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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희망이 생겨서 김매기를 하고 싶어진다_논 김매기 5일차_210701 el uno de Julio el jueves_один июль Четверг

안개 가득한 시원하고 신비한 새벽이었다. 7월 1일. 제일 먼저 그리미의 한 달을 축복했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운이 넘치기를.

 

친구와 함께 아들과 함께 지난주부터 논 김매기를 시작했다. 친구와 3일, 아들과 하루. 오늘로 5일째다. 작년과 달리 풀이 없는 곳이 많으니 희망이 생겨서 더 김매기를 하고 싶어 진다. 

 

제일 좋아하는 시원하고 신비한 날씨다. 찰벼논 동쪽 사면의 마지막 부분을 풀을 베고 있는데,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예초기 날을 교체해야 한다. 한 시간 정도 작업하고 예초기를 내려놓고 메벼 논 김매기를 시작했다. 혼자 할 때는 크기가 작은 흑미 논과 찰벼 논을 작업해야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데, 희망과 함께 자신감도 생겨서 메벼 논에 도전했다. 동남쪽 귀퉁이와 가운데 부분에 찰벼 모를 보충해 심으면서.

 

열 시가 넘어가면서부터 매우 뜨거워진다. 물 속에 다리를 담그고 작업을 하는데도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드는 것은 높은 온도 때문이다. 거대한 논을 왕복하면서 목표로 한 김매기를 끝냈을 때 움직일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온몸을 질질 끌고 수도가로 가서 찬물을 적셔 정신을 차리고 논을 돌아보았다. 가족들이 뿌린 비료 기운이 있어서인지 모가 녹색을 되찾고 있다. 찰벼는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

 

오후 1시부터 3시 40분까지 정신을 못 차리다가 그리미의 전화를 받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움직여야 산다. 노동의 가치를 시장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친구들과의 카톡 대화에서 내 농산물을 원하면 노동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맛이나 교환가치로 설명이 되지 않는 고귀한 노동의 산물이라는 것을 친구들이 알았으면 한다. 알 것이다. 그러나 모를 것이다. 시급이 얼마인가를 따지고, 값비싼 노동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앎은 내 노동의 가치와 농부들의 노동의 가치, 청소부들의 노동의 가치,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다. 

 

지리산의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