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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를 캐다_230912~13 martes, doce de septiembre_Вторник, двенадцать Сентябрь 잠을 푹 자지 못했다. 침대가 불편한가 보다. 6시 반을 넘어서 간신히 눈을 뜨고 한 잔에 요거트와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도라지를 캐러 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하다. 도라지는 꽃을 보기 위해 심은 것인데, 캐서 먹어야 한다. 작년에 한 번 캔 기억은 나는데,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비가 온지 오래 되어서 흙이 딱딱하다. 삽도 호미도 작동하지 않는다. 쇠스랑으로 간신히 흙을 뒤집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그리미의 말대로 먼저 부직포를 걷어내고, 비닐을 걷은 다음에, 쇠스랑과 호미를 이용해서 캐자. 간단하게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일이 장난이 아닌 일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오래 묵은 도라지는 캐기가 어렵단다. 먼저 하우스 안을 정리해서 천막을 깔아놓은 다음에 그 위에다가 도라지 줄기를 베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힘들지 않게 고추대를 뽑다_230911 lunes, once de septiembre_Понедельник, одиннадцать Сентябрь 땅이 넓기는 하다. 아무런 소득도 없으니 보람이 없다. 이런 상황이 일을 더 힘들게 한다. 방법은 하나다. 우리가 찾으려고 했던 그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일은 즐겁게 하되 줄이고,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서 한다. 오늘은 고추밭을 정리했다. 지난 주말에 동생 부부가 와서 말뚝도 절반을 뽑아 놓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줄도 걷고, 삼양동에 보내드릴 빨간 고추도 따고, 고추말목도 뽑고, 고추대도 뽑았다. 원래 계획은 상태가 좋은 나무는 살려두고 계속 고추를 따먹을 생각이었으나, 병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들 죽어가고 있다. 고추를 뽑아내는 데도 힘이 하나도 안든다. 뿌리가 제대로 박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필요한만큼 마지막 고추 수확을 했다. 날이 더워서 땀도 흐르고 발걸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잠시 쉬면서 맥..
쪽파를 네 줄 심다_밭일은 짜증나고, 책은 재미있고_230906 miercoles, seis de septiembre_Среда, шестb сентября 풀밭은 길고, 어두워서 작업 내용은 보이지도 않고, 덥고. 밭일 하는 동안에 짜증이 날만하다. 어려운 책을 읽으면 답답하기는 해도 다른 책 읽으면 되니까 회피할 방법이 있다. 밭일은 놔 두면 되기는 하는데,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짜증이 나더라도 일을 끝내야 한다. 그래도 또 정리해야 할 것들이 조금 더 정리되었다. 6시 반에 간신히 눈을 떠서 간단하게 아침을 떼우고, 그리미와 함께 쪽파를 심는다. 어제밤에 쪽파를 심기 위해서, 고구마 줄기를 걷어 치우고, 퇴비를 뿌려 두었다. 마침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기분좋게 가볍게 일을 끝냈다. 총 4줄의 쪽파를 심는데, 보통 8월 말에 심는 모양이다. 작년에는 마늘밭 한 귀퉁이에다가 풀만 뽑고 대충 심었더니, 싹은 잘 났는데, 병충해 때문에 거의 쪽파를 먹지 ..
햄닛_230904 lunes cuatro de septiembre_ Понедельник четыре de Сентябрь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49제 추모제가 열리는 날이다. 몸이 피곤해서 방과 거실을 왔다갔다 하며 책과 씨름하느라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교사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80억이라고 하는 귀중한 사람들은 어떻게 존중받으며 살아야 할까? 서로를 처음 대하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대하면 된다. 잘 아는 사람일수록, 가족이나 친구일수록, 정말로 처음 대하는 사람처럼 존중하면 된다. 메기 오패럴의 소설 햄닛을,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서 150쪽을 읽었는데, 아무런 지식도 얻지 못했다. 잔잔하고 자세한 이야기가 물처럼 흐르는데, 물고기의 움직임도 햇볕의 반짝임도 느끼지 못했다. 침묵과 차분함의 힘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부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침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고, 약속도 아니다..
