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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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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건_150322, 일 나이가 든다는 건 무일 박인성 나이가 든다는 건 기다리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비오는 날 새끼들을 물고 나간 고양이를 기다리고 병아리를 물어 죽이고 몽둥이가 부러지게 얻어맞은 새하얀 털의 진순이를 기다리는 것이다. 대처로 공부하러 간 아들들의 든든한 어깨와 말썽많은 놈에게 ..
감기_141016, 목 감 기 무일 박 인 성 솜털이 닿아도 바늘로 찌르는 듯 그녀의 손길도 망치로 때리는 듯 덜덜덜 덜덜덜 두렵기만 하다. 등짝에 바람이 들어 두터운 솜이불도 모시적삼을 입은 듯 손에는 열기가 없어 숟가락 조차도 얼음을 만지는 듯 덜덜덜 덜덜덜 서럽기만 하다 그 강력한 고통은, 멈춰라 쉬어라 자라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푹 쉰다
환절기_141013, 월 환 절 기 무일 박인성 지혜로운 선비의 맑은 소리는 드물고 사치품 애호가들의 호통만 그득하다 허접한 꽃 한송이가 뽐내고 있으니 힘든 시절을 다 보내지 못할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손수건 적시는 것으로 안다고 하지만 세상이 바뀌는 것은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 꽃가루 알러지 환자의 봄은, 콧물과의 전쟁이다.
연탄재_안도현 연탄재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비 그친 평일의 망중한_130705, 금 비 그친 어느 날의 망중한 무일 박인성 마늘 한 바가지를 깠다. 두 분은 맨 손으로 나는 빨간 장갑을 끼고, 세 사람이 세 시간 걸렸다. 자식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나면, 두 분은 또 손이 아프게 까셔야 당신들이 드실 하얀 마늘을 얻으실 수 있을 것이다. 비가 와서 놀 줄 알았다가, 허리 끊어지게 앉아서 비 온 날의 오전을 풋마늘과 보냈다. 점심을 먹고 고양이들과 놀고 싶어서 이효리가 가르쳐 준 고양이 안심시키는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내가 그녀처럼 미인이 아니어서인지 아무리 눈을 깜박여줘도 평화롭고 인자한 눈빛으로 깜박여 줘도 어미 고양이 점순이는 다가올 줄 모른다. 보일러실에 갇혀 있는 새끼들이 안타까워 젖먹이러 다녀가는 것만도 다행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새끼들을 먹이느라 우리 곁을 떠나지 못..
아내 아 내 무일 박인성 어제밤 팔베개를 베고 쉰 냄새 나는 내 가슴에 코를 묻고 콜콜 잠이 들더니 오늘 새벽 돌아누운 내 손을 더듬어 깍지 끼고 행여 놓칠세라 팔꿈치로 누르고 새벽 단잠을 즐긴다 새치가 드물지 않은 내 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