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7일까지 긴 휴일이었지만 부천으로 음성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다니며 가족 모임을 하느라 계속 이동해야 했다. 7일(월) 2시에 점심을 먹자마자 헤르메스와 마음이를 타고 농원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논에 대고 있는 물이 과연 적정량인지, 써레질은 생각대로 잘 될 것인지, 논둑은 더 이상 터지지 않을 것인지 등등의 고민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뜻대로 되지도 않지만 망가지는 것도 쉽지 않다. 아들의 도움도 받아가며 이틀이나 걸린 논둑 정리 작업은 잘 하지는 못했어도 지난 비에 망가지지 않았다. 그래도 미심쩍은 곳이 있어서 몇 군데를 누르고 두드렸다. 마당 포장 작업 때 사용했던 베니어판 쪼가리도 논둑에 대어 보았다. 별 효용은 없어 보인다. 좀 더 튼튼한 플라스틱 같은 것으로 논둑 안쪽을 보호하거나 부직포를 잘라서 대는 것을 시험해 봐야겠다.
시간이 흘러야 끝나는 것이지 일을 잘 한다고 해서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써레질은 찰벼논 3시간 메벼논 4시간 흑미논 1시간 합계 7시간이면 된다. 비료 뿌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총 9시간이면 내일(8일) 작업은 끝날 것이다. 예비시간까지 해서 총 11시간이면 써레 작업은 끝날 것이다.
오늘의 가장 큰 고민은 물의 높이다. 일단 찰벼논은 물이 너무 적다. 펌프 한 대를 돌려서 물을 더 댄다. 논둑이 터진 곳이 없으니 더 이상 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펌프 한 대로는 물이 거의 차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밤늦게까지 돌렸지만 더 이상 채우기는 힘들다. 물을 채우려면 두 대의 펌프를 돌려야 한다. 모내기를 하고 나서 물을 채울 때는 작은 논은 펌프 두 대, 큰 논은 공동 펌프로 채워야겠다.
메며논의 물높이는 너무 높다. 물꼬 하나를 확 터 두었는데도 잘 빠지지 않는다. 채울 때와 마찬가지로 뺄 때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결국 저녁 먹고 흑미논 쪽으로 물꼬 하나를 더 내서 양쪽으로 물을 빼야 했다. 저녁에 향악당에 가서 풍물놀이 한 판 땀 흘리게 뛰고 와서 물꼬를 막았으나 여전히 많아 보이다. 물을 뺄 때도 물꼬를 충분히 열고 확 빼야 한다.
어버이날(8일 화) 아침, 다시 물꼬를 보러 갔다. 흑미논은 물이 부족하고 메벼논은 물이 여전히 많다. 일단 물꼬 두 개를 다 텄다가 흑미논으로 물꼬를 뺐다. 8시 반이 되어서 마을논 모내기 하는데 동생이 주말에 사다 놓은 찐빵을 쪄서 갖다 드리고 트랙터를 빌리러 갔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것을 실감했다. 먼저 비료살포기를 가져와 메벼논 30포를 뿌리는데, 혼자서 비료 포대를 찢고, 살포기에 넣고, 비료포대 정리하고, 살포 작업을 하려고 했더니 일도 더디고 힘도 들었다. 아들이 걱적되어 나오신 어머니께서 노구를 이끌고 비료 포대를 따주시니 일이 한결 수월하다. 힘드시니 쉬시라해도 어설픈 아들이 혼자 애쓰는게 안타깝다며 도와주신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비료 살포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된다. 아니다.
모든 기계는 작동원리가 있다. 그 원리를 무시하고 나 편할 때로 작업을 했더니 비료가 하늘로 날으고 등짝을 때린다. 시계방향으로 비료 살포기를 작동시켜야 하는데, 손이 편하려고 반시계 방향으로 작동을 했더니, 비료가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튀겨진다. 갑자기 유기농 골드의 입자들이 논위를 뛰어다닌다. 보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지나가던 농부라도 있었으면 한 소리 지도편달을 받아야 할 뻔 했다. 어쨌든 다소 불편하지만 작동 원리에 맞게 작업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살포작업은 한 시간 만에 끝났는데, 비료 살포기를 세척하고 다시 반납하고, 써레를 장착하고 왔더니 11시 40분이다. 오전 8시 반에 출발해서 3시간 10분만에 비료 살포작업과 작업기 교체가 완성된 것이다.
