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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일본여행

호텔이냐 모텔이냐_일본 시코쿠 마쓰야마성_180116

여행하는 동안 7시에 일어나 움직이는 바람에 이제는 6시 반이면 눈이 떠진다. 눈이 뻑뻑한 상태지만 누워서 뒹굴거리다 보면 샤워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또 마지막 날이다. 여행 시작하고 나서 사흘까지는 정말 시간이 안가서 여행이 과연 무사히 끝날지를 걱정하게 된다. 그런데, 여행 마지막 날에는 '어, 벌써 끝나네, 언제 또 여행을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 식사는 잘 준비되어 있어서 호화롭기까지 하다. 보이는 것처럼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온 일본 사람들이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다. 순간 우리나라도 이런 규모의 호텔들이 과연 있을까 하고 검색을 해 보았다. 서울 시내에 두 세개 정도의 호텔들이 10~12만원 정도로 조식을 제공하고 있다. 식사평은 그다지 좋지 않다. 게다가 5, 6만원이면 잠을 잘 수 있는 모텔들이 전국에 널려 있어서 호텔이 자리잡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땅이 좁아서 언제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부지런하면 굳이 비싼 숙박비로 여행의 부담을 늘릴 필요가 없다. 우리와는 달리 일본의 여행은 정말로 집을 멀리 떠나야 한다. 인구도 충분히 많아서 수요가 뒷받침될 것이다. 호텔이 발전할 만하다.


식사를 하고 마쓰야마 성을 오른다. 천천히 걸으며 등교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자전거 물결을 감상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이렇게 많은 자전거 물결이 가능할까. 자전거를 타다가 다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평지가 대부분인 도시의 모습이 자전거 이용을 가능하게 할텐데, 일본의 도시는 원래 이렇게 평지가 많은 것일까. 도시를 건설할 때 전체 면적을 평지로 조성하는 것일까. 이렇게 부러워하고 있는데,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그리미는 쌩쌩 옆을 스치고 달리는 자전거들이 신경 쓰여서 걷는 즐거움이 없다고 투덜거린다.








성 입구에 도달하자 가파른 언덕이 시작된다. 자전거는 진입할 수가 없다. 마쓰야마 시민들을 위해 개방된 공간이라 입장료도 없다. 활짝 핀 수선화와 오래된 나무들이 빽빽하게 뒤덮힌 산이다. 성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주로 마을사람들이다.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면 역시 남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인사하며 지나간다. 뭔가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잘 안된다.


꼭대기에 도달해서 성문을 들어설 때 노인 한 분이 유창한 일본어로 말을 걸어온다.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영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82살인데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매일같이 운동삼아 오르고 있다고 한다. 3년 전에 한국 여행도 다녀오셨다 한다. 열심히 건강관리를 하면 연로한 나이에도 자식들의 도움없이 세계 여행을 다닐 수 있겠구나. 그로 인해 인생이 더 길어진 느낌이다.


아래에서와는 달리 날이 화창하게 개었다. 적당한 구름이 오히려 천수각의 아름다움을 빛내준다. 내려다 본 도시의 풍경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안타까운 것은 북한산에 올랐을 때처럼 거무스름한 공기띠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다. 세계의 모든 도시는 이런 공기 속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구나. 아직은 십여 년 전 북한산에서 내려다 본 창동처럼 시커멓지는 않았으니 섬나라 도시의 장점이 살아있다고 할 것이다.


짐을 싸서 마쓰야마시 기차역으로 가서 무료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두 대의 차량이 사람들로 가득하여 탈 수가 없었다. 차를 보내야 하는 십 분의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공항까지 늦지는 않을텐데도 말이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짐검사가 우리를 피로하게 한다. 100미리 이하의 액체류도 비닐 지퍼백에 넣어야지만 휴대하고 탑승할 수 있다고 한다. 귀찮아서 짐을 전부 부쳐버렸다. 우리는 그랬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부쳐지지 않은 짐을 얼마나 꼼꼼하게 검사하는지 마쓰야마 공항은 다시 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피곤하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 우리의 안전을 위한 일이니 항의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나마 출국 도장을 찍어주는 초로의 신사가 활짝 웃으며 한국어로 안녕히 가시라고 해서 마음이 풀렸다.


비행기는 인천공항의 혼잡으로 지연된다고 한다. 150엔 하는 맥주를 사먹으려다가 참고, 비행기에서 기내 판매 맥주를 샀더니 작은 캔을 400엔에 판매한다. 공항보다 비싼 가게가 비행기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저가 항공을 탈 때는 맥주 정도의 음료는 미리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