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수) 아침부터 비가 쏟아진다. 하루 종일. 논에 물이 잘 찰 것이다. 앞집 김사장이 지난 금요일에 논을 초벌로 갈아주어서 물이 차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정신을 차리고 창고를 정리할 계획이었는데, 몸이 축축 늘어진다. 재미있는 책도 없어서 책 읽기도 하지 못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여전히 몸이 힘들고 콧물이 흐른다. 고추 심고 비료 60포대 옮기고 정리하는 일이 꽤 힘들었나 보다. 잘 쉬면서 일을 했는데도 말이다. 차라리 골프연습장에나 다녀올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주 가지 않으니 아예 잊혀져 버린다. 향악당에 가서 비나리 가락을 열심히 치고, 손만두를 몇 개 먹고 왔다. 12시가 다 되어 자서 8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3일(목) 비가 개었지만 바람이 몹시 불었다. 햇살은 따사롭고 하늘은 맑다.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삽과 괭이를 들고 논으로 갔다. 허물어진 논둑을 정리하는데 삽질을 해도 땀이 흐르지 않고 오히려 찬바람이 허리 근처에 느껴진다.
써레질을 깔끔하게 하기 위해서는 논물을 얼마나 가두어야 할 지 가늠이 서지 않는다. 아랫논의 반장에게 물었더니 트랙터를 몰고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한다. 큰논은 장화신은 발이 푹푹 빠진다. 논의 높은 부분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물이 많다. 반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소심하게 작은 물꼬를 내고 물을 빼기로 했다. 써레질까지 6일이 남았는데, 그 사이 날이 좋다고 하니 너무 많이 뺄 수도 없는 일이다. 일단 조금은 빼자.
흑미논은 트랙터 자국이 적당하게 드러나서 알맞은 양이 고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찰벼논은 바닥이 많이 드러나 있다. 물이 부족하다. 두 대의 펌프를 돌려서 물을 대기로 했다. 논 주위를 돌면서 무너진 부분을 살폈다. 처음에는 가장 많이 문제가 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삽으로 힘으로 논둑을 보수했다. 그러자 계속해서 다른 논둑 부위가 물러서 터진 부분이 보인다. 여섯 번 보완하고 쉬는 식으로 일을 해 나갔다. 논 둑의 30프로 정도를 손보게 되었다. 도랑에서 흙을 퍼다가 메꾸기도 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팔이 아파온다. 논둑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돌아갔더니 11시 반이 넘었다.
마음이 상태를 보니 세차가 필요하다. 찬물을 뒤집어 쓰며 맨손으로 세차를 했다. 깨끗해져서 기분이 좋았다. 엊그제 정원에서 뽑은 잡초 중의 일부가 흰색 꽃을 피우는 제충국이었던 모양이다. 어머니가 잡초 더미에서 이 녀석들을 찾아내어 다시 옮겨 심었다고 한다. 선의로 한 일이지만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밭둑에 옮겨 심은 딸기들은 잘 자라고 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시간을 내어 좀더 많은 딸기들을 옮겨 심어야겠다. 런너라고 하는 번식 줄기 하나를 발견했다. 인터넷에서 가르쳐 준대로 흙으로 중간 부분을 살짝 덮어서 새로운 개체로 성장하게 해 주었다.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점심을 먹고 헤르메스를 타고 부천으로 간다.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의왕경찰서 인근까지 제법 많이 쏟아진다. 심한 비는 피해가며 학의천 합류지점까지 내려가자 거짓말처럼 비온 흔적이 사라진다. 출발전에 깨끗이 닦은 헤르메스는 다시 만신창이가 되었다. 몸상태가 좋지 않아 되도록이면 모터의 힘을 빌려 달린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거세다. 좋은 시절이다.
한울빛도서관에 들러서 다섯 권의 책을 빌려 잠시 읽다가 저녁에 콧물감기약을 하나 먹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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