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죽으로 아침을 먹고 아버지까지 총출동해서 모판에 볍씨 뿌리기를 한다. 지난 금요일 아침에 150개의 모판에 상토흙을 담았는데, 찰벼 60개 메벼 80개 예비 10개다. 너무 빨리 담았더니 흙이 눌려서 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앉아서 일하시기 힘든 아버지께서 물을 주시기로 했다. 잘 들어가는 상판을 중심으로 먼저 물을 주었다. 가능하면 하루 이틀을 넘기지 않도록 상토흙을 담아야겠다.
어머니는 작은 공기 하나로 볍씨를 모판에 뿌리신다. 이 작은 공기는 아들들이 아기였을 때 이유식부터 먹이기 시작한 밥그릇인데, 우리 가족이 먹을 쌀을 생산하기 위한 씨앗뿌리는데 사용하고 있으니 25년째 우리 가족의 밥그릇이다.
나는 식탁을 작업탁자로 이용하여 모판 위에 가지런하게 뿌려진 볍씨 위에 흙을 뿌리는 작업을 한다. 처음에는 매우 더뎠지만 작업이 진행될수록 속도가 붙는다. 완성된 모판은 10장을 일렬로 늘어세우고 위에다 비닐을 덮어 습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한다.
총 150개의 모판이 완성되고 나면 보온덮개로 이틀 정도 더 덮어 두고 완전히 싹이 트도록 유도한 뒤 하우스 바닥에 주욱 깔아서 한뼘 길이의 모가 될 때까지 기른다. 쉬는 시간에 맥주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면서 여유를 찾았다. 어머님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모판이 잘 만들어져 우리 가족이 건강한 쌀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다. 나도 속으로 열심히 기도했다.
처음 두 시간 정도가 걸렸던 50개 모판 만들기는, 90분 정도로 줄었다. 오후 3시경에 일이 끝났다. 8시 반부터 작업 준비를 시작했으니 6시간 정도 일했다. 어머니가 쉬지 못하고 일을 하셔서 매우 걱정했지만 잘 견뎌내셨다. 80개를 만들 때까지는 아버지께서 물을 주시거나 비닐을 덮는데 참여하셨고, 혹시나 힘들까 해서 쉬시게 하고, 모두 나 혼자 해냈다. 숙련된 노동의 결과다.
늦은 점심을 먹기 전에 5월 8일에 트랙터와 비료살포기를 신청하고, 11일에는 이앙기를 신청했다. 5월 14일에는 우렁이를 사다 넣어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4시 10분에 농장을 출발했는데, 6시 반이 되어서야 부천에 도착했다. 길 밀리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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