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보다 한 시간 늦은 9시 40분에 출발했더니 햇살이 뜨겁다. 그래도 땀이 흐를 정도로 열심히 헤르메스를 독촉하지는 않았다. 논 상태가 너무 궁금하여 보았더니 일단 풀은 거의 없다. 우렁이들이 열심히 일을 한 모양이다. 모들은 자리를 잡기는 했으나 완벽하지 않다. 메벼논의 일부 구간에 모 떼우기가 필요하다. 상황 정리를 하고 점심 식사를 한 다음에 아버지를 모시고 치과에 다녀왔다. 치석 제거를 위한 잇몸 치료를 받으면 괜찮을 것이라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도서관과 건재상을 들려서 일을 보고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기한도 연장했다. 한 잠 자고 4시 반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논으로 가서 흑미논과 찰벼논에 물을 댔다. 움직이는 허수아비들이 철통 방어를 해서 오리들의 침탈은 없다. 밭으로 가서 부직포 덮기를 계속한다. 12시간에 끝내려고 한 일이 24시간으로 연장될 것 같다. 부직포의 상태가 너무 나빠서 일일이 그물코 손보듯 하며 일을 했더니 더디다. 버릴 것은 버려야겠다. 올해만 쓰고. 여섯시가 넘도록 일을 하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궁금해서 나오셨다. 맥주나 새참으로 내오라 부탁 드렸더니 맥주가 없어서 막걸리만 가져 오신다. 밭둑에 앉아 여유롭게 막걸리 잔을 들었다. 뜨거웠던 기운은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이 일하는 사람의 가슴을 시원하게 식혀준다. 새참 막걸리 두 잔에 취하고, 휘파람새의 아름다운 소리에 더욱 몽롱해진다.
네 이랑의 부직포를 덮고 논으로 갔다. 헤르메스를 타고 갔다. 흑미논의 물은 충분해 보여서 찰벼 논과 메벼 논에 물을 대었다. 물 새는 곳이 없어서 한 낮의 뜨거운 기운에 증발하는 물의 양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부지런하게 왔다갔다 하면서 우렁이들이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향악당에 가서 풍물 한 판 치고 고요한 논에 들러 말없이 바라바다 집으로 돌아왔다. 강릉행 ktx 표를 알아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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