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새들의 침묵 속에서 땅콩을 캐다_170920 쓰리다 среда

목포와 진도로 조문과 성묘를, 광주에서 결혼식을, 음성에서 풍물놀이를 하러 돌아다니느라 일도 못하고 정리도 못했다. 좋은 세월에 전국을 다녔으니 좋아할 일이기도 하다.


비가 내리면 땅이 좀 부드러워질까 해서 비를 기다렸지만 제주도와 남부지방만 잠깐 적시고 무일농원에는 거의 이슬비만 내렸다. 사흘에 걸쳐서 땅콩을 캐야 했다. 딱딱한 흙을 호미로 뒤집어 땅콩을 거두는데 이 속에서 어떻게 알을 키웠을까 싶을 정도로 흙은 단단하다. 저녁 반나절을 돌덩이 같은 흙과 씨름했다. 축분 퇴비라도 왕창 들이부어서 땅을 더 살려내어야 하는 것일까.

어제 오후에는 마늘 캐는 쇠스랑을 가지고 나가서 단단한 땅콩밭을 뒤집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앉아서 작업하시는 두 분이 일이 훨씬 쉬워졌다고 좋아하신다. 밭을 뒤집으며 보니까 풀들이 엄청나게 씨앗을 매달고 있다. 쉬는 동안에 풀을 거뒀다. 다시 땅콩밭을 뒤집고 힘이 들면 풀을 거뒀다. 잔뜩 거둬서 개울가에 가져다 버렸다. 그렇게 이틀을 보냈더니 땅콩은 다 캐었고, 풀은 조금 자취를 감추었으나 아직도 온 밭에 그득하다.

이번에 땅콩을 거둘 때는 자질구레한 것들은 그대로 밭에 버려 두었다. 다람쥐가 되었든 들쥐가 되었든 양식이 될 것이다. 가짜 총소리에 놀라 달아난 까치들은 우리 밭에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새들의 침묵. 고요함이 좋으나 아름다운 새소리가 없어져서 심심하기도 하다. 이 허세의 위력도 2, 3년을 넘지지 못한다고 한다. 영리한 까치들이 금방 큰 소리에 적응이 되어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적어도 2년은 고라니와 까치로부터는 안전할 모양이다. 우리 논에까지 설치할 필요가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