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

(1382)
일도 생각도 쉴 틈이 없다_선배 농활단_210705~06 el cinco de julio el lunes_пять июль понедельник 양재역에서 선배 두 분을 그랜다이저에 태우고 농원에 도착했다. 차돌박이와 목살, 삼겹살을 사고, 어머니 드실 롤케이크, 막걸리 두 통에 소주 한 병까지. 부천에서 사 온 뼈다귀 감자탕까지 있으니 대단한 준비다. 전주에서 올라온 목사 선배까지 해서 거의 3년 만에 선후배 4명이 만났다. 대우건설에서 함께 근무한 선배들이다. 내가 신입사원 때부터 늘 술자리를 마련해 격려해 주시던 분들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아버지와 격정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셨다. 다들 나이들이 있으시니, 먹는 것도 술도 일도 힘드실 것이라 예상하고, 한 이틀 쉬면서 예전에 내가 그분들께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 드리는 시간으로 만들자고 이 만남을 생각했다. 웬걸. 술도 나보다 잘 드시고, 밥도 더 빨리 드시고, 말도 더 많이 하고, 더 ..
몸수가 농부를 변호하다_논 김매기 6일차_210702 어제 오후 작업은 하지 않았다. 오전 작업이 길고 힘들었고, 밭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머니 말씀에 따라. 습관과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마음이 편안한데, 일탈을 했으므로 마음은 불편했지만, 몸이 편안해졌다.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일하지 않는 습관과 규칙이 몸에 배기는 쉬울 것이다. 읍내에 다녀오는 길에 국산 예초기 날 5개를 개당 3천 원을 주고 사 yo compro 왔다. 중국산 6천 원, 일본산 8천 원인데, 왜 porque 쌀까. 외형으로 보니 날 중간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서 철 사용량이 줄었다. 재료비가 줄었으니 당연히 가격이 떨어졌을 것이다. 이런 외형으로도 튼튼하고 안전한 작동을 한다면 가성비 최고다. 아침 la mañana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니 estudio 기분이 참 좋았다. ..
희망이 생겨서 김매기를 하고 싶어진다_논 김매기 5일차_210701 el uno de Julio el jueves_один июль Четверг 안개 가득한 시원하고 신비한 새벽이었다. 7월 1일. 제일 먼저 그리미의 한 달을 축복했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운이 넘치기를. 친구와 함께 아들과 함께 지난주부터 논 김매기를 시작했다. 친구와 3일, 아들과 하루. 오늘로 5일째다. 작년과 달리 풀이 없는 곳이 많으니 희망이 생겨서 더 김매기를 하고 싶어 진다. 제일 좋아하는 시원하고 신비한 날씨다. 찰벼논 동쪽 사면의 마지막 부분을 풀을 베고 있는데,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예초기 날을 교체해야 한다. 한 시간 정도 작업하고 예초기를 내려놓고 메벼 논 김매기를 시작했다. 혼자 할 때는 크기가 작은 흑미 논과 찰벼 논을 작업해야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데, 희망과 함께 자신감도 생겨서 메벼 논에 도전했다. 동남쪽 귀퉁이와 가운데 부분에 ..
옆에만 있어도 일이 된다_210629 el veintinueve de junio el martes_двадцать девять июнь вторник 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오늘 노태우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추진한다는 항복 선언을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했는데, 민주주의 진영의 분열로 군부독재 세력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벌써 나부터도 민주당의 행태가 몹시도 거슬린다. 손을 잡아야 할 열린민주당이나 정의당과는 어떠한 협력도 진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인정하여 다시 한번 투기의 불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어젯밤에 천재와 함께 농원으로 내려왔다. 일찍 일어나려고 했지만 7시가 넘어서야 눈이 떠졌다. 고양이들이 난장판을 쳐 놓은 분리수거함을 정리해서 마을회관 앞에 내놓았다. 논둑을 덮는 부직포를 싣고 논으로 가서 총 네 장..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_210627 el veintisiete de junio el domingo_двадцать семь июнь воскресенье 건강한 삶에 대한 니체의 생각을 읽고 싶다. 가장 강한 인간을 Übermensch 설파하는 철학자. 십 년에 걸쳐 천천히 읽자. 그래도 되는 나이다. 서른 살에 산으로 들어가 정신과 고독을 지루해 하지 않으며 즐기던 짜라투스트라가 몰락한다. 조국의 몰락이다. 위대한 별도, 위대한 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존재가 없다면 의미가 없듯이, 해가 지는 것처럼 위대한 정신은 하계로 몰락한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도 많은 꿀을 모은 벌처럼 나의 지혜에 지쳤다. 그러므로 이제는 나를 향해 내미는 손들이 있었으면 한다. 나는 베풀어주고 나누어주려 한다. 인간들 가운데서 현명한 자들이 다시 그들의 어리석음을 기뻐하고, 가난한 자들이 다시 그들의 넉넉함을 기뻐할 때까지. (중략) 인간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오." (12~3쪽..
