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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서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려면 변산마실길을 걸어라_서해랑길 46코스_230303

12km면 그리 많이 걸은 것은 아닌데도, 워낙 늦게 빨리 걷다보니 오늘 아침까지 영향이 있다. 체크아웃을 하고, 47코스 종료지점까지 걷는다.

 

변산소노벨이 만들어질 때, 마을 주민들은 동네 음식점과 민박촌들이 위험하다며 2개층을 낮춰 지으라고 했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처음 그들의 계획대로 건설하게 두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변산을 방문하게 되어 지역경제가 살아났을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돈의 관점에서만 보면 그 말이 맞지만, 인간 요소에 의해 더 빨리 풍화가 일어나면 더 이상 볼 것 없는 지역이 될 수도 있다. 인디언들은 어떤 결정을 할 때, 7대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의논해 보았다는데, 당장 눈앞의 돈 몇 푼 때문에  험한 결정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명이 없더라도 이미 수많은 풀빌라들이 변산국립공원을 다치게 하고 있다.

 

후박나무와 소나무가 적당히 어우러진숲 길이 바닷가 안쪽으로 고즈넉하게 뻗어 있어서 걷기에 좋았고, 30분도 안되어시점이자 종점에 도착했다.

 

 

왕 마리나호텔 앞 서해 바다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물은 잔잔하고 군데군데 떠 있는 섬들은, 개울을 건너는 징검다리 같기도 하고, 비석치기 하려고 세워 놓은 돌처럼 보이기도 한다.

 

5대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분은, 공기에도 소금기가 쩔어 있지만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그렇다. 서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이곳을 걸어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돼지와 토끼가 새털같은 권력에 취해 있을지라도,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생명의 아름다움 또한 짜릿하게 즐겨야 한다.

 

 

 

궁항수산에서 물회로 점심을 먹었다. 배탈이 날까봐 한여름에도 조심해서 먹던 물회를 초봄에 먹게 될 줄이야. 맛이 좋았다. 소주 한 병을 시키고, 공기밥과 소면까지 말아서 든든하게 먹었다. 라벤더 차를 후식으로 먹었는데, 훌륭하다.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생강맛이 살짝 나는 것도 같다.

 

휴게소인 정상에서 솔섬을 바라 보니 귀엽고 아름답다. 옥빛의 바다가 좌악 펼쳐져 있지 않는데도 아쉬움이 없다. 붉은색 화산탄을 품은 돌길을 걷는 것도 좋았다.

 

지구를 알자. 지오 그노시스 geognosy. 우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수 없다. 지구의 것들로 만들어져셔 모든 것이 친근하다. 그래서 아름답다. 아름다움의 근원은 뿌리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에 대해 공부를 하면, 지구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게 되고, 나를 사랑하게 된다.

 

아름다운 솔섬을 배경으로, 
짙은 향기를 내뿜는  홍매화가 피어 있고,

하늘나라로 떠난 세월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다란 우체통 -

 

46코스를 끝내고 택시를 불러 다시 숙소로 돌아가 차를 몰고 두번째 숙소에 입실했다. 또다시 해가 지고 있다. 부지런히 서둘러 적병강에 도착했다.

 

주상절리. 적벽강. 

 

더 아름다운 것은, 마린포트홀이다.

바위 위에 얹혀진 돌맹이가 파도와 바람에 뒹굴면 바위에 구멍이 나고, 점점 넓어지고, 자신의 몸도 반들반들한 자갈로 변하면서, 영원히 그 안에 갇힌다.

 

믿을 수 있겠는가. 신이 만들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답게 자태변환을 해내는 그들을.

누군가 패인 구멍에 바닷물을 채우고 조약돌을 갖다 놓은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

 

 

 

 

부안 청림천문대로 간다. 친구는 이미 1992년에 이곳을 다녀 왔다는데, 나는 이제사.

 

목성이 거느린 네 개의 위성을 보았다. 목성을 횡단하는 2개의 희미한 파란 줄을 봤다.

금성을 봤다.

달의 분화구를 봤다.

 

시시때때로 천문대에 들러야겠다.

 

목성과 금성이 나란히 빛난다. 찾아라, 보일 때까지 -

 

앗, 촛점이 나갔다. 찍는 법을 배워와야겠다.

 

저녁도 먹지 못하고, 8시 20분이 되었다.

문을 연 식당들도 우리에게 음식을 팔지 않는다.

숙소로 돌아와 밥을 짓고, 오뎅탕을 끓였다.

잘 먹었다.

 

벌어놓은 돈 다 쓰고 죽으려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제 그렇게 청명했던 하늘이 오늘은 구름에 가려, 어떤 별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먼 항구에서 깜박깜박 작은 불빛들이 별처럼 빛나고 있다.

그렇다, 빛나는 모든 것이 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