬슬 뽑으며 나왔다. 흑미 논의 풀들도 눈에 띄게 자랐다. 이번 주에는 메벼 논의 모 떼우기도 끝내야 한다. 하루살이들이 사람을 겁내지 않고 달려든다. 내가 흘리는 땀을 목표로 달려드는 듯하다. 겁 없이 달려드니 막을 방법이 없다. 작업을 멈추고 세수를 한 번 해야 했다. 작업을 시작하자 이내 땀이 번지는 얼굴로 벌레들이 또 달려든다. 올해는 유난하다. 내 땀이 더 달콤해졌나 보다. 중간 논둑 하단의 풀베기 작업을 끝냈다. 얼마나 힘들지 걱정했다. 힘들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논가를 걸으며 무거운 예초기를 들어 올리며 작업을 하다 보니 그렇다. 게다가 중간에 작업을 멈추고 쉬기도 힘들다. 논물이 얼굴로 튀어 든다. 악조건이다. 논 두 개를 ..
김학의는 감옥에서 나오고 나는 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_210610 el diez de junio el jueves_десять июнь Четверг 오전 일은 3시간을 넘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4시간 반을 하고 났더니 오후 2시가 넘도록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6시 반부터 일을 하니 덥지 않아서 좋았다. I was supposed to work for only 3 hours. 계획한 대로 풀 깎기 작업을 먼저 했다. 예초기 날을 교체했더니 풀이 잘 베어진다. 메벼 논둑과 중간 논둑을 중심으로 풀을 깎았다. 두 번을 쉬었다. 휘발유가 떨어졌다. 기름통을 가지러 가려다가 메벼 논의 북쪽 부분에 모가 죽은 부분을 심기로 했다. 일이 많다 hago mucho trabajo. 풀도 좀 뽑았다. 나오는 길에 찰벼 논의 풀도 좀 뽑았다. 시간이 계속 흐르고 몸의 기운이 자꾸 떨어진다. 결국 논둑 풀베기의 뒷마무리를 못하고 아래쪽에 풀을 잔뜩 남겨 놓은 채 집으..
계획한 일이 양이 너무 많다_210609 el nueve de junio el miércoles_девять июнь среда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4미터 호스를 사 왔다(만원). 교체 시점을 생각 중이다. 논둑 베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논둑 벨 때 같이 하자.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밭의 부직포도 덮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밭일을 먼저 끝내고 논둑을 베자. 내일 새벽에 논둑을 베고, 호스를 교체한 다음에 모 떼우기를 하면 좋겠다. 계획한 일의 양이 너무 많다. 해가 뜨겁다. 저녁에 일했듯이 새벽에 일해야 한다. 9시에 나가서 제초매트를 다섯 장 잘랐다. 해가 뜨겁다. 부직포를 자를까 하다가 이랑의 길이에 맞춰 잘라 쓰기로 했다. 밭이나 논이 네모 반듯하면 부직포 길이도 똑같이 잘라 놓으면 되니까 일이 쉬운데, 자유로운 밭 모양이 일을 힘들게 한다. 분리 수거를 하고 논에 물을 대 두었다. 우렁이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
일 할 시기를 놓친다_210608 세 시간 꼬박 작업을 하고 났더니 8시 반이다. 낮에는 작업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저녁에 작업을 한다. 논에 물을 대고 흑미 논에 부직포를 쳤다. 흑미논의 한쪽은 예초기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메벼 논과 찰벼 논에도 부직포를 쳐야 한다. 부직포 5장에 65,000원이다. 밭으로 나머지 3장의 부직포를 가져다가 동쪽 사면에 부직포를 깔았다. 논과는 달리 예초작업을 하고 부직포를 쳤더니 작업이 훨씬 쉬웠다. 1차 예초 작업을 하고 일주일 내에 바로 부직포를 칠 수 있도록 작업 계획을 세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밭의 서쪽 사면에도 부직포를 적어도 5장을 쳐야 한다. 집으로 철수해서 제초 매트 절단 작업을 했다. 15미터 길이로 잘라서 양쪽 끝에 테이프를 붙여 올이 풀리지 않도록 했다. 열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