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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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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안부_허림 따듯한 안부 허림 사람이 집을 떠나면 어느 별에서는 꽃으로 핀다지요 슬퍼할 일이 많은 별에서도 다 살아가는 것처럼 눈물만큼 작은 꽃들도 따듯한 말을 품는다네요 오늘 불러본 당신의 이름은 어느 별의 꽃이었겠지요 작고 소박하여 몸 낮추어 겨우 눈 맞았는데 코끝을 스치는 이슬처럼 아마 당신이 품은 사랑이겠지요 안부 전해드릴게요. ============================ 따듯한 안부 무일 사람이 마을을 떠나면 어느 별에서는 꽃으로 핀다지요 슬퍼할 일이 많은 별에서도 다 살아가는 것처럼 오늘 불러본 당신의 이름은 어느 별의 눈물만큼 작은 꽃이었겠지요 몸 낮추어 이슬처럼 맑은 사랑으로 안부 전해드릴게요. ======================= 오늘도 허림의 시를 읽었습니다.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
울컥하는 바다_허림_220308 울컥하는 바다 허 림 다 울어도 눈물이 자꾸 고이는 것은 누군가 상처를 핥고 있기 때문이다. 내안에는 울컥하는 바다가 있다. =========================================== 내 안의 바다 무 일 다 울어도 눈물이 다시 솟는 것은 누군가 상처를 헤집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는 바다가 있다. 그리움이 다했는데도 가슴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은 누군가 기억을 헤집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는 바다가 있다. 젊음이 다 지나갔는데도 눈빛이 다시 호기심으로 빛나는 것은 누군가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는 바다가 있다. 사랑이 다 증발했는데도 심장이 다시 심하게 떨리는 것은 누군가 새물을 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는 바다가 있다. ===================..
무주의 바다_220211 무주의 바다 무일 박 인 성 산을 바다라 그렸으니 바다이고, 바다를 산이라 그렸으니 산이다. 산을 바다라 하고, 바다를 산이라 하는, 산에서 바다를 보고 바다로부터 산을 얻는 고달픈 여행자들의 맑은 눈으로. - 화가 이부안의 '무주의 바다'를 보고 쓰다 - 무주 최북미술관에서
엄마에게 아이는_정대호 엄마에게 아이는 - 대전 골령골 학살 현장을 보고 정대호 엄마는 머리에 총 맞아 죽어도 아이는 꼭 안고 있었다. 조국의 분단도 전쟁도 이념도 별것 아닌 것. 엄마에게 아이는 구덩이 속에서 흙에 묻히는 순간에도 두 팔로 꼭 감싸고 머리는 숙여 가슴속에 묻고 싶은 것. 몸은 죽었어도 쏟아지는 흙 속에서 아이만은 품 속에서 지키고 싶었을까. 흙 한 덩이 아이의 얼굴에 묻을세라 두 팔로, 어깨로, 머리로 꼭 감싸 안고 있는 엄마의 유골. ===================== 시 한 줄 한 줄 어디에도 메타포 metaphor는 없다. 그런데도 시인은 시라고 했다. 왜 시일까. 시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엄마와 아이의 비극과 사랑만이 담겨있다. 끔찍한 저 문장. 속에 엄마의 사랑이 절절하게 흐르고 있다. 전쟁이 ..
꽃이 지는 것은 꽃이 지는 것은 무일 박 인 성 꽃이 지는 것은, 비록 짓밟히더라도 빛나는 삶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꽃이 지는 것은, 어린 열매가 익어가는 것을 보며 새 삶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꽃이 지는 것은, 짙은 그늘 아래에서 새 노동의 힘을 얻으라 하는 것이다. 꽃이 지는 것은, 그러나 겸손하라는 것이다. 나또한 죽음의 바다로 건너가야 하나니.
그리움_유치환 그리움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그리움 백기완 선생님의 개작(?) 몰게야 어쩌란 말이냐 몰게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몰게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몰게는 니나(민중)들이 파도를 부를 때 쓰는 말) ============================ 그리움 무일 박인성 바람아 어쩌란 말이냐 바람아 어쩌란 말이냐 임은 바람과 함께 떠나갔으니 바람아 어쩌란 말이냐 불휘 잘라진 마음을 어쩌란 말이냐 * 불휘 : 뿌리. 왠지 부드러운 음이 음운처럼 느껴진다. 바바임바불
너를 기다리는 동안_황지우_201027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 지 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
모든 죽음은 행복하다 모든 죽음은 행복하다 무일 박 인 성 오만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늙어가는 것은 단순한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자기의 세계에 갇혀서 세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죽는 날까지 나의 세계에서 살다가 죽으니 고독하지만 와아하다. 겸손한 마음으로 더불어 즐기며 늙어가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어려운 길이다. 나의 세계와 바깥 세계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다 보니 많은 나의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죽는 날까지 세계와 화합하면서 살다가 죽으니 늘 조화롭고 와아하다. 결국 모든 죽음은 행복할 텐데,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 * 와아 : happy의 새말. 일본이 번역한 말말고, 우리가 우리의 말과 글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