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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고추를 심고, 유기농골드 48포, 비료 6포를 논둑으로 옮기다_180501

노동절이라 노동을 한다. 7시에 아침을 먹고 하우스에서 자라는 모판에 물을 준 다음 호스 세 개를 연결하여 밭으로 갔다. 720주의 고추를 심는다. 지난 2월 15일부터 어머니께서 정성들여 기르신 고추다. 키가 좀 더 컸으면 좋겠는데 약간 작다. 그래도 작년에 비해 고추대가 튼실하다. 오이고추 70개는 지난 주에 어머니께서 혼자 심으셨다.


어머니와 함께 물을 주면서 고추 심을 구멍을 뚫으면 아버지께서 고추모를 옮겨다 놓으신다. 1차 작업이 완료된 열 시에 음료수를 마시며 쉬었다. 이제는 고추모를 똑바로 세워서 잘 심는 작업만 해도 된다. 세 사람이 작업을 하니 한 시간 만에 작업이 끝났다. 앉아서 하는 작업은 허리와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할 수가 없는데, 두 분은 거침없이 잘 하신다. 다섯 주 심고 일어나서 쉬고 다시 다섯 주를 심는 식으로 일했다. 겨우 세 이랑을 했는데, 나머지 열 이랑은 두 분이 다 하셨다.


의외로 일이 빨리 끝나서 이번에는 철근으로 고추 지주목을 빙 둘러서 박고 그 위에 비료 포대를 씌웠다. 고라니들이 나타나서 고추 모를 따 먹으면 지난 석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이 비료 포대가 고라니를 막아줄 수 있을까. 감자도 완두콩도 강낭콩도 모두 새싹을 밀어 올렸다. 밭의 절반이 생명으로 가득찼다. 제대로 수확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여린 생명들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기쁘다.


호스 두 개를 걷어서 창고에 가져다 두고 점심으로 족발에 소주 한 잔을 마시고 낮잠을 실컷 잤다. 이제 논으로 비료를 옮겨놔야겠다. 먼저 밭둑에 쌓아둔 두배로 유기농골드라는 친환경 비료를 옮긴다. 300평의 논에 8~10포를 살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1,400평이니까 대략 50포 정도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받은 것은 40포이고, 재고로 남은 3포를 해도 다섯포가 부족하다. 일단 최소량으로 살포하기로 하고 논둑으로 옮겼다. 지게차가 있으면 좋을텐데 일일이 손으로 들어 올리려니 팔이 후들거린다. 1차로 35포를 싣고 논둑으로 갔더니, 추가로 나온 비료가 7포가 있었다. 300평당 9개로 계산해서 메벼논에 27개, 찰벼논에 18개, 흑미논에 3개를 뿌리면 총 48개가 된다. 밭에서 쓸 것 한 포대를 제외하고 2포가 남는다. 다행이다.


마당 한 구석에 쌓여있던 흙살림 퇴비 7포와 웃거름 3포를 밭둑으로 옮기고, 다시 한 번 두배로 13포와 비료 한 포대를 싣고 논둑으로 갔다. 오늘 저녁부터 내일까지 비가 온다고 하니 물을 대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펌프를 돌렸다. 수량이 풍부해서인지 마중물을 넣지 않아도 두 대의 펌프가 모두 정상 작동을 한다. 물이 부족한 찰벼논으로 물길을 내어주었다. 비료를 내리고 헌 포대로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덮어 두었다. 일주일 뒤에 모두 살포할 예정이므로 잘 덮지 않아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화학비료는 큰 논에 3포, 작은 논에 2포, 흑미논에 1포만 뿌릴 예정이다. 볏짚을 모두 논에서 재활용하기 때문에 비료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밭둑으로 돌아와 대파밭에 쓸 축분퇴비 2포와 두배로 한 포를 옮겼다. 그리고 나서 남은 친환경 퇴비들을 비와 햇볕에 상하지 않도록 잘 포장해 두었더니 팔다리가 후들거린다. 다시 마당으로 가서 비료를 쌓아두었던 자리를 청소한다. 받침대에 시커멓게 개미들이 붙어 있어서 운반이 쉽지 않다. 아버지와 함께 아궁이 옆으로 옮겨 쌓아 두었다. 잘 마르고 나면 불태워 버릴 것이다. 못쓰게 된 비닐을 모았더니 다섯 포대가 넘는다. 마을 공동 비닐 집하장으로 가져다 버렸다. 마지막으로 못쓰게 된 천막과 부직포는 쓰레기 봉투를 사다가 버리기 위해 둑에 던져 두었다. 아무래도 잘못했다. 밤새 내린 비로 다 젖어서 무게가 상당하다. 바로 치우기가 어렵게 되었다. 부직포 중에서 쓸 만한 것은 논둑에 가져다가 덮기로 했다. 십 년 만에 마당이 정리되었다. 예쁜 꽃들을 심어서 마당 모양이 나오면 좋겠다. 


노동절을 맞이하여 긴 노동을 했다. 뉴스에서 노동절에 쉬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다. 그들에게 평안과 휴식이 찾아오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