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넘어서 잠들기는 했지만 8시가 넘도록 몸을 일으키기가 싫다. 계속되는 노동으로 다이어트도 되고 잠자리도 달콤해진다. 근육통은 거의 사라졌지만 피로하다. 8시 반이 넘어서야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곧바로 논으로 갔다. 모터 두 개와 삽과 낫 그리고 모터를 연결할 고무밴드를 들고. 별일 없어야 할텐데.
일단 논옆으로 흐르는 개울에서 물을 두 병 떴다.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냄새도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심하게 오염된 물은 아닌데, 수량이 너무 적어서 물고기가 살지 않는 모양이다. 먼저 지하수관에 개울에서 떠 온 물을 두 병 부었다. 그리고 나서 모터를 연결하고 전원을 연결했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아름답다. 그런데 물은 나오지 않는다. 모터를 분리하고 이번에는 물을 여섯 병 받아서 지하수관에 넣은 뒤 시도했다. 역시 모터 돌아가는 소리는 아름다웠지만 물은 나오지 않는다.
작년 경험을 떠올리며 모터를 교체했다. 역시 나오지 않는다.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런 연결 부위가 틀렸다. 지하수관은 모터의 회전축에 걸리도록 연결해야 하는데, 모터 꼭대기의 연결부위에 연결한 것이다. 역시 사고가 없을 수 없구나. 마치 습관처럼 일을 한다. 그래도 될 정도로 모든 사물이 익숙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조금씩 틀린다. 경험을 쌓았으되 완전한 지식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결부위를 바꾸고 진공 확보를 위해 고무밴드로 단단히 연결한 후에 전원을 연결했다. 잠시 물이 콸콸 솟아 나온다. 참, 헛고생을 삼십분이 넘도록 했다. 일단 새끼논에다가 물을 대고 살펴보니 물이 잘 나온다. 그런데, 새끼논 위에 작년에 쓰려고 둔 기다란 볏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 볏단을 그대로 두고 써레질은 불가능할 것이다. 세 군데에 모여 있는 볏단을 치웠다. 둘러 보았지만 더 이상의 볏단은 없다. 그나마 다행이다. 마늘밭을 보온하기 위해 남겨둔 것인데, 초봄에 태워버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은 나의 일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아니다. 그동안은 아버지께서 해 주셨는데, 이제는 불가능하다. 무리한 일을 삼가야 하기 때문이다.
찰벼논 위에 설치된 지하수관에는 보조관이 하나 들어있다. 이 보조관이 안으로 밀려 들어가 있다. 다행이도 갈퀴가 있어서 10여 분 씨름한 끝에 보조관을 꺼낼 수 있었다. 물을 여섯 병 받아다가 준비해 두고 모터를 제자리에 앉힌 다음에 예비 고무밴드를 감아서 모터 연결부위와 맞추었다. 그리고 물을 다서 병 지하수관에 부었다. 모터를 연결한 다음에 두 번에 걸쳐서 고무밴드를 메어 진공을 확보했다. 그리고 전원을 연결했다. 물이 쏟아진다. 신나는 일이다.
논가를 돌며 배수로를 막고 절집 모터는 큰 논에 찰벼논 모터는 찰벼논에 설치해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일로 이번 주에 해야 할 일은 끝냈다. 토요일에 시간이 나면 밭의 배수로 위에 부직포를 덮고, 공동 우물에서 관을 연결하여 논에 물을 대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때 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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