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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일본여행

삶터와 여행지가 하나로 되다_기소후쿠시마에서 온다케를 거쳐 다카야마로_171001 바스끄리씨예니에 Воскресенье

맥주에 사케까지 섞어서 마셨더니 머리가 묵직하다. 그래도 다다미방에서의 아침은 포근했다. 그리미는 약간 추웠다고 한다. 어제 일정이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는 있었으나 눈알이 깔깔하다. 하늘이 파랗다. 걷기에 좋은 날씨다. 아침 먹기 전에 기소(木曾) 시내를 둘러 보기로 했다. 1억 2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본 열도 곳곳을 빼곡이 채우고 산다. 지진의 영향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아파트 보다는 2층 단독주택들이 많을 것으로 추측한다. 도로를 잘 정비하고 적당한 크기의 대지를 만들어 집을 지으니 깔끔하다. 상하수도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개울물이 깨끗하다. 특히 이곳 중부지역은 3천 미터를 넘는 설산들에서 흘러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이 사시사철 흐르고 있어서 더욱 깨끗하다.


아침부터 동상 주변의 정원을 청소하시는 노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꼼꼼하고 차분해서 마당을 정리하는 것이 책꽂이를 정리하는 것처럼 깔끔하다. 인사를 건넬까 하다가 방해가 될까 싶어서 오가며 그냥 지나쳤다. 마을은 거저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다. 구계리 마을 입구의 풀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금왕읍에서 인력을 사서 베는 것같다.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정리를 하면 참 좋겠는데 안된다. 시간이 나면 내 할 일일 바쁘니 마을 공동체의 일을 살필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깍아지른 듯한 두 개의 산줄기가 마을을 병풍처럼 남북으로 막고 있고, 한 가운데는 기소까와강이 흐른다. 강줄기와 산줄기를 따라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남쪽이든 북쪽이든 하루 반 나절은 그늘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쨌든 맑고 푸른 자연 속에서 온천의 풍요로움까지 누리는 도시다.


잠깐 쉬는 동안에 일정을 바꾸었다. 이곳까지 왔으니 일본 100대 명산의 하나라는 온다케 산에 가 보기로 했다. 1인단 2,400원 하는 왕복 곤돌라를 타고 2,500미터를 올라가서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가 좋아 보였다. 정상까지 못 가더라도 왠만한 높이까지는 올라갈 수 있으리라.


아침 식사를 하고 열시까지 마을을 더 둘러 보기로 했다. 햇살은 따사롭고 시냇물은 반짝였다. 삶터와 여행지는 다른 느낌이겠지만 이렇게 작은 마을은 삶터로든 여행지로든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삶터라면 매일 매일이 여행자처럼 즐거울 것이고, 여행지라면 삶터처럼 친근하고 정겨울 것이다. 삶터와 여행지가 하나인 곳이다.










기분 상쾌하게 온다케(御岳)산으로 출발. 한 지 15분도 되지 않아서 길이 엇갈린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동생 차의 네비가 뭔가 이상이 있어서 목적지 설정이 잘 되지 않거나 엉뚱한 곳으로 된다. 교회라는 곳에서 십여 분을 기다리다가 일단 로프웨이 승차장까지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올라가는 동안에 바라본 산의 모습이 멋졌다. 날씨도 화창해서 더욱 그러했다. 기대가 되었다.


