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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예초기, 호락호락 하지 않으나 할 일은 끝냈다_170907, 치띄예르그 Четверг

오전에 비가 내린다 하더니 새벽까지만 비가 좀 내리고 날이 밝다. 고장난 예초기 두 대를 들고 오늘 또 농협 농기계수리센터로 간다. 예초기 한 대는 조립 부품 하나를 결합하지 않고 조립해서 쓰는 바람에 너트가 겉도는 증상이 생겼다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을 잘못 사용했던 것일까. 망가진 부품과 없는 부품을 추가하여 금방 수리가 끝났다.


두 번째 예초기는 시동이 자꾸 꺼지는 증상이다. 계속해서 수리를 했는데도 한 시간 정도 작업을 하면 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박소장은 코일이 고장나서 그런 증상이 나온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라면, 2행정 엔진의 경우 기름을 빼놓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찌든 기름을 청소하고 점화플러그와 엔진룸만 청소하면 시동을 거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우리 예초기 모델의 경우에는 코일이 과열되고 나면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 것도 모르고 지난 2년 동안 계속 수리만 해서 가져다 놓고 쓰지는 못했었다. 버릴려고 했다가도 지난 2002년에 구입해서 정이 든 기계라 고쳐서 사용할 수만 있다면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늘 수리로 과연 근본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전기차와 듀얼클러치에 대한 이야기, 농기계에 먼저 도입된 크루즈 장치와 CVT 기어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면서 두 시간 가까이 걸려서 간신히 수리를 끝마쳤다. 그래도 즐거웠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알았고, 즐거운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바로 예초기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이번에도 호락호락 작업이 되지 않는다. 2행정 엔진의 주유 막음쇠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전부터 너무 뻑뻑해서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오늘 결국 부러져 버렸다. 다시 농기계 센터를 갈까 하다가 일단 뻰찌로 돌려서 주유구를 열고 닫았다. 그리고 칼날 앞의 볼트도 끝이 다 뭉개져서 제대로 조여지지 않는다. 오늘은 일단 그냥 작업을 하고 다음 주에 다시 한 번 수리센터에 가 봐야겠다.


밭둑 예초 작업은 쉬워 보였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한 시 반부터 시작해서 다섯 시가 넘어서 끝났다.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나 해야 할 일은 끝냈다. 청바지는 정말 좋은 작업복이다. 아들들이 입다 버린 청바지를 작업복으로 받아서 일 년 넘게 묵혀 두다가 지난 봄부터 가끔씩 입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매일 청바지를 입는다. 무겁기도 하지만 몸을 잘 보호해 준다. 오늘도 예초기 날에 튀어 날아오는 돌멩이에 허벅지를 세게 맞았는데, 놀랍게도 멍이 거의 들지 않았다. 모기들도 청바지는 뚫지 못한다. 능력있는 개미의 공격이야 피할 수 없지만 말이다. 


세 번을 쉬면서 천천히 했는데도 온 몸이 뻐근하다. 저녁을 먹고 쉬다가 7시 반이 넘어서 지지대쉼터로 출발. 정체가 풀려서 9시도 되기 전에 도착했다. 헤르메스를 내렸다. 스포크 하나가 또 끊어졌다. 1,400km 정도 주행했다. 월요일에는 삼천리에 가서 정비를 받아야 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 번도 쉬지 않고, 35km를 100분만에 부천에 도착했다. 준비해 놓은 통닭에 소맥 한 잔 하고, 보드카 한 잔을 추가했더니 알딸딸하게 푸욱 떨어졌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아직은 덥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