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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일본여행

함께 한 여행지를 다시 돌아보라_나고야 메구루 버스로 성에서 정원까지_170929 뺘뜨니짜 пятница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고, 후쿠시마 원전이 터진 바다에 둘러쌓인 일본땅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천재가 말한다. 제국주의 침략의 가장 악랄한 만행들은 영국과 프랑스와 독일과 미국이 아니었느냐고. 우리가 겪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에게는 관대하고, 일본에게만 가혹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맞는 말이나 마음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니 어쩌란 말인가. 식민지 시절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은 모두 같지만, 일본은 원폭으로 폭망한 것을 꼬뚜리 잡아 2차 대전의 피해자인양 행동하니 더욱 문제다. 후안무치하고 사악하다.


어제 밤의 계획대로 아침식사를 하고 나고야 메구루 버스로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날도 화창하게 좋았다. 어제 밤 라멘의 실패로 잔뜩 움츠려들기는 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부모님은 호텔 옆 식당에서 제공하는 생선구이 정식을 좋아하셨다.


어머니 기침약을 사러 간 사이에 종업원이 아침 식사 티켓을 가져갔고, 세 장 밖에 없으니 한 장을 더 달라고 하는데, 티켓은 분명 네 장이었다고 프런트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그는 알아 듣지를 못했다. 그래도 식사는 하나를 더 내왔다. 아침이었는데도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고 좋았다. 커피는 우유를 타고 설탕을 넣어 마셔야 했다.


오전 열시(지샷찌 우뜨라 десять утра)에나 문을 연다고 해서 드러그 스토어에서는 약을 사지 못했다. 우니조 인 사카에 히가시 옆의 로손에서 친절한 아주머니가 계셨다. 한국어도 영어도 모른다. 미소 때문에 그녀가 나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몸으로 기침을 표현하고 목을 손으로 훑어 내리며 가래를 표현했다. 그녀가 빨아먹는 약을 내 놓았다. 호텔에서 제공하지 않는 물도 커다란 병으로 한 병 사서 계산을 하고 났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호텔방을 나서기 전에 잠깐 시간이 나서 도요타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나중에 전화요금 54원이 청구되었다. 일단 예약 상황을 확인했고, CEP 카드를 예약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예약을 할 때, 한국어 사이트가 아니라 일본어 사이트로 예약을 했더니 카드 예약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더니 차량 반납지점이 치쿠사역이라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반납지점을 JR 센트랄 타워즈로 동일하게 하고 오후 5시부터 빌리는 것으로 예약을 변경해 달라고 했다. 문제 없단다. 다행이다. 모든 일정 계획이 비로소 잘 조립된 느낌이다.







나고야 TV 타워 앞의 메구루 정거장으로 갔다. 막 차가 도착했는데, 어머니는 저만치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타면서 티켓을 끊고 있었다. 거의 십 분이 다 되어 가도록 버스는 출발하지 못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어머니는 50미터 정도 전방에 계셨다. 기사에게 좀 기다리자고 했더니 많이 늦었다며 사정을 한다. 돈을 내고 네 장의 티켓을 끊는 사이에 다행이 어머니는 도착하셨고, 꼭 네 자리가 남아서 나고야 시내를 돌아보며 오사카 성으로 갔다. 날이 좋았고, 기침 감기에 걸리신 어머니도 행복해 하셨다.


메구루 티켓을 제시하면 500원 하는 입장료가 400원으로 낮아진다. 차를 빌려 이동했으면 편하기는 했겠지만 주차료에 운전까지 신경써야 한다. 정말 잘 한 결정이다. 오사카 성과 구마모토성을 보았으니 신선한 느낌은 없었지만 일본에 왔다는 느낌은 좋았다. 줄이 길게 늘어서 어전은 그대로 지나치고 천수각을 바라보며 걸었다.


