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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야구의 추억

오랜만에 친구들과 한강길을 걸었다. 21km. 행주산성 국수집에서 국수 한그릇을 먹고 헤어졌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열 살때부터 나는 친구들을 모아 야구를 했다. 플라스틱 배터에 짬뽕공을 가지고. 주산학원 간다는 친구들을 꼬셔서 성암여상 앞 공원과 학교 운동장에서 해가 다 넘어가도록 야구를 했다.

 

친구들이 없는 날에는, 동네 친구들을 모았다. 숫자가 적고, 운동장이 없어서, 제기와 나무 배트를 들고 야구를 했다. 석양이 드리워지고, 제기가 보이지 않아서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준경식 야구공과 글러브를 끼고 야구를 했다. 제법 잘 했는데, 끼워주지 않았다. 못했나?

 

대학을 들어가서 사회대 야구부를 갔다. 과 친구가 있었다. 그가 던지는 공을 타석에서 처 보았다. 아, 너무 빠르다. 공부하느라 체력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내가 이 정도 밖에는 안될까? 야구를 접었다.

 

그 친구를 오늘 만났다. 삶의 궤적이 똑같았다. 열살 때부터 동네친구들을 모아 야구를 했다고 한다. 내가 그의 공 때문에 야구를 포기했다고 했더니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물 수제비를 떴다. 나는 네 번, 그는 세 번. 내가 이겼다.

야구에서 진 빚을 갚았다며 그 친구가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