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일)는 물꼬 보고 논가의 수평 잡기를 잠깐 하다가 밭둑에 풀을 베려고 예초기를 돌렸더니 고장이다. 또 고치러 가야할 모양이다. 고장나지 않는 예초기는 만들 수 없는 것일까. 군산 삼촌이 일을 도우려 오셔서 함께 소주 한 잔 하고 푹 잤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책을 읽으며 망중한을 즐기다가 8시 40분에 2시간만 일을 하기로 하고 논으로 나갔다. 걱정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일단 큰 전략은 찰벼논과 흑미논만 수평 작업을 하고, 메벼논은 물을 최대한 높이 대기로 했다.
흑미논 수평 잡기 작업을 하기 전에 어제 오후부터 찰벼논의 물꼬를 크게 내서 메벼논으로 물을 뺐다. 오늘은 찰벼논 물꼬를 더 확장하고, 메벼논의 물을 흑미논으로 빼고, 흑미논의 물꼬를 살짝만 내어 물을 조금씩 뺴기로 했다. 모를 심으며 흑미논의 물높이는 맞출 생각이다.
흑미논의 고르기 작업을 하는데, 군산 삼촌께서 일이 많다고 도우러 오셨다. 한 시간만 더 작업을 하자고 해서 메벼논의 입구 부분 수평 작업을 해 주셨다. 나는 찰벼논으로 가서 논의 가운데 부분을 중심으로 수평작업을 했다. 야산 쪽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심각하게 수평이 틀어진 곳은 없었다. 메벼논을 끝내고 올라오신 삼촌이 중간둑을 정리해 주셔서 나는 제일 힘든 곳의 평탄작업에 손을 댔다. 그리고 11시 반이 넘어서 어머니께서 간식을 가지고 오셨다. 삼촌은 일을 끝내시고 간식을 드시며 힘든 일이라고 걱정을 하신다. 1년에 하루 하는 일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간식을 먹고 작은 천막과 삽을 가져다 달라 해서 12시 10분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찰벼논의 높은 부분의 흙을 퍼날라서 야산 입구쪽을 메우는 것이 수평 맞추기의 끝마무리로 보였다. 지난 2년 동안 한나절이라도 그런 작업을 하고 나면 논 상태가 확실히 좋았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의 작업 시간을 예상했다.
역시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25삽씩 천막위에 흙을 옮겨담아 나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작년이나 재작년에는 논둑 위로 걸어다니며 이 작업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논둑 걷기가 잘 되지 않아서 논위를 걸어다녀야 했다. 숨이 턱에 찬다. 휴식 시간 포함해서 작업 1회당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쉬지 않으면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었다. 쉽지 않겠다는 삼촌의 우려에도 작업 회수가 쌓이자 논의 높은 부분은 거의 사라졌다. 총 9회를 하고 났더니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 끝마무리 작업을 하고 찰벼논의 물꼬를 막았다. 삼촌의 격려와 후원이 큰 힘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메벼논의 제일 좋지 않은 언덕 부분을 수평 맞추기를 하고서 논을 빠져 나왔다. 시간은 오후 2시. 3시간을 예상한 작업 시간은 5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맘에 들게 일을 끝내서 기분은 좋다. 진흙 구덩이에서 굴렀어도 깨끗이 목욕을 하고 났더니 문화인과 다를 바 없다. 타이레놀을 한 알 먹고 2시간을 쉰다음 이앙기를 빌리러 간다.
막내 외숙모까지 오셔서 참외로 간식을 먹고 모판을 옮긴다. 먼저 60개의 찰벼 모를 옮긴다. 어머니와 외숙모는 혹시라도 허리를 다치실까 외삼촌과 내가 전부 마음이에 옮겨 실었다. 논으로 갔더니 심심하시다고 한 개씩이라도 내리시겠단다. 그러시라 했다. 두 사람이 할 일을 네 사람이 해 버리니 일이 쉽게 끝나 버렸다.
다시 하우스로 돌아와 메벼 모 80개를 옮긴다. 이번에는 네 명이 옮겼다. 보시는 것보다 일하시는 것이 좋으시단다. 윗논의 권선생은 혼자 와서 모를 내렸는데, 우리는 네 식구가 우글우글 모를 내리니 일도 금방 끝나고 보기에도 좋다. 예쁜 일은 사람이 평화롭게 함께 하는 일이다. 다들 기분이 좋으셔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소주에 등갈비로 저녁을 먹고 러시아산 블랙티로 입가심까지 하고 10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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