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시 넘어서 다시 논으로 갔다. 오리들이 계속 비행을 한다. 저쪽 윗 논에 내려 앉았다가 다시 차고 오른다. 계획은 메벼논 한 쪽을 떼우고(모를 보충해서 심고), 역시 메벼논 한 쪽의 높은 부분의 흙을 퍼내는 작업이다.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논둑 위 눈에 띄는 풀들을 낫으로 슬슬 베면서 운동 노동의 시동을 건다. 대충 갈았어도 효과가 있는지 아침보다 훨씬 날이 잘 든다. 아침 작업과 지금 사이에 비가 잠깐 쏟아져서 물꼬를 통해 졸졸 흘러나가는 물소리가 좋다. 한 평 정도 되는 넓이니까 금방 할 수 있는 일이다. 주변의 풀들을 제거하고 자세를 잡고 모를 심어 나간다. 모를 보충할 때는 반드시 전진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후진하면서 작업을 하면 신발 자국 때문에 모를 심기가 어려워진다. 이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어제 작업의 막바지에서야 깨달았다. 아무도 이 사실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몰라서일까. 아닐 것이다.
즐겁게 모 떼우기를 마쳤다. 아직도 다섯 군데 정도는 더 모떼우기 작업을 해야 한다. 물이 너무 깊어서 모를 떼워도 물 속에 잠겨 녹아 버리기 때문에 모가 좀 더 큰 다음에 천천히 떼우기로 했다. 두 번째 작업공간으로 이동했다. 잠깐 사이에 내린 비로 작업해야 할 부분이 얕게나마 물에 잠겼고, 우렁이 한 마리가 산책을 하고 있었다. 순간 그냥 집으로 가서 쉴까하는 유혹이 밀려 왔다. 오늘 아침 90분 작업으로 일을 하기는 했으니까.
아니다. 지금 해 두어야 나중에 더울 때 일을 줄일 수 있다. 참고 논 물 속으로 들어갔다. 30cm 폭으로 약 10미터 정도의 긴 언덕이 생겨있다. 언덕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벌써 풀이 자라기 시작한다. 지난 8, 9일에 써레질을 했고, 이곳은 지난 7일 동안 햇볕을 받은 곳이다. 싹트기 최상의 조건이었던 모양이다. 이 언덕이 이렇다면 물이 깊지 않은 곳에서도 움이 트고 있을 것이다. 우렁이들에게 움트는 그것들을 부탁할 수밖에 없다.
언덕의 흙을 두 손으로 파서 논둑 밑의 풀을 덮는 용도로 사용했더니 일석이조의 작업이 되었다. 허리를 숙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 십 분 정도 작업을 했더니 벌써 허리가 아프다. 논 떼우기에서 시작된 허리 굽히기가 벌써 두 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 세 번 흙을 퍼 옮기고 한 번 허리를 펴는 방식으로 느긋하게 일을 했다. 논바닥을 손으로 골라가며 올라오고 있는 싹들도 정리했다.
모들이 뿌리를 잘 내렸는지 새순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풀들은 움을 틔우고 모들은 키를 키울 것이다. 두 개의 식물들이 경쟁을 하는데, 나와 우렁이가 모를 도와 풀들의 성장을 제어해 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낫을 다시 한 번 갈아 두고 장화와 장갑도 깨끗이 벗어 두었다. 옷도 세탁기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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