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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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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승폭포에 오르다_210904 el cuatro de septiembre el sábado_chtblpe сентябрь Суббота 한계령 코 앞까지 왔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8시까지 늦잠을 자고 커피와 빵, 오뚜기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간식과 음료수를 챙겨서 장수대 휴게소로 출발한다. 곳곳에 무단 주차된 차들이 너무 많다. 너무 늦게 왔나 보다. 일단 장수대 휴게소로 가 보자. 장수대 휴게소의 주차장은 넓지 않지만 다행히 우리 차를 댈 수 있는 곳이 많이 남아 있다. 남교리로 넘어갈 경우 전화를 달라는 택시기사 분들도 와 계시는 것을 보니 대중교통 만으로도 이 산행은 즐거울 수 있는 조건이다. 제일 편안한 곳에 차를 대고, 그리미는 어제 산 등산화를 졸라 매고, 나는 운동화를 신었다. 9시 반. 장수대 휴게소에서 대승폭포까지는 40분, 폭포에서 대승령까지는 80분. 해발 500m에서 1,200m까지 계속 오르기만 하면 된다. 합계 ..
완성된 단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_박수근 미술관_210903 마치 이곳에 가야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원자력병원에서 친구의 빙모상이 있었다. 시흥에 있는 트랙스타 매장에 두 개의 등산화를 수선을 맡기고, 양양으로 출발했다. 길이 좋아졌어도 경춘가도는 여전히 답답하다. 화덕에 구운 피자가 먹고 싶다는 그리미의 말에 잠깐 차를 세우고 검색했더니 바로 앞에 있다. 피자 하나 돈까스 하나, 사이다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지만 절반 밖에 먹지 못해서 포장하고 부지런히 길을 나섰지만 시간이 계속 늦어진다. 오후 4시 반 도착. 6시에 문을 닫는다지만 작은 미술관이니 금방 돌아보겠지. 박수근 미술관은 화백의 생가터에 근사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입장료 6천원인데, 양구사랑 상품권을 3천원 지급한다. 양구에 들러서 그리미의 등산화를 하나 새로 샀다. 11.8만원인데 상품권 두 ..
달마고도는 와 무섭다_210828 el veintiocho de agosto el sábado_двадцать восемь август Суббота 아주 멀리서 바라보니 희끗한 잡티가 보여서 뭐 저런 산이 있었나 싶었다. 친구가 꼭 가보라고 해서 왔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광주 상무지구 숙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8시. 사장님이 화가 나셨다. 버려지는 음식들 때문에. 하얀 쌀밥에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샌드위치에 토마토와 스크램블 에그로 아침을 먹었다. 배가 부르다.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진도 읍내까지는 90분이 걸린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다가 갑자기 해가 쨍하게 난다. 시장에 들러 포도와 오징어, 차례주를 사서 차에 싣고 산소로 갔다. 작은 아버지께서 두 차례나 벌초를 했는데도 온통 풀밭이다. 그래도 걸어 다닐만하다. 낫으로 간단하게 주변 정리를 한 다음에 차례로 술을 따라 놓고 절을 했다. 논을 팔았다고 손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민주주의를 사랑하므로 민주의산에 오르다_210826~27 이제 아버지 산소를 가는 길은 한반도 여행길이 되었다. 오전 11시.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다. 화물차들의 행렬은 대한민국 경제의 건강함을 증명한다. 무주에서 빠져나와 벌초를 할 수 있도록 낫과 호미를 사서 차에 싣고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산채비빔밥 정식. 만 원의 행복이었다. 나오는 길에 머루주와 머루 소주를 사들고 민주지산 휴양림으로. 시험공부를 하느라 지난 한 달 동안 일과 공부만 하다가 오랜만에 산을 오른다. 산장의 관리자는 다섯 시면 해가 진단다. 다섯 시가 조금 넘어서 안전을 위해 등산을 멈추고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아니었다. 안전을 위한 협박이었다. 해는 7시가 넘어서야 떨어졌다. 산은 마치 원시림처럼 울창하다. 깨끗한 계곡물은 마을 사람들의 식수원이다. 거대한 돌로 등산로를 깔아놓..
10분이면 평생의 짐을 내려놓기에 충분하다_210526 el veintiseis de mayo el miércoles_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4시간 일찍 오전 10시에 화순으로 출발했다. 평일 낮이라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강북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경기도를 빠져나오는데 90분이 걸렸다. 세상에나. 다섯 시간 만에 화순 산소에 도착했다. 잘 닦여진 임도를 거쳐 새로 예쁘게 떼를 입힌 산소를 만났다. 10분.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세월을 그리워했을까. 아침부터 두 분은 설레셨다. 다행히 가파른 산길을 지팡이에 의지해 잘 올라가신다. 그리움의 눈물을 한참 쏟고 술을 올리고 절을 함으로써 거짓말처럼 가슴속의 응어리가 풀리시는 모양이다. 조상님들께 소박한 기쁨을 안겨드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소를 떠났다. 작은 마을은 기찻길을 품고 아늑하게 들어앉았다. 사람이 떠난 퇴락한 마을과는 달리 번듯..
현호색 천지의 숲길은 평화로웠다_개심사 뒷산 걷기_210416~17 el diecisiete de abril el sábado_семнадцать апрель Суббота 힘든 한 주를 개심사 뒷산 걷기로 잘 마무리했다. 왜목마을 너른 백사장과 바다를 끝으로 24시간의 짧은 여행을 마쳤다. 비가 오고 날이 추워서 그랬던지 부천으로 가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소통도 매우 원활했다. 알프스 모텔을 나선 시간은 17일(토) 오전 9시 반이다. 아침이라고는 커피 한 잔에 낙하산 과자 두 개, 스콘 몇 조각이 전부였다. 오뚜기 미역 라면이 있기는 했지만 먹고 싶지 않아서 그냥 길을 나섰다. 서산 목장의 시원한 초원과 넓은 저수지, 연둣빛 어린잎들의 환영을 받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개심사 900미터 전에서 수십 대의 차량이 늘어서 있어서 잠시 정체했지만 잠을 잘 잔 덕분인지 피곤한 줄 모르고 어제 산 간월암 앞 새우튀김을 먹으며 기다렸다. 하루가 지났어도 여전히 고소하다. 덕분에 깨..
한계령 휴게소_200209 바스끄리씨예니에 Воскресенье 대보름도 있고 지난 번에 한 약식이 워낙 맛이 좋아서, 그런데도 우리 둘은 한 조각 밖에는 먹지 못해서 다시 한 번 약식 재료인 밤과 대추를 사러 부천시장에 다녀오기로 계획했었다.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고 나서 그리미가 눈구경을 가고 싶다고 한다. 모든 계획을 뒤엎고 우주신과 함께..
선운사 여행, 고행_180925 아이들에게 빨래를 다 맡기지 않겠다는 그리미의 의지와 빨리 이동하겠다는 나의 의지가 겹쳐 수건을 개어 옮기던 그리미의 허리가 삐끗했다. 시작부터 우울하다. 가지 말까. 그래도 가보자, 꽃이 위로해 줄 것이다. 예상대로 고창까지의 고속도로는 원활하다. 휴게소에서 우동과 김밥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