노인들의 천국답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꼭대기까지 부모님을 모시고 우주신은 엘리베이터를 탔고 나는 걸어 올랐다. 나무가 삐꺽거리는 소리가 좋았다. 반질반질 윤이 나게 잘 관리가 되었다. 경치도 좋았고, 각 층마다 설치된 전시관을 돌아보는 것도 한가하고 편안했다.


백인 한 명이 경비원 할아버지를 붙들고 1960년대에 자신이 이곳을 방문했던 사진을 보여주며 감개무량해 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아내와 함께 이곳을 다시 방문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럴만도 하겠다. 아, 그의 모습에서 내 사진들의 사용처를 알았다. 오십이 넘고 나니 산처럼 쌓여있는 사진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남긴 처치곤란한 물품이 되지 않을까. 태워 버려야 할까. 태울 때 태우더라도 일부는 남겨서 함께 여행했던 공간들을 다시 찾아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건축한 멋진 나무집은 어전이다. 다다미가 잘 깔려 있어서 걷기에 편안했다. 호랑이와 민화와 꽃그림으로 장식된 내부도 소박하고 단정해서 좋았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시원한 실내를 걸었더니 여행을 부티나게 하는 느낌이다. 어머니도 잘 다니신다.


맛있는 녹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우리만 먹었다. 어른들은 이제 차가운 것은 거의 못드신다. 그늘에서 사람 구경 하늘 구경 천수각 구경을 하며 쉬었다. 쉬는 것이 관광이다.

나고야 성의 정원을 돌아볼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일본식 정원은 특히 오사카와 도쿄의 정원은 거의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 다음 코스가 도쿠가원의 정원이니 어머니를 힘들게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정원은 보지 않고 다시 정류장으로 나왔다. 성에서 메구루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가면 정원이다.











깨끗한 시내를 돌고돌아 정원에 도착했다. 미술관도 같이 보고 싶었지만 많이 걸어야 하는 것은 삼가야 하므로 정원 입장권만 끊었다. 쿄토의 정원과는 달랐다. 자연을 많이 이용했고, 넓은 호수를 정말로 바다처럼 넓게 방치했다. 폭포 몇 개로 멋을 살렸다. 모기들이 달라붙어서 모기 기피제를 뿌렸다. 좋은 숲을 산책하는 것처럼 편안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넓은 마사토 정원이 없다는 것이 살짝 아쉬웠다.












푸욱 쉬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나왔다. 메구루를 타고 근대 건축물이 남아 있다는 거리로 나갔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보니 음식점 간판이 거의 없었다. 과연 음식점을 찾을 수 있을까. 멋드러진 여배우의 집 앞에 부모님을 쉬게 해 드리고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가까운 곳에 작은 음식점이 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운영하는 곳인지 깔끔하고 조용했다. 물론 이미 2시가 넘었으니 식사 시간도 넘었다. 카레라이스와 하이라이스 자루소바 정식 등을 주문했다. 따끈한 물을 달라고 했더니 그만 달라고 할 때까지 계속 채워 주셔서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일본인들에게 기대하는 조용하고 친절한 모습이었다.


수줍어 하시는 할머니와 머리 손질까지 하면서 촬영에 대비한 꼿꼿한 주인장의 침착하고 친절한 응대가 고마워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 나고야의 여배우 집에 오게 된다면 이곳에서 식사든 차든 하고 가면 괜찮겠다 싶었다. 가격도 착하고 음식도 깔끔하다.



일본 여행은 깨끗한 거리의 여행이다. 약간의 신선한 느낌과 깨끗한 거리가 걷기 여행의 즐거움을 준다. 나고야라는 도시의 한가로움도 편안했다. 여배우의 공간도 얼른 돌아보고 나와서 길거리도 한 바퀴 돌았다. 좀 더 자세히 살피며 걸어야 했지만 그냥 걸었어도 충분히 즐거웠다.













