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

(1382)
재벌이 한 일 중에 제일 잘 한 일_장도 예울마루_남파랑길 55번_220208 10시에 호텔을 나서서 소호 요트정박장 쪽으로 걷는다. 열 길 높이 정도에서 이 바다를 내려다보면 잔잔한 바다를 야트막한 언덕들이 둘러쌓아 안은 모습이 되어 아늑한 호수가 된다. 오리와 가마우지가 추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고요한 바다를 즐긴다. 55번의 6.2km는 호수를 끼고 도는 평지라 금방 지나고, 걷기여행자들이 쓰레기를 던져 버린 언덕길은 호수의 전망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쓰레기나 버리는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공공선을 무시하고 자신의 고통을 견뎌내려 하지 않는 사람은, 노예를 부리려 한다. 대혁명 이후 놀라운 속도로 귀족들과 왕족들의 특권을 제거하고 자유와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 온 우리 모두를 무시하는 행위다.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11시 50분에 56번..
금오도 비렁길을 찾아 헤매이다_220207 금오도로 가는 시간을 생각해 보니 10시 반 배를 타야겠다. 30분이면 여수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에 출발하자. 12시 배를 타자는 그리미의 의견을 받지 않고, 가족들을 휘몰아 여객선터미널로 갔다. 10시 27분. 배 출발 시간까지 3분 남았다. 호텔 프런트의 안내가 매우 유용했다. 터미널에 직원들이 하나도 없었다. 백신 접종을 확인하는 직원만 한 분 있었는데, 12시는 되어야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한다. 오후 2시에 한 시간이 걸려야 금오도에 도착하는 배가 있다고 한다. 이건 아니다. 호텔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의 자동차 경주를 고려해 봤을 때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다. 검사10시 반 배는 없었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배표는 출발시간 10분 전까지만 판매한다. 3분 전에 도착해서는 배표를 어차피..
상고대를 찾아 덕유산으로_220206 밤새 내린 눈은 길 위에 전혀 쌓이지 않았다.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 때문이다. 어제 저녁에 가지고 온 들깨 수제비를 끓이고, 햇반 두 개로 참치김치볶음밥을 준비했다. 아침밥으로 든든하다. 물을 끓여서 다섯 개의 병에 넣었다. 세 개의 컵라면과 단백질 보충제를 배낭에 가득 넣고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산행이 끝날 때까지 눈이 계속 내려주면 얼마나 행복할까. 속으로는 향적봉 정상의 상고대를 그리며 산을 오른다. 내리는 눈과 내려서 쌓여져 있던 눈이 어사길에 가득한데, 상고대를 만들 침엽수가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거센 지난 밤에 전부 날려갔는지, 온도가 높아서인지는 알 수가 없다. 4년 전 어느 시점에서 산 아이젠을 꺼내어 신으니 행복하다. 집안에 쓸모없이 버려졌던 귀한 상..
음성에서 부천, 부천에서 동탄을 거쳐 무주 덕유산으로_220205 박구용 교수가 질문을 던진다. 반대와 모순의 차이를 아냐고. 당연히 모른다. A와 ~A(A가 아닌 것)은 반대다. 참으로 묘한 것은, 반대인 것은 다른 것으로 의외로 폭이 넓다. 공존이 가능하고, 다름을 즐길 수 있다. 사과도 있고, 사과가 아닌 배와 감과 수박과 토마토도 있고, 아니더라도 가치가 있기 때문에 공존이 가능하다. 인간 세상에 적용해 보면, 다른 의견은 공존이 가능하고, 다름을 즐길 수 있다. 모순은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 과정이고, 발전을 위한 극복의 과정이다. 매우 멋진 말이고, 역사가 그렇게 발전해 왔는데, 모순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세계 최강의 창과 방패가 부딪히게 되면은, 어느 한쪽은 거짓이 되고 만다. 모순은 극복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모순덩어리라는 말은 무서운 ..
야간비행 night flight_220203 el tres de febrero el jueves_tpn февраль Четверг_전자책 야간비행_웅진싱크빅 또 엉뚱한 짓을 하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생떽쥐베리의 1931년작 '야간비행'을 빌려왔는데, 한영본이다. 갑자기 번역을 하고 싶어졌다. 재미있는 문장을 하나 찾아서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보자. "the ground is slow to yield its sunset gold" 대지는 황금빛 석양에 물들어 움직일 줄 모른다.(7쪽) 시간을 내지 못해서 책을 도서관에 반납했다. 오랜 전부터 읽고 싶었던 소설이다. 야간비행. 적막한 가운데 홀로 깨어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한 생명의 소리없는 사멸에 대한 이야기였다. 앙드레 지드는 '야간비행'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그 숭고함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의 나약함이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 타락..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as I lay dying_윌리암 포크너_220124 el veinticuatro de enero el lunes_двадцать четыре январь понедельник 미국 소설이라. 분노의 포도도 다 읽지 않았고, 노인과 바다는 다 읽었으나 지루했고, 위대한 게츠비는 한영대역본으로 읽었는데 그렇고 그런 내용이다. 이 정도로는 미국 소설들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지만, 포크너까지 더해서 총평을 하자면, 시시하다. 조정래와 박경리를 중심으로 한 한국 작품들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에 수준이 한껏 높아진 내가 읽는 외국 작품들은, 매우 지루할 수밖에 없다. 노벨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포크너.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데, 도서관에 갔더니 꽤 여러 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다. 끔찍한 내용을 멋지게 서술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는 독특한 형태를 개발한 사람이라고 한다. 1930년에 출간된 소설이니 미국 산업혁명기의 번영이 끝나고 대공황이 폭발하는 초입의 이야기다. 관점이 많다는 것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_스티븐 핑커_210112 el doce de enero el miércoles_двенадцать январь среда 사람의 본성에 대해서 궁금한가? 별로 궁금하지 않다. 본성이 어떠하든,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자연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노동하도록 잘 가르치면 되지 않겠는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왜 사람의 본성에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까? "사람이란 얼마나 괴물 같은 존재인가! 이 얼마나 진기하고, 괴물 같고, 혼란스럽고, 모순되고, 뛰어난 존재인가! 모든 것의 심판자이면서도 하찮은 지렁이와 같고, 진리를 간직한 자이면서도 불확실함과 오류의 시궁창과 같고, 우주의 영광이면서도 우주의 쓰레기와 같다." (블레즈 파스칼, 속표지에서) [ 서론 ] 무엇이 야만의 시대를 끝내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스티븐 핑커의 주장에 공감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아직 야만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과 '야만에서 ..
엄마에게 아이는_정대호 엄마에게 아이는 - 대전 골령골 학살 현장을 보고 정대호 엄마는 머리에 총 맞아 죽어도 아이는 꼭 안고 있었다. 조국의 분단도 전쟁도 이념도 별것 아닌 것. 엄마에게 아이는 구덩이 속에서 흙에 묻히는 순간에도 두 팔로 꼭 감싸고 머리는 숙여 가슴속에 묻고 싶은 것. 몸은 죽었어도 쏟아지는 흙 속에서 아이만은 품 속에서 지키고 싶었을까. 흙 한 덩이 아이의 얼굴에 묻을세라 두 팔로, 어깨로, 머리로 꼭 감싸 안고 있는 엄마의 유골. ===================== 시 한 줄 한 줄 어디에도 메타포 metaphor는 없다. 그런데도 시인은 시라고 했다. 왜 시일까. 시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엄마와 아이의 비극과 사랑만이 담겨있다. 끔찍한 저 문장. 속에 엄마의 사랑이 절절하게 흐르고 있다. 전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