내 손에 있던 망치는 어디로 갔는가_210617 el diecisiete de junio el jueves_семнадцать июнь Четверг 다섯 시간 동안 대략 5개의 이랑을 떼웠다. 풀을 매면서 길이를 맞춰 부직포를 잘라서 덮어야 했다. 열심히 풀을 두 번이나 뽑아야 했다. 한 이랑을 하더라도 풀을 뽑은 이랑은 바로 부직포를 덮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력에도 소용없이 풀이 다시 왕성하게 자란다. 살아 있는 뿌리들이 많기 때문이다. 밭둑에 풀이 나지 않도록 망치를 들고 부직포를 핀으로 고정하며 작업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 손에 들려있던 망치가 사라졌다. 작업을 멈추고 아무리 주위를 둘러 보아도 망치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부직포 밑에 깔려 있을 것이 분명해서 방금 전 작업했던 부직포를 들춰보고 밟아보고 했지만 보이지 않는다. 작년 봄에 잃어버렸다가 가을에 찾았는데, 올해는 6월 중순에 또 망치를 잊어버렸다. 올해는 언제쯤 찾게 될까...
210616 el dieciséis de junio el miércoles_шестнадцать июнь среда 니체 강의를 들었어야 했는데 I wish I heard the Nietzsche, 월간 김어준을 듣는 바람에 por que 잠을 제대로 못 잤다. 6시 40분에 간신히 일어나서 커피 cafe 한 잔에 빵 한 조각을 먹고 como un torzo de pan 밭으로 갔다. 어머니와 함께 마늘을 뽑고 양파를 뽑았다. 마늘은 20% 정도만 수확했지만 맛이 있어서 좋았고, 양파는 푸짐하게 나와서 좋았다. 해가 뜨거워서 일하기가 힘들었는데, 9시가 넘어가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좋았다. 강한 바람에 고추가 넘어질 듯하다. 양말 목으로 1단을 묶어 두었는데, 2단 작업을 해야겠다. 내일 아침에는 고추 작업을 해야겠다. 기쁜 마음으로 작은 수확을 받아들이고, 내일 할 일까지 확보하고 났더니 더욱 기쁘다. 정말로. ..
참깨가 죽어가지만 마늘은 향긋하다_210615 el quince de junio el martes_пятнадцать nyuhb вторник 지난 15년 동안 참깨는 아무 병 없이 잘 자랐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이번에 심은 참깨는 40%만 싹이 나와서 다시 심어야 했고, 잘 크는 듯하더니 허리가 썩어 죽는다. 허리병이란다. 농약을 쳐야 할까 그대로 두어야 할까. 사람이라면 무슨 약을 써서라도 고치려고 할 것이다.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는 농부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살아남는 녀석들만 키우자. 부족하면 오뚜기 참기름을 사 먹으면 된다. 이 땅은 얼마나 오랫동안 작물을 키워왔을까. 휴식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삼밭 작업을 하는 것처럼 호밀을 키워서 갈아엎어야 할까. 동생이 덮어 놓은 부직포는 큰 풀을 그대로 두고 덮어서 부직포 사이로 풀이 밀고 나온다. 한 장을 걷어서 풀을 베고 다시 부직포를 씌웠다. 편하게 작업은 했는데, 참깨 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