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은 길고, 어두워서 작업 내용은 보이지도 않고, 덥고. 밭일 하는 동안에 짜증이 날만하다. 어려운 책을 읽으면 답답하기는 해도 다른 책 읽으면 되니까 회피할 방법이 있다. 밭일은 놔 두면 되기는 하는데,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짜증이 나더라도 일을 끝내야 한다. 그래도 또 정리해야 할 것들이 조금 더 정리되었다.
6시 반에 간신히 눈을 떠서 간단하게 아침을 떼우고, 그리미와 함께 쪽파를 심는다. 어제밤에 쪽파를 심기 위해서, 고구마 줄기를 걷어 치우고, 퇴비를 뿌려 두었다. 마침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기분좋게 가볍게 일을 끝냈다.
총 4줄의 쪽파를 심는데, 보통 8월 말에 심는 모양이다. 작년에는 마늘밭 한 귀퉁이에다가 풀만 뽑고 대충 심었더니, 싹은 잘 났는데, 병충해 때문에 거의 쪽파를 먹지 못했다. 쪽파를 먹으려면 또 약을 쳐야 하나보다. 어머니는 그럴바에야 시장에서 한 단 사다가 먹는 것이 좋겠다 하신다. 그래, 올해가 마지막 쪽파 농사다. 약을 치는 작물을 또 늘릴 수는 없다.
비닐을 최대한 활용해서 한 구멍에 대여섯 토막의 쪽파씨를 심는다. 씨앗은 동생과 어머니가 다듬어 놓으셨다. 오전 3시간 동안 다 심을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다리도 아프지 않게 2시간 만에 일을 끝냈다. 그리미는 얼굴이 벌개졌다. 늑간신경통으로 조금만 일을 해도 피로가 몰려오는 모양이다. 그래도 둘이 함께 하다보니 언제 끝나는지 모르게 일이 끝나버렸다.
그리미를 들여보내고 혼자서 매실나무 아래의 풀을 베었다. 두 수레 가득 풀을 베어내고 났더니 목이 마르다. 더 일을 할까 하다가 그냥 샤워실로 갔다. 저녁에 예초기 작업을 하면 된다. 샤워실로 가는 동안에 물을 가지고 온 그리미와 엇갈렸다. 참으로 넓은 농원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물을 마셨다면 아마도 더 일을 했을 것이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샤워를 하고, 책을 좀 보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6천원 하던 보리밥이 8천원이 되었다. 개운하게 잘 먹었다. 점심을 먹고, 권외과에 들려 늑간신경통 약을 지었다. 2, 3주는 아파야 낫는다고 한다. 통증이 심할 것에 대비해 약을 지었다.
어머니가 파마를 하신다고 해서 모셔다 드리고, 기다리는 동안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커피를 마시러 갔다. 몸이 덜 힘들어서였는지 책이 잘 읽힌다.
que libro lees hoy. 오늘 무슨 책 읽었니?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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