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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도라지를 캐다_230912~13 martes, doce de septiembre_Вторник, двенадцать Сентябрь

잠을 푹 자지 못했다. 침대가 불편한가 보다.

 

6시 반을 넘어서 간신히 눈을 뜨고 한 잔에 요거트와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도라지를 캐러 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하다. 도라지는 꽃을 보기 위해 심은 것인데, 캐서 먹어야 한다. 작년에 한 번 캔 기억은 나는데,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비가 온지 오래 되어서 흙이 딱딱하다. 삽도 호미도 작동하지 않는다. 쇠스랑으로 간신히 흙을 뒤집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그리미의 말대로 먼저 부직포를 걷어내고, 비닐을 걷은 다음에, 쇠스랑과 호미를 이용해서 캐자. 간단하게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일이 장난이 아닌 일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오래 묵은 도라지는 캐기가 어렵단다.

 

먼저 하우스 안을 정리해서 천막을 깔아놓은 다음에 그 위에다가 도라지 줄기를 베어서 가져다 놓았다. 씨앗을 받기 위해서다. 제법 양이 많다. 천막으로 줄기를 옮기는 도중에 눈으로 뭔가가 튀었다. 한참을 수돗가에서 물로 닦아내야 했다.

 

다음으로 부직포와 비닐을 걷어냈다. 날이 흐려 해는 보이지 않아도 땀이 흐른다. 쇠스랑으로 힘차게 밭을 파헤치다가 이번에는 쇠스랑이 빠져 버린다. 자루도 부러졌다.

 

그리미가 몇 뿌리를 캐내는데 성공했다. 삽으로 주변을 판 다음에 호미로 흙을 긁어낸다. 그 방법을 응용해서 삽으로 조금씩 넓게 넓게 흙을 퍼 옮겼다. 드디어 깊이 박힌 도라지 뿌리를 캐내는데 성공했다. 한 줄의 2/3를 캐고 났더니 진이 빠진다. 9시 반이 넘었다. 그만하자.

 

오후에 마져 캐려고 했는데, 어제 딴 고추와 아침에 수확한 도라지를 장모님께 한 상자 보내 드렸다. 어머니 모시고 치과에 다녀오느라 시간도 늦었고, 눈 상태와 몸 상태가 모두 좋지 않아서 저녁을 먹고 쉬었다. 쉬는 사이에 그리미는 혼자서 남은 도라지의 껍질을 벗기고 저녁 식사도 준비해 놓았다. 저녁을 먹고 더 쉬고 싶었는데, 도라지를 까기 시작한다. 어머니까지 달려들어 한 접시의 도라지 다듬기를 마무리 하고, 그리미가 소금에 치대어 물에 담궈 쓴물을 빼낸다. 생도라지를 먹는데, 단맛이 올라온다. 정말 맛이 좋았다.

 

천정 높이 달려 있는 전구를 갈면서 미국으로 떠난 아들 생각이 났다. 아들이 있었으면 나는 밑에서 사다리만 잡고 있으면 되었을텐데.

 

오후에 도라지를 마저 캐려고 했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다. 쉬기로 했다.

 

수요일 아침에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어떻게 할까? 시원하니까 그냥 일하자. 도라지는 캐어서 씻어야 하니 비를 맞아도 된다. 어제 배운 방법으로 도라지를 캐니 어렵지 않다. 한 시간 만에 목표한 양의 일을 끝냈다. 5m 이랑 하나가 남았는데, 추석 전에 모여서 제사에 사용할 도라지를 캐기로 했다.

 

도라지를 물에 씻고, 샤워를 하고 나서, 그리미가 서두르는데로 또 도라지를 깐다. 절반은 까서 건조시킨 다음에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내년 설에 쓰기로 했고, 절반은 껍질만 까서 역시 건조한 다음에 냉동 보관했다가 물을 끓여 먹기로 했다. 도라지 물은 써서 먹기가 쉽지는 않다.

 

하나로마트에 가서 오징어 두 마리를 사다가 도라지와 묻혀 먹었다. 새콤달콤 끝내주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