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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내 손에 있던 망치는 어디로 갔는가_210617 el diecisiete de junio el jueves_семнадцать июнь Четверг

다섯 시간 동안 대략 5개의 이랑을 떼웠다. 풀을 매면서 길이를 맞춰 부직포를 잘라서 덮어야 했다. 열심히 풀을 두 번이나 뽑아야 했다. 한 이랑을 하더라도 풀을 뽑은 이랑은 바로 부직포를 덮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력에도 소용없이 풀이 다시 왕성하게 자란다. 살아 있는 뿌리들이 많기 때문이다.

 

밭둑에 풀이 나지 않도록 망치를 들고 부직포를 핀으로 고정하며 작업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 손에 들려있던 망치가 사라졌다. 작업을 멈추고 아무리 주위를 둘러 보아도 망치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부직포 밑에 깔려 있을 것이 분명해서 방금 전 작업했던 부직포를 들춰보고 밟아보고 했지만 보이지 않는다. 작년 봄에 잃어버렸다가 가을에 찾았는데, 올해는 6월 중순에 또 망치를 잊어버렸다. 올해는 언제쯤 찾게 될까.

 

바랭이들은 뿌리를 길게 내리면서 먼저 기다랗게 한 줄기를 키워낸다. 그리고 나머지 수많은 줄기들을 키워낸다. 나머지 줄기들이 부직포에 덮이더라도 그동안 모아 놓은 녹말을 쓰면서 적색광을 찾아 길게 뻗은 줄기를 자꾸만 밀어낸다. 밀어내다 보면 덮어진 부직포를 넘어 드디어 태양을 만나게 되고 광합성을 통해 탄소동화작용을 할 수 있다. 얻은 녹말로 다시 동료 줄기들을 밀어내어 내 노력을 비웃듯이 엄청난 풀이 자란다.

 

바랭이가 자라듯이 인간 사회에도 누군가는 먼저 쭉 앞으로 치고 나가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아동노동 금지, 여성노동 보호, 8시간 노동제, 주 5일 근무제, 주 52시간 근무제 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보호정책이 필요하다. 임금과 인건비라는 단어를 폐기하고 성금(성스러운 노동에 대해 지불하는 감사의 돈)이라는 단어를 쓰고, 최저임금제도 폐기한다. 성금은 모든 노동에 대해 공평하다. 변호사들의 시간당 성금이 백만 원이면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도 시간당 백만 원을 주어야 한다.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값싼 노동은 없다. 그런 노동이 있다면 폐기해야 한다.

 

고추를 묶어 주려던 내 작업계획은 오늘도 참깨밭에 묶여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6시부터 9시까지만 일하려고 했던 계획도 무산되었다. 12시가 되어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부직포를 밀어내고 바랭이가 올라온다. 녹말과 포도당이 남아있는 한 포기하지 않고 줄기를 내민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다.

d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