아침을 사과와 요구르트로 간단히 먹었기 때문에 12시 반에 제대로 먹기로 하고, 찰벼논 써레 작업을 시작했다. 왕복 2회 4차례에 걸친 써레 작업을 모든 논에 적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찰벼논의 목표 시간은 일단 3시간이다. 그래야 메벼논과 흑미논까지 작업을 완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줄은 4단계의 깊이로 눌렀는데 트랙터가 잘 나가지 않는다. 5상 단계의 깊이로 눌러서 작업을 했더니 잘 된다. 1단계 작업은 이 깊이로 하기로 했다. 왔다갔다 왔다갔다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집도 보고 구름도 보고 물도 보고 논바닥도 자주 보았다. 트랙터는 고장이나 이상현상 없이 잘 작동한다.
논바닥 전체를 다 하지는 못했지만 12시 반까지 제법 많은 양의 작업이 이루어졌다. 식사를 하고 10분 정도 눈을 감고 쉬다가 1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1시 반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수평작업까지 마무리 하니 4시 10분이다. 총 작업시간이 3시간 반이 걸렸다. 30분 정도 초과되었으니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작업 결과도 마음에 들었다. 물이 너무 적어서 펌프를 돌려 두었다.
간식으로 가져오신 물과 바나나를 먹고 메벼논 작업에 들어갔다. 여전히 물이 많았고, 흑미논은 물이 새는지 물이 부족해 보였다. 흑미논의 물꼬를 단단히 정리하고, 흑미논 쪽으로 물꼬를 확 텄다. 반대쪽의 물꼬도 텄다. 그리고 4차례의 써레작업을 했다. 써레 작업을 많이 해서 과연 풀이 덜 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3년 전의 성공 사례를 되짚어 보면 새끼들이 많이 섞여 있는 우렁이와 공들인 써레 작업이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을 들이고 있다.
저녁 7시가 되었는데도 아직 절반도 써레질이 끝나지 않았다. 물의 높이도 마음에 들지 않고, 논둑을 한다고 잔뜩 깍아놓은 논바닥의 수평도 많이 깨져 있어서 작업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내일 열 시까지는 반납하면 되니 최선을 다 해보자. 수평은 포기하더라도 써레질은 포기할 수 없다. 모두가 근심어린 마음으로 작업이 끝나기를 빌고 있다. 친구로부터 온 전화도 받지 못했다. 그리미와 처제의 전화도.
8시가 다 되어서야 작업이 끝났다. 목표로 한 네 차례의 써레질이 완료되었다. 4시간을 꼬박 작업했다. 이제 내일 아침에 한 시간 내로 수평작업만 하면 된다. 가능할 것도 같다. 저녁을 먹고 책을 좀 보다가 11시가 못되어 잠들었다.
시간이 흘러서 일이 끝났다. 9일(수) 오전 6시에 어머니가 깨우셨다. 눈비비고 일어나 세수하고 커피와 요구르트 사과로 아침을 먹었다. 이제 오전 3시간만 작업을 하면 어쨌든 일은 끝이 난다. 6시 반부터 메벼논의 수평작업을 시작했다. 높은 부분을 5상의 깊이로 치고 나가고 수평은 5중의 깊이로 맞췄다. 깊은 곳의 흙이 낮은 곳으로 밀려나 주기를 바라는 내 심정과는 달리 그리 크게 개선되지는 않는다. 위안이 되는 것은 그렇게 밀고 나가면 두 번 정도에는 물이 찬다는 것이다. 첫 세 줄의 수평 잡기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 시간이 훌쩍 흐른다. 나머지 절반은 깊이가 낮아서 흙탕물을 모아놓는 것으로 간단히 작업이 끝났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8시가 되었다. 메벼논의 총 작업시간은 5시간 반이다.
흑미논으로 들어갔다. 물이 적당해서 작업하기가 좋았다. 4차례 써레작업과 수평작업을 했다. 90분이 걸렸다. 높은 곳이 좀 있기는 하지만 한쪽 구석이라 수정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9시 반부터 기계 세척 작업을 한다. 10시 15분에 끝났다. 총 14시간 30분에 걸친 기나긴 작업을 끝냈다. 예상보다 4시간이 더 걸렸다. 내년부터는 총 15시간의 작업시간을 예상해야겠다. 메벼논 5시간 반 찰벼논 4시간 흑미논 90분 비료살포 3시간 청소 1시간. 군산 삼촌이 오셔서 소주 한 잔 같이 마시고 푸욱 쉬었다. 쉬었더니 힘이 나서 예초기를 메고 나가 풀을 베었다.
어버이날이라 자식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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