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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언덕배기에 딸기를 심다_180416~18

주말(4월 15일)에 산책을 하러 갔다가 바질과 애플민트를 사왔다. 집에서 키우던 세이지가 추위에 강하고 꽃이 잘 피는 작물이라 농원으로 옮겨 심기로 했다. 라벤다도 키만 크고 튼튼하지를 못해 함께 키우기 위해 가져왔더니 마음이 내부가 향기롭다. 제법 밀리는 길이었지만 즐겁게 운전할 수 있었다.


모스크바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표를 알아보다가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와 알마티를 거치는 표(60만원)를 발견했다. 18일간의 여행 계획을 세웠으나 우주신이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대신에 제주도를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비닐씌우기 작업을 시작했다. 시동은 잘 걸리는데, 엔진에서 자꾸 매연이 나온다. 그래도 별 이상이 없어 보여서 세 개의 이랑에 비닐 씌우기를 했다. 네 번째 이랑에서 관리기가 시름시름 앓더니 엔진이 꺼져 버린다. 십여 분을 당겨 보아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지나가던 반장까지 나서 보지만 안된다. 휘발유에 엔진오일을 섞어 넣은 것이 문제였다. 1년에 한 번 사용하는 기계라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된 것이다.


반장이 굴삭기로  관리기를 실어 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농기계센터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6시가 다 되어 간다. 내일로 미루자. 세월호가 가라 앉은 지 4년이 되도록 원인 규명이 제대로 안되었으니 슬픈 하루다.






4월 17일 프토르닉. 동생이 아버지의 진료를 지원하기로 해서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농협 농기계수리센터로 간다. 열시까지 수리가 되면 아버지를 버스터미널에 모셔다 드릴 수 있다. 8시 20분에 집을 나서 40분에 도착했는데, 벌써 세 사람의 기계가 대기 중이다. 언제 수리가 끝날까 걱정했는데, 40분만에 끝나고 우리 관리기 수리에 들어간다.


전기 계통이 낡아서 교체해야 한단다. 오일이 든 휘발유는 제거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청소만 해 주면 되었다. 8만 7천 5백원의 수리비가 들었다. 시간이 꽤 걸렸다. 집에 도착했더니 열시가 넘었다. 아버지는 택시를 불러서 가신다 한다. 잘 다녀 오시라고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동생에게 아버지의 출발 소식을 알려 드렸다.


마음이에서 관리기를 내리는 것도 문제다. 반장이 일을 나가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다리를 받쳐서 내리기로 했다. 작은 다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너무 위험하다는 어머니의 걱정 때문에 긴 사다리로 바꾸러 가는데 짜증이 났다. 왔다갔다. 그러나 올바른 선택이었다. 농기계는 무겁다.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다. 잘못하면 생명까지도 위협한다. 기계가 낙하하거나 진행하는 방향을 몸으로 막아서면 안된다.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각도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명심하자. 긴 사다리로 적당한 각도를 만들어서 무사히 기계를 내릴 수 있었다.


밭에 가서 관리기 부착 장비를 들고 와서 다시 조립을 했다. 시험을 해 보았더니 잘 된다. 일단 음성에 가서 아이들과 공부를 하고 돌아와 세 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잘 된다. 로터리를 쳐 놓은 지 스무날 가까이 되다 보니 흙이 딱딱해져 있다. 오늘도 작업을 하지 못했으면 다시 기계를 빌려와 이랑만들기 작업을 해야 할 뻔 했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열 여덟개의 이랑에 비닐을 씌웠다. 7시 반이 되었다. 지친다. 저녁을 먹고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4월 18일 쓰리다. 오른 팔이 여전히 아프지만 기계가 잘 돌아갈 때 작업을 끝내야 한다. 이랑도 손을 보면서 천천히 일을 했다. 딱딱해진 밭이 작업을 더디게 했지만 맑은 날씨가 일하기 참 좋았다. 별로 덥지도 않았다. 커피 한 잔으로 휴식시간을 갖고 남은 열 개의 이랑을 마무리했다. 배수로 작업까지 끝내고 나니 12시 반이다. 소맥을 세 잔 마시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섯 시가 다 되어 그리미의 전화를 받고 잠이 깨었다.


관리기를 창고에 들여 놓고, 채송화 씨앗을 모판에 뿌렸다. 발아율 60%라고 한다. 잘 자라 주기를 바란다. 딸기가 너무 복잡하게 자라고 있어서 야외 샤워실 앞에다 옮겨 심었다. 잘 자란다면 풀이 덜 자랄 것이다. 좋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지만 노력을 기울이자. 거의 50미터에 달하는 언덕배기가 딸기와 채송화와 어성초로 뒤덮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오랜 꿈이다.


두릅을 따고, 남천에 비료 포대를 덮어 풀 나가는 것을 방지했다. 향악당에 가서 장구를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