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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바다가 그린 동양화_서해랑길 69-70코스_230217 el diecisiete de febrero el viernes_семнадцать февраль Пятница

라면 하나를 끓여서 셋이서 나눠 먹는다. 밥까지 말아 먹었더니 든든하다. 

 

이 집의 물맛이 짜다. 지하수를 그냥 파서 짠물과 민물이 섞인 맛이다. 오랜 만에 이런 물맛을 보니 적응이 안된다. 숙소를 운영하려면 이런 것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쪽의 숙소 수준은 해운대나 거제도에 비해 가성비와 수준이 모두 떨어진다. 해운대에서는 세탁기에 주방시설까지 갖춘 레지던스나 호텔이 5만원이 조금 넘는다. 걸으면서 보니 폐가가 되다시피한 숙소들도 많다. 숙소가 줄어서 남은 숙소들이 비싸졌는데, 워낙 시설이 오래되다 보니 여행객의 까다로운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1박 74,000원. 

 

숙소에서 1km 정도 거리에 70코스 방근제 정자에 차를 세워 두고 69코스 쪽 의항출장소 방향으로 걷는다. 신두리 해변 쪽의 풍광은 어제 본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오늘도 설렁설렁 10km만 걸을 생각이다. 계획은 계획일 뿐.

 

 

 

마을길을 지나자 바로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소나무 숲이 한적하고 평화롭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등에 땀이 흘러서 등산복을 입지 않고, 파카를 입고 온 것이 후회가 된다.

 

길을 걸으며 아들의 강의를 듣는다. 머리에 쥐가 날 즈음에 멈추었다.

 

사회과학자들의 주요 연구과제는, 1) 현상을 설명하는 것  2)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연구를 위한 방법은 서로 다른다.

 

1) 현상을 설명하는 것 : x 상태에서 y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함수 f를 설명한다.

2) 미래를 예측하는 것 : 함수 f가 어떤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x에 대한 y값을 예측한다.

 

어려운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중간 과정의 함수 f가 설명 불가능하다. y를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함수 f가 적용이 되는데, 이 함수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y를 예측한다. 함수 f는 어둠의 영역이다.

 

순수과학이 현실을 예측하는 것과 별도로 필요한 논리를 구성하는 것처럼 사회과학도 현상 분석을 위한 이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 이론들을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 활용한다면 1)과 2)를 함께 연구할 수 있다.

 

 

이 바다 위쪽에서 풍도 앞바다로 이어지는 곳에서 청일전쟁이 벌어졌다.

 

비겁한 왜놈들은 안산의 풍도 앞바다와 평양에서 선전포고 없는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청나라 육군과 해군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뒤 선전 포고를 한다. 세계사에 왜놈들처럼 비겁한 놈들이 있을까 싶다.

 

무사도, 웃기는 소리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무슨 대단한 승리인 것으로 자랑하지만, 이순신이나 권율, 을지문덕이나 강감찬이 거둔 승리와는 완전히 다른 비겁한 전쟁이었다. 하와이도 마찬가지. 실력으로는 도저히 자신이 없으니 겁에 질려 뒤통수를 때려서 자신에게 유리한 전황을 만든 것이다.

 

연약한 부녀자나 순박한 농부들에게나 큰 소리 치는 비겁한 왜놈들의 모습을 역사의 구석구석에서 읽을 수 있다. 그 비겁한 태도를 똥싸는 놈들이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검찰이 부패 척결과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수사가 아니라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

티라도 내지 말아야 하는데, 온갖 조작과 음모의 냄새를 피워대고 있다.

 

김어준은 틀렸다.

언론이 제 역할,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고, 검찰의 움직임에 아부나 해 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니다.

검찰과 언론은 그들만의 거짓 공화국을 세우려고 한다. 선명하게.

똥냄새가 고약하게 난다.

고맙다. 부패구조가 분명해져서. 돼지토끼와 함께.

 

 

 

 

길을 잘못 들어서 70코스도 한참을 떼어먹었다. 의항해수욕장을 거쳐 수망산으로 오른다.

아무려면 어떠랴, 기분만 좋으면 된다.

 

천리포수목원을 빙 돌아서 매표소 앞 생선구이 정식 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꽃게장 정식 2인분과 생선구이 정식 1인분을 주문했는데(73,000원), 사장님께서 그러지말고 꽃게장정식 1인분과 생선구이 정식 2인분을 주문하는 것이 가격(56,000원)도 좋고, 음식도 남기지 않고 드실 수 있다고 추천한다. 그러지요, 고맙습니다. 세상에나.

 

어촌밥상의 점심은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3시간을 걸었으니 배도 고팠고, 사장님의 제안도 멋있었지만, 게장이나 생선구이 모두 잘 먹었다. 맥주 한 병을 시켜 셋이서 나눠 마시며 즐거운 점심 식사를 했다. 관광산업이 기울어 가는 천리포에 이런 식당이 유지가 되고 있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구글 평점이 3.8이라 걱정했는데, 4점 이상의 가치를 하는 맛있는 식당이다. 제대로 된 식당이 드문 천리포에서는 꼭 이집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

 

 

포식을 하고 뭍닭섬을 한 바퀴 돌았다.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물이 찰랑찰랑한 만리포 해변을 걷는 동안 새로운 것들을 보았다.

 

1) 파도가 만들어 둔 소금 거품

2) 파도가 소금으로 그려놓은 동양화

 

닭섬은 닭대가리를 닮은 섬이라는데, 뭍닭섬은? 재미있다.

서둘산의 지명 유래는 알 수가 없다.

 

 

 

 

 

 

 

 

 

 

 

14km를 걸었으니 오늘의 목표는 달성했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한 시간 남짓 쉬다가 택시를 불렀다.

오지 않겠단다.

일단 택시들의 위치가 전부 서산 시내에 있어서 만리포까지 오는데만, 15,000원의 요금이 든단다. 허걱.

굳이 택시를 타겠다면 35,000원.

 

걷자. 5km.

가면서 열심히 차를 세워 보았지만 세 명이나 되는 사람을 태울 차는 없었다.

10m씩 거리가 줄어든다.

천리포 수목원을 휘돌아 도는 길이라 사람도 없고, 길도 고즈넉하게 좋다.

2.5km를 걸어 고개에 올라서니, 저 멀리 우리 숙소가 보인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방근제 정자까지 씩씩하게 걸었다. 계획에 없었고, 원하지도 않았지만. 19km.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