표지판도 많지 않고 무엇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험준한 산을 이리저리 한참을 돌아 로프웨이 탑승장에 도착했다. 10% 할인권을 제출하고 먼저 4장의 티켓을 끊었다. 2,500미터의 기온은 11도로 쌀쌀할 것으로 보여 바람막이를 하나씩 챙겨왔다.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은 그리미가 커피 한 잔을 달라고 했더니 말이 통하지 않아서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나를 부른다. 직원이 영어가 가능한 누구를 부른다. 네스카페에서 도보로 온다께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행사가 있는데, 곤돌라를 타는 우리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느라 온 몸으로 엑스자를 그려대곤 했다는 것이다. 그냥 자판기에서 뽑아 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동생 차량이 험난한 코스를 돌아 도착했다. 양갱, 과자, 사과 등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곤돌라를 탔다. 제법 긴 코스였다. 시퍼런 물이 고여 있는 멋진 칼데라를 기대했지만 전혀 볼 수 없었다. 날씨가 좋아서 정상 부근까지 물든 단풍이 멋졌다. 3천미터 가까이에는 아무 것도 자라지 않는 모양이다. 2014년에 분화가 있어서인지 분화구 근처까지의 산행은 금지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어머니를 쉬시게 하고 산을 오른다. 8부 능선까지 오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온통 원시림이다. 하늘만 겨우 보이고 높이를 짐작케하는 그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다.











곤돌라 덕분에 온 가족이 높은 산을 즐길 수 있었다. 강렬한 햇살 덕분에 11도의 추위는 느낄 수 없었다. 왠만하면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메뉴가 파스타나 라멘이어서 다카야마로 가는 길에 적당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올라올 때처럼 한참을 구비구비 내려가다가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영어 메뉴도 있다. 쇠고기 정식도 있다. 여덟 사람이 들어가서 7인분을 주문했다. 아버지는 예상과 달리 중국식 볶음밥을 주문하셨다. 잡탕밥 비슷한 것이 나왔는데, 맛있게 잘 드셨다. 나는 쇠고기 정식을 시켰다. 1,240원. 동생은 라멘. 다양한 메뉴로 주문을 했는데도 순서대로 착착 잘 나온다. 운전을 해야 하니 술은 팔지 않겠단다. 식당 앞의 밭에서 농사도 지으시고, 비록 한 통이지만 벌도 키우신다. 밝은 표정으로 보아서 행복하게 사시는 농부다.









돈은 다 지불했지만 훈훈한 가족애를 서로 교환하며 농부 내외의 환송을 받으며 다카야마로 간다. 1시간 정도만 더 가면 된다고 한다. 말이 그렇지 시속 50의 제한 속도가 염려가 되어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동생차와 또 헤어졌다. 어머니의 기침이 호전되지 않아서 다시 드러그스토오에 가서 약을 사 왔다. 약을 사면서 우주신에게 체크인을 하라고 했더니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미리 체크인을 해 두어야 할머니가 일찍 들어가서 쉬실 수 있다고 했더니 수속을 해 놓았다. 수속을 마치고 나서 두 대의 관광 버스가 밀려 들어오는 바람에 호텔이 북새통이 되었다. 우리가 도착해서 여권만 복사하고 바로 입실을 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푸욱 쉬시고 싶다 하신다. 시내 야경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요기할 음식을 사오기로 했다. 오후 5시만 넘으면 술집을 제외한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로 그럴지는 몰랐다. 쉴 줄 아는 사람들이다. 한 푼 더 벌기 보다는 한 시간의 여유 시간을 즐기려 한다. 불꺼진 골목도 괜찮기는 했지만 너무 썰렁하니 식사나 하고 들어가자고 한다.


말을 걸어오는 일본인들 집단. 여호와의 증인이라고 한다. 나중에 들었다. 한국말로 이것 저것을 물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회전초밥집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한참을 의논하더니 한 곳을 가르쳐준다. 가격도 괜찮고 맛도 좋다고 한다. 히다 다카야마 역에서 10분 이상을 걸어서 도착했다. 분위기도 좋고 사람도 많다. 한 테이블을 예약을 했다가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아서 두 사람씩 떨어져 앉기로 했다. 스시가 매우 맛이 좋았다. 부모님 드실 스시 2인분과 안주용 모듬 튀김까지 14,000원이 안된다. 


기분좋게 식사를 하고 좁은 호텔방에서 몸을 비비며 맥주 한 잔을 했다. 비상식량으로 준비해 간 오뚜기 우거지국과 함께 스시 도시락을 드렸더니 두 분도 맛있게 드신다. 방이 너무 작아서 호텔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제법 긴 하루였다. 툭 떨어져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