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마음으로 관리기의 시동을 걸었다. 단 한 번에 걸린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창고에서 끌어내어 밭 이랑으로 끌어다 놓았다. 잘 작동이 되어서 좋았다. 비닐을 덮어 두었다. 아무래도 다음 주에나 비닐을 씌울 수 있을 것이다.
어제(10일 화)는 오전에 부지런히 밭 이랑 펴기를 했다. 오후에는 아버님 진료를 위해 서울로 가기 때문이다.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도 의사는 여러 검사를 의뢰해 놓았다. 진료비만 40만원이 넘었다. 의료보험이 되는데도 여전히 병원비는 부담이 된다. 앞밭에서 일하던 양반이 점잖게 와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준다. 이랑 끝에서 30cm만 띄우고 트랙터를 정렬하여 이랑을 만들면 이랑 사이가 많이 벌어지지 않는단다. 고마운 일이다. 날이 좋아 일하기가 좋았다. 그래도 한 세 시간 하고 났더니 팔다리가 풀어진다.
1박 2일의 병원 진료를 무사히 마치고 내려왔다. 오늘(11일 수)은 내일 볍씨 뿌릴 준비도 하고, 관리기도 점검해야 한다. 점심 먹고 20분 정도 눈을 부치고 쉬다가 볍씨에 물을 줄 호스를 내다 설치했다. 검정 호스 하나면 충분한데, 두 개의 호스를 연결해 보고 물때를 빼 내느라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호스와 관리기 점검을 끝내고 다시 이랑 펴기 작업을 했다. 우공이산이라고 절반을 넘게 작업을 했더니 제법 일한 티가 난다. 지나가던 농부가 애쓴다며 걱정을 한다. 처음에 이랑을 잘 만들면 뒷손 작업이 필요없는데 안타깝다고 한다. 돈을 주고 맡기면 어떠냐고 한다. 맡겨도 보았지만 자기 밭 이랑처럼 똑바로 작업을 해 주지 않는다. 밭의 모양새에 문제도 있으니 딱히 탓할 일도 아니다. 연습 삼아 놀이 삼아 직접 작업을 하고, 혹시 뒷손 작업이 필요하면 운동하는 셈치고 즐겁게 일하면 된다. 어제나 오늘처럼 이렇게 날이 좋으면 금상첨화다. 저녁 맛있게 먹고 향악당 가서 실컷 두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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