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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1.3톤의 등짐도 견뎌낸다_무를 뽑고 찰벼 방아를 찧다_171114 Xīngqí'èr вторник

1만 km가 넘어선 헤르메스는 여전히 충실한 나의 발이 되어 주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배터리 한 개로 충분히 가능했던 거리가 배터리 두 개를 써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벌써 세 번째 겨울이다. 지난 겨울들은 충분히 달리지 못했다. 이번 겨울도 큰 욕심은 내지 않는다. 물 흐르듯이 살아야 한다.


보건소까지 들렀다 오느라 시간이 제법 흘렀다. 아버지께서 맛있게 만들어 주신 새우튀김과 고구마 튀김에 막걸리 한 잔으로 요기를 하고 밭으로 갔다. 튼실하게 자란 무우가 두 줄로 마구 늘어서 있다. 전부 뽑으니 200개 정도 되는 듯하다. 한 포대에 12개씩 포장하여 주말에 처가집으로 옮겨 김장을 하기로 했다. 배추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뽑기로 했다. 


윗집에 새로 이사오신 백선생은, 집을 계약하고 심은 배추가 다 자랐는데, 날이 추워져도 김장을 준비를 하지 않는다며 엷은 걱정을 하신다. 뒷산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겨울에 난방도 하고 발전사업도 해 볼 생각이란다. 우리 태양광이 3년을 넘었는데, 연간 30만원 정도의 매출이 생겨서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15년 이상이 걸리니 당장 이익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해줬다. 또한 겨울에는 발전량이 100kw에도 미치지 못하여 난방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투자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마음이를 창고에 대고 볏가마를 다시 옮겨 실었다. 780kg을 등짐 져서 나르고 났더니 온몸이 후들거린다. 비가 내린다 하여 천막과 비닐로 잘 덮어두고 향악당에 다녀왔다. 지난 토요일 공연과 관련된 평가회를 겸했는데, 이런저런 지적이 있어서 몇 가지를 해명하고 조율을 했다. 좀 더 멋진 공연이 되기를 바라지만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쉽지 않다.


오늘 아침 어머니와 함께 태창정미소로 마음이를 끌고 갔다. 어머니는 정미소에서 기다리시고 나는 시간이 남아 도서관에도 잠깐 들렸다가 음성을 다녀왔다.  2시 반에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와 책을 몇 권 빌리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막 정미가 끝났다고 한다. 780kg의 찰벼를 가져와서 현미 200kg과 백미 380kg 합계 580kg을 얻었다. 작년과 비슷한 양이고, 메벼 보다 많다. 정미비는 15만원이 들었다.


780kg을 등짐을 져서 창고에 보관하고 새우와 고구마 튀김에 막걸리 한 잔으로 축하주를 마셨다. 팔이 후들거리지만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