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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몸수가 농부를 변호하다_논 김매기 6일차_210702

어제 오후 작업은 하지 않았다. 오전 작업이 길고 힘들었고, 밭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머니 말씀에 따라. 습관과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마음이 편안한데, 일탈을 했으므로 마음은 불편했지만, 몸이 편안해졌다.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일하지 않는 습관과 규칙이 몸에 배기는 쉬울 것이다.

 

읍내에 다녀오는 길에 국산 예초기 날 5개를 개당 3천 원을 주고 사 yo compro 왔다. 중국산 6천 원, 일본산 8천 원인데, 왜 porque 쌀까. 외형으로 보니 날 중간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서 철 사용량이 줄었다. 재료비가 줄었으니 당연히 가격이 떨어졌을 것이다. 이런 외형으로도 튼튼하고 안전한 작동을 한다면 가성비 최고다.

 

아침 la mañana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니 estudio 기분이 참 좋았다. 삶을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기분이다. 7시부터 작업을 해서 10시에 일을 끝내고 11시에 어머니 모시고 읍내에 가기로 했다. 그러나 논은 나를 놔주지 않는다. 먼저 어제 마치지 못한 풀베기 작업을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공동 관정에서 끌어 온 호스를 걷었다. 쉽지 않았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간신히 작업을 끝내고 잠시 휴식. 일하기 좋은 날씨다. 다시 예초기를 메고 풀을 베다가 동쪽 사면에서 물이 대량으로 새는 곳을 발견했다. 발로 꾹꾹 눌러서 제거했다. 숙제를 끝냈다.

 

예초기를 마음이에 실어두고, 찰벼 논의 입구에서부터 풀을 메며 전진. 천재와 작업하다가 남겨둔 부분까지 전진하는 동안에 논을 살펴보니 모는 잘 자라고 있고, 모와 함께 풀들도 잘 자라고 있어서 다음 주에도 부지런히 김매기를 해야 했다. 위에서 공사를 하던 사람들이 농사 참 제대로 짓는다며 요즘 농부들은 농약을 뿌려대며 너무 쉽게 농사를 짓는다고 말한다. 허리를 펴고 말했다. 쉽게 지으려고 농약과 제초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렇다고 말해 주었다. 농부들의 고통스러운 노동과 피착취 상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시간은 자꾸 흘러서 11시로 향해 가는데, 조금만 더 하면 아들과 끝을 보지 못했던 부분의 김매기를 끝낼 수 있겠다. 김미숙이 떠나고 박은성 지휘자가 등장했다. 조금 남았다. 지휘자 박은성은 바이올린 연주자를 꿈꾸다가 어린 강동석의 연주를 듣고 지휘자의 길로 전환했다고 한다. 꼭 최고가 될 필요는 없었을텐데. 그래도 좌절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것은 훌륭한 삶의 태도다. 박은성의 이야기와 연주를 들으며 일을 끝냈다.

 

11시가 넘었다. 농도짙은 땀을 닦아내고 점심도 먹지 못한 채 병원에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골프장에 11시 59분에 도착했다. 만 원에 한 게임을 칠 수 있다. 2주 만에 채를 휘두르려니 어색하고, 몸수일로 체력도 약해져 있어서 좋은 점수는 기대하지 않았다. 난이도 최상의 새로운 코스에 도전해서 멀리건을 3개만 쓰고, 84타에 끝냈다. 괜찮다. 

 

맥주와 소주, 백숙용 닭, 인삼과 황기, 음료수를  사들고 compro la bebidas y la cerveza, 어머니를 모시고 광신철물에 들러 예초기 날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점심을 먹고 3시경에 출발. 차라리 저녁 먹고 출발했어야 했다. 해는 뜨겁고, 길은 밀리고 몸은 피곤하고. 앞으로는 절대로 오후 la tarde 출발은 하지 않겠다. 

 

친구가 보내 온 지리산 둘레길 대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