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

(1380)
지금 다시 계몽 enlightenment now_스티븐 핑커_230315 el quince de marzo el miércoles_пятнадцать Маршировать Среда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손민수 교수는, '커튼콜 139회'에 출연하여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되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어야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표현한다. "분명한 편견을 가져라. 그리고, 당연하지만 마음을 열고 내 편견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라." 생각을 하고 주장을 할 때, 늘 두렵다. 틀리거나 잘못된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 두려움을 보듬어 안고 잘 다스려 나가야 한다. 계몽주의를 거부하는 이유는, 식민지 지배 논리를 강화하는 이론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인식하고 바로 잡는다면 계몽주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계몽사상 역시 극단으로 흘러 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극단으로 흘러가는 성향에..
우리나라 바이올린 교재를 기대하며_230310 대한민국의 40대 이상은,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며 죽었다고 배웠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법학자의 가르침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30대 이하는, 소크라테스가 '진실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불사했다'고 배웠습니다.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원서로 읽은, 한국 철학자들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법학자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은, 헌법이나 법률이 누구에 의해 제정되고 개정되는지를 모릅니다. 한국 철학자들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헌법과 법률은 국민들에 의해 제정되고 개정된다는 것을 압니다. 저는 스즈키 신이치를 모릅니다. 저는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을 모릅니다. 저는 스즈키 신이치의 논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교과서는 중요합니다. 소..
서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려면 변산마실길을 걸어라_서해랑길 46코스_230303 12km면 그리 많이 걸은 것은 아닌데도, 워낙 늦게 빨리 걷다보니 오늘 아침까지 영향이 있다. 체크아웃을 하고, 47코스 종료지점까지 걷는다. 변산소노벨이 만들어질 때, 마을 주민들은 동네 음식점과 민박촌들이 위험하다며 2개층을 낮춰 지으라고 했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처음 그들의 계획대로 건설하게 두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변산을 방문하게 되어 지역경제가 살아났을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돈의 관점에서만 보면 그 말이 맞지만, 인간 요소에 의해 더 빨리 풍화가 일어나면 더 이상 볼 것 없는 지역이 될 수도 있다. 인디언들은 어떤 결정을 할 때, 7대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의논해 보았다는데, 당장 눈앞의 돈 몇 푼 때문에 험한 결정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명이 없더라도 이미 수많..
달 - 목성 - 금성과 함께 한 야간 행군_서해랑길 47코스_변산마실길_230302 야간 행군이라. 참호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달 - 목성 - 금성이 내리 비추는데, 추위에 떨며 모자를 두 개나 눌러 쓰고 쉼없이 발길을 옮긴다. 멀리 변산 소노벨의 불빛이 보인다 싶었지만 가까이 다가섰더니 무인텔이다. 그래도 8시 10분에 소노벨 앞 음식점에 도착했다. 조개구이 집은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 했고, 삽겹살 집은 긴가민가 하더니 9시까지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고기 600g과 계란찜, 소주 한 병, 공기밥 한 그릇을 먹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12시가 조금 못되어 짐을 싸들고 집을 나선다. 살짝 막혔지만 중간에 짜장면 한 그릇 사먹고 숙소에 도착했다. 잠깐 앉아 쉬다가 택시를 불러타고, 변산해수욕장 사랑의 낙조공원으로 갔다. 택시비..
야구의 추억 오랜만에 친구들과 한강길을 걸었다. 21km. 행주산성 국수집에서 국수 한그릇을 먹고 헤어졌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열 살때부터 나는 친구들을 모아 야구를 했다. 플라스틱 배터에 짬뽕공을 가지고. 주산학원 간다는 친구들을 꼬셔서 성암여상 앞 공원과 학교 운동장에서 해가 다 넘어가도록 야구를 했다. 친구들이 없는 날에는, 동네 친구들을 모았다. 숫자가 적고, 운동장이 없어서, 제기와 나무 배트를 들고 야구를 했다. 석양이 드리워지고, 제기가 보이지 않아서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준경식 야구공과 글러브를 끼고 야구를 했다. 제법 잘 했는데, 끼워주지 않았다. 못했나? 대학을 들어가서 사회대 야구부를 갔다. 과 친구가 있었다. 그가 던지는 공을 타석에서 처 보았다...
뇌와 척수, 근육 운동과 음악_230301 el uno de marzo el miércoles_один Марш Среда 음악은, 뇌에서 내려진 명령이 근육에 전달되어 만들어진다. 음악은, 뇌에서 반복해서 내려진 명령이, 척수에 의해 자동조절될 때, 멋진 경지에 오른다. 음악은, 척수에 의해 근육이 자동으로 작동되어야 음악다워진다. 뇌는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척수를 통해 근육을 정교하게 제어한다. 근육은, 피로를 이겨내며, 뇌가 원하는 수준의 운동을 완성할 때까지, 단련한다. 하루에 8시간, 일년 365일 뇌와 척수는 계속 음악을 만드는 근육을 단련시킨다. 음악은, 척수에 의한 자동반사(척수반사)다. 자동반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뇌의 '정교한' '계속되는' 명령이, 척수에 의해 근육에 전달되어야 한다. 뇌는,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척수 스스로 특정 자극, 즉 악보에 의한 자극의 경우, 뇌의 명령 없이 척..
바다가 그린 동양화_서해랑길 69-70코스_230217 el diecisiete de febrero el viernes_семнадцать февраль Пятница 라면 하나를 끓여서 셋이서 나눠 먹는다. 밥까지 말아 먹었더니 든든하다. 이 집의 물맛이 짜다. 지하수를 그냥 파서 짠물과 민물이 섞인 맛이다. 오랜 만에 이런 물맛을 보니 적응이 안된다. 숙소를 운영하려면 이런 것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쪽의 숙소 수준은 해운대나 거제도에 비해 가성비와 수준이 모두 떨어진다. 해운대에서는 세탁기에 주방시설까지 갖춘 레지던스나 호텔이 5만원이 조금 넘는다. 걸으면서 보니 폐가가 되다시피한 숙소들도 많다. 숙소가 줄어서 남은 숙소들이 비싸졌는데, 워낙 시설이 오래되다 보니 여행객의 까다로운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1박 74,000원. 숙소에서 1km 정도 거리에 70코스 방근제 정자에 차를 세워 두고 69코스 쪽 의항출장소 방향으로 걷는다. 신두리 해변 ..
삶이 우선이다_서해랑길 70코스 신두리 해안사구길에서 모재까지_230216 el dieciséis de febrero el jueves_шестнадцать февраль Четверг 여유를 갖자 짜증이 사라졌다. 계획은 이랬다. 천재가 토요일 오전에 천안아산역에서 용산역으로 이동해야 해서 일정이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잘 짜여졌다. 숙소에서 역까지 무려 2시간이 걸린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가까운 듯 보이는데 멀다. 좋게 생각하면 정겨운 지방도로로만 연결된 오지다. 오전 8시에 일어나서 준비했어야 하는데, 8시 반이 넘어서 느릿느릿. 9시 40분에 학교에 가서 짐을 챙겨온다. 34년만에 학교를 떠나는 그리미의 짐이 매우 가볍다. 10시 10분부터 줌회의 준비를 하고 12시 반까지 회의를 했다. 정신이 없다. 일단 출발. 서산 시내의 맛있는 만두집은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았다. 옆 구간에 있는 순두부집으로 갔더니 주방이 닫혔단다. 아직 2시 반도 안되었는데 무슨 소리? 주방에 다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