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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얼떨결에 벼베기를 하다_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한 마음이다_171018

몸살기가 있어서 약을 먹고 좀 쉬다가 책도 보고 해금 연주곡 '적념'을 리코더로 부는 연습을 하며 '노래 참 좋다'고 감탄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뛰어 들어 오신다. 벼베기 준비를 하자 신다. 지난 주에 벼베기를 부탁할 때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어제 어머니께서 한 번 더 말씀을 하신 모양이다.


오후 2시 40분. 부리나케 옷을 갈아 입고, 빗방울이 떨어질듯 말듯한 날씨에 낫을 들고 논으로 갔다. 숨가쁘게 논 네 귀퉁이 콤바인 들어갈 자리를 베어내었다. 모퉁이 베기가 끝나자마자 콤바인이 들어오더니 쓱삭쓱삭 50분 만에 메벼논 벼베기가 끝났다.


8천만원을 주고 새로 산 콤바인이 일을 잘 한다. 잠깐 틈이 난 사이에 벼 수확량이 평년 수준의 절반 밖에는 안된다는 이야기며, 힘들게 풀 메지 말고 남들 하는 데로 하라는 등등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리 하나 저리 하나 수확량은 하늘이 정하시고,  농약 안 친 쌀 먹는다고 오십 년 더 사는 것도 아니라 한다. 그러마고 웃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한 마음이다. 힘들면 짓지 않으면 그만이다.


작년에 말린 벼로 1,260kg이 나왔는데, 올해는 말리지도 않은 벼가 간신히 1톤을 조금 넘겼다. 말려 봐야 알겠지만, 벼꽃이 피는 7월말부터 8월까지, 한 달 동안 쏟아진 비가 수확량을 감소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좋았다. 앞으로 열흘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니 벼 말리기가 좋을 것이다.


마당에 쏟아서 포장으로 덮어 놓고 내일 아침에 펴서 말리기로 했다. 꽁치 조림에 축하주 한 잔을 했다. 한 해 농사의 마무리가 비로소 시작되는 모양이다. 금왕인삼축제의 풍물공연은 취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