형제는 영어는 우리 엄마가 잘 한다며 헬로우만 한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포즈를 취한다.





여배우의 집 앞에서는 나고야역으로 바로 가는 메구루 버스가 없었다. 노리다케의 숲을 지나 도요타산업기술박물관도 지나고 나서야 역에 도착했다. 매우 편리한 곳에 내려 주었다. 나고야 게이트 타워. 바로 옆이 JR 센트랄 타워인데 복잡하다. 도요타 렌트카의 간판도 보이지 않는다.


와중에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중절모를 사기로 결정했다. 나는 렌트카 임대 시간이 있으니 사무실을 찾아 헤매이기로 했고, 우주신은 두 분을 모시고 쇼핑몰을 돌기로 했다. 네 번을 물어 물어, 결국에는 메리어트 호텔의 벨맨에게서 호텔 지하 2층에 도요타 사무실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무실의 위치는 간단했으나 우주신과 연락이 닿아야 한다.


우주신에게 1만원을 주고 모자를 사게 되면 사라고 했다. 그런데, 맘에 드신 모자를 발견했더니 가격이 2만원이었다. 한화로 지불하시고 모자를 맡겨 놓으시겠다는 것을 간신히 말리고 어렵사리 사무실로 찾아 내려왔다. 앞으로도 다섯 개의 도시를 더 돌아보고 이곳으로 다시 와서 차를 반납해야 하니 충분히 둘러 보시고 결정하라고 했다. 나중에 며느리들이 도착해서 아버님 모자는 며느리들이 사드린다면 안심시킬 때까지 못내 아쉬워하셨다. 누군가 사가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어렵지 않을 것이겠지만 일단 도코나메의 밀라고 호텔을 찾아야 한다. 나고야 역 앞의 혼잡한 길을 빠져나가 도시 고속도로로만 올라가면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빌딩 숲속에서 네비가 이리저리 춤을 춘다. 교통이 밀리니 차선이 끊기는데, 나홀로 횡단보도에 떡하니 올라서 있다.


호텔 밀라고의 불빛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네비는 근처만 빙빙 돌고 있다. 이미 고속도로에서 한 차례 회전을 하고 왔던지라 크게 당황할 일은 아니었다. 우주신이 구글지도로 주소를 찍어 다시 안내를 했다. 근처에 제법 큰 호텔이 있었는데도 어떤 표지판도 없어서 알지를 못했다. 호텔은 제법 규모가 있었고, 방도 넓직했다. 모든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그래, 이것이 정상이지.


호텔에서 아주 잠깐 쉰 다음에 지도를 받아들고 음식점으로 갔다. 숯불구이 주점의 문이 열려 있었고, 활기찬 일본인들의 웃음소리가 밖으로 세어 나왔다. 젊은 주인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열심히 메뉴를 설명한다. 아버님이 충분히 드실만한 설렁탕, 육개장 같은 메뉴가 있었다. 세 개만 시키고 돼지고기 숯불구이를 시켰다. 맛이 아주 좋았다. 겨우 허기를 달래고 있는데, 벌써 후발팀이 도코나메 역에 도착했다고 한다. 세상에나.


여자들이 세 명이나 더 합류하고 나니 분위기가 환해졌다. 공항은 붐비지 않았고 입국 수속도 신속하게 끝난데다가 전철은 금방 도착해서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부모님을 호텔에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감기 드신 몸이 무리하지 않으셔야 하기 때문이다. 식사도 맛있게 하셨다고 한다. 우주신이 거부해서 동생과 함께 두 분을 호텔에 모셔다 드리고, 캄캄한 도코나메의 거리를 호텔에서 빌린 두 대의 자전거로 달렸다. 아주 시원했다.


사케와 맥주, 돼지고기와 쇠고기, 샐러드로 온 가족 합체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한 팀은 자전거로 다른 팀은 걸어서 호텔까지 돌아와 입가심으로 맥주를 한 잔 더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