뇌 생각의 출현_박문호_230821_veintiuno de octubre_двадцать один Октябрь 너무 덥다. 어제는 하루 종일 시덥잖은 영화 마스크걸을 보느라 하루를 몽롱하게 보냈다. 엄마 연기 빼놓고는 쓸만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괴기스러운 영화다. 책을 잡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가끔씩 일탈을 하지만. 지난 주에 금왕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나오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빌려온 책이다. 2008년도 발간. 이때쯤 나도 이런 책을 진지하게 읽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지금이라도 읽으니까 다행인데,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을까? [ 1부 ] 우주와 사룸(life),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 1강 ] 우주의 대칭이 깨어지다 생각을 생각하기 위해서 뇌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우주를 이해해야 뇌를 거쳐서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의식의 출현, ..
고추를 건조기에 넣고 참깨를 베다_230806~07 늦었다. 참깨는 7월 30일 ~ 8월 3일 사이에 베어야 한다. 장마가 길어서 참깨의 절반이 쓰러진데다 수확도 늦어져서 말이 아니다. 누나가 내려와서 고추 3줄과 아로니아를 수확하고 올라갔다. 오후 3시에 부천에서 출발하여 5시가 조금 넘어 농원에 도착했다. 조금 쉬다가 건조기에 넣었다. 이번 고추는 왠지 질겨서 고추 꼬다리가 잘 따지지 않는다. 전지 가위로 전부 잘라내야 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랜만에 우주신에 쇠고기를 구워 주었다. 2등급 특수부위는 100g당 7천원인데, 오뚜기 참기름이나 우리집에서 만든 참기름에 찍어서 먹으면 맛이 좋다. 저녁을 먹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비닐하우스 청소를 시작했다. 자전거를 옮기고, 어지럽게 널린 물품들을 정리한 다음에 비닐을 가져다가 바닥에 두겹으로 깔..
고추를 따서 건조기에서 말리다_230728 veintiocho de julio viernes_ двадцать восемь Июль Пятница 26일(수) 공항에서 천재를 보내는데, 매우 허전하고 걱정스럽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살벌한 주거 환경에서 인종 차별과 언어 문제를 극복하고 잘 해낼 수 있을까?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데도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운이 쫙 빠졌다. 그런 상태에서 27일(목) 저녁에 고추를 두 줄 땄다. 지난 주에 처음 딸 떄보다는 많은 양이다. 원래 두 번째가 가장 양이 많이 나온다. 날이 더워서 이기도 하겠지만 해가 조금 남았는데, 배가 고프다. 감귤 주스를 세 컵이나 마시고 간신히 두 줄 작업을 끝냈다. 오늘 새벽 4시에 잠을 깨어 설치는 바람에 7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났더니 8시가 다 되어 간다. 두 개의 바구니를 챙겨들고 밭으로 갔다. 간밤에 비가 제법 왔는지 축축하다. 날도 흐려서..
읽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_인간 실격_230723 다자이 오사무는, 18세에 기생인 하쓰요와 만나기 시작했고, 중의원이었던 아버지가 죽자 5년 후인 19세에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과 위선을 폭로한 소설을 발표한다. 22세에 시메코와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29세에 미치코와 결혼을 하고 약 10년간 작품들을 쏟아내고도 우울depression을 극복하지 못하였으며, 맹장염 수술을 받고 약물 중독에 빠져 1948년 39세에 토미에와 함께 자살한다. 소설 속의 요조는 몸이 약해서 잔병치레를 많이 했고, 하인들에게 욕을 당하고 난 뒤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 모두를 두려워하였다. 서로 속이면서도 맑고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 고통스러운데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가끔씩 분노를 표출하는 동물의 본성을 가진 사람들이 두려워서, 변명도 하지 못한채 공격을 받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