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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김학의는 감옥에서 나오고 나는 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_210610 el diez de junio el jueves_десять июнь Четверг

오전 일은 3시간을 넘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4시간 반을 하고 났더니 오후 2시가 넘도록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6시 반부터 일을 하니 덥지 않아서 좋았다. I was supposed to work for only 3 hours.

 

계획한 대로 풀 깎기 작업을 먼저 했다. 예초기 날을 교체했더니 풀이 잘 베어진다. 메벼 논둑과 중간 논둑을 중심으로 풀을 깎았다. 두 번을 쉬었다. 휘발유가 떨어졌다. 기름통을 가지러 가려다가 메벼 논의 북쪽 부분에 모가 죽은 부분을 심기로 했다. 일이 많다 hago mucho trabajo. 풀도 좀 뽑았다. 나오는 길에 찰벼 논의 풀도 좀 뽑았다. 시간이 계속 흐르고 몸의 기운이 자꾸 떨어진다. 결국 논둑 풀베기의 뒷마무리를 못하고 아래쪽에 풀을 잔뜩 남겨 놓은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tengo que vuelvo a mi casa. 소파에 누워 김학의가 원심 파기되어 보석 석방된다는 뉴스를 들었다. 참 훌륭한 사람이고, 참 대단한 검찰 조직이다. 우리가 남이가. 

 

봉천동 누나가 간장게장을 가지고 오셨다. 점심을 맛있게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른들은 아프고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젊은 사람들은 돈을 번다는 이야기다. 다행인 것은 어른들이 병을 잘 이겨내고 삶을 무난하게 이어간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의술이 더욱더 좋아진다.

 

포카에서 액면이 중요하듯이, 삶에서도 액면 즉 기본이 중요하다. 인간의 기본은 이렇다. 깨끗한 농사를 지어 뭇 생명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먹을 것을 마련하고, 자연과 더불어 삶을 즐겨야 한다. 기본을 마련했으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 세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다 죽는다.  이룬 일과 이루지 못한 일이 있을 것이다. 다 이루지는 못했어도 기본은 남는다. 

 

잠도 자고 공부도 하다가 5시에 다시 논으로 갔다. 찰벼 논에 물이 차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논둑 펌프는 끄고 절집 펌프는 메벼 논으로 돌려대었다. 물이 제대로 차지 않는다. 이제는 물을 그득 채워야 한다. 모들이 살 것은 살고 죽을 것은 죽었다. 물을 충분하게 대고, 다음 중에는 죽은 모들을 새로 보충해야겠다. 그러면서 써레질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살아난 풀들을 정리해야겠다. 하루에 딱 두 시간만 하자. 그 이상을 하면 몸이 늘어져 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 욕심을 버리자. 어차피 내 힘으로 이천 평 농사를 감당할 수 없다.

 

밭으로 가서 제초 매트 두 장을 깔고, 어머니가 풀을 뽑아 놓으신 곳에 부직포를 깔았다. 엄청난 무게다. 그동안 잘라서 쓰느라고 이 고통을 몰랐다. 잘라서 써야겠다. 일이 힘들어지니 진도는 더욱 나가지 않는다. 짧은 이랑 5개를 했는데 시간은 벌써 8시가 다 되어 간다. 밭에서 골라놓으신 돌들을 포대에 담아 벚나무 아래로 가서 돌의자에 채워 넣었다. 그랜다이저의 세차도 끝냈다.

 

부천에 도착했더니 온몸이 부셔질 듯하여 그리미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뻬뻬 가족의 여행 영상 두 편을 보고. 

 

친구의 사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