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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일본여행

직접 해 보는 것이 최고의 연습이다_나고야에서 나고야 중부국제공항까지_171003, 프또르닉 вторник

더 자고 싶었지만 오늘은 여행 마지막 날이다. 호텔 주변이라도 간단하게 산책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깊이 잠이 들었었는지 피곤은 많이 풀렸다. 8시(восемь часов 보씸 치쏘프)에 아침을 먹기로 했다. 비록 하루밤 주차비 천원을 받고야 마는 호텔이지만 식사는 잘 차려져 있었다. 어제와 오늘의 아침 식사가 모두 만족스러워해서 다행이다. 아직도 미스테리한 것은 한 달 전에 예약할 때 57,861원 하던 숙박비(조식포함 트윈룸 4개)가 27일에 예약을 변경했더니 46,620원으로 낮아진 것이다. 미리 예약을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예전의 일이고, 이제는 인터넷 시대라 닥쳐서 예약할수록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한 번 확인해 볼 일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장점도 확인한 여행이었다. 일본 첫날은 싱글베드 두 개로 꽉 차 버리는 작은 방에서 잠을 잤는데, 마지막 날은 아주 여유있는 방에서 편안하게 보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유있는 방에서 회식을 하지 못하고 피곤에 지쳐 쓰러져 버린 일이다. 뜻대로 되는 일은 역시 없다.

구글지도로 길찾기를 해 보았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우주신에게도 길 안내를 하도록 했다. 내 안내가 틀린 것을 보니 아무래도 지도 방향을 제대로 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 없이 여행할 것을 대비해 디지털 기기를 완벽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닥쳐야 가능할 모양이다. 아이들이 있으니 건성건성 하다보니 제대로 하지 못한다.



호텔 주차장으로 짐을 옮겨 놓으려고 내려갔더니 주차 요원으로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셔서 친절하게 주차요금을 안내해 주신다. 우리는 지금 갈 것이 아니라고 말씀 드리는데도 영어가 전혀 안되시니 말이 아주 길어진다. 참으로 인내심이 강하고 친절하신 노인분들이다. 비록 주차요금 천원이 한국인의 정서로는 아깝지만 이분들에게 돌아가는 몫이라며 아깝지 않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시기를 빈다.


후발팀이 나고야성을 포기하기로 해서 온 가족이 함께 가톨릭교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어머니도 같이 가고 싶다 하셔서 함께 움직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호텔 멜빠르끄에서 불과 8분 거리다. 이 호텔은 치쿠사 에끼(千種駅) 바로 앞이고, 성당에서도 가까우며 트윈룸(금연)이 넓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아쉬운 점은 살가운 서비스나 영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6일 동안 일본의 집들을 보니까 질릴 때도 되었는지 모든 일본 집들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거리가 깨끗하고, 작은 주차장이 있고, 정원에 멋지게 가꿔진 소나무와 꽃과 화분과 인형이 있어서 보기에 예쁘다. 오래보다 보니 이 자체가 틀에 박힌 느낌이다. 그렇지만 그저께 밤 늦게까지 화분에 물을 주며 꽃들이 시들지 않도록 살피는 중년 남자의 모습을 보니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이 모습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1962년에 고딕 양식으로 건립된 주교좌 성당이라고 한다. 겉모습은 그저 그래 보였지만 일본 주택들 사이에 생경한 모습의 교회가 있어서 신선하다. 어머니는 먼 곳의 교회까지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리신다. 우리 식구의 교회이다보니 편안하고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고, 가는 성당마다 예의를 따져서 즐기지를 못했는데, 잔소리하는 엄숙한 사람들이 없어서 더욱 좋았다. 신과 나와의 편안한 대화가 좋다.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도 소박하고 멋지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해서 출입문만 찍었는데, 안정감 있는 구도와 단순화된 표현이 좋았다. 날이 잔뜩 흐려 있는데도 충분한 빛을 받아서 아름답게 빛났다. 살아있는 예수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 정도로 친근한 모습이었다. 고통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돌아오는 길은 아버님의 지휘 아래 일렬 종대로 돌아왔다. 한중관계가 회복되어서 시안의 진시황릉을 함께 다녀왔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일이 마무리되는 데로 준비해 보아야겠다.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원하시는 일들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두 팀으로 나누어 우리 식구는 열차로 이동하고 다른 식구들은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처음 운전을 하는 동생이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이틀 동안 운전연습을 충분히 했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뒤따라 다니면 결코 배울 수 없고, 직접 해 보는 것이 최고의 연습이다. 기름도 넣고 차량도 반납해 봐야 한다. 제수씨의 걱정어린 얼굴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이 단계는 스스로 넘겨봐야 한다.


치쿠사역은 두 개의 열차가 지난다. 메이테츠선과 JR. JR을 타고 카나야마(金山)역까지 가서 공항철도를 타면 된다. 세계 어느 곳이나 전철 시스템은 같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두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기차표를 한 번에 살 수가 없어서 두 번 끊어야 했다. 또 한 가지. 카나야마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기 위해서 개찰구를 통과하는데, 두 개의 열차표를 동시에 넣어야 퇴장과 입장이 되었다. 두 장을 같이 넣었더니 공항가는 열차표만 승차 표시가 되어 나온다. 친절한 역무원의 설명으로 알 수 있었다. 



전광판에 열차 안내는 잘 되어 있었지만 혹시 몰라서 역무원에게 공항가는 열차를 물었더니 시간과 플랫폼까지 정확하게 안내를 해 준다. 사람들이 적어서 편안하게 이동을 했고, 준급행(準急)열차라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 식구가 도착할 때까지 어머니는 계속 걱정을 하셨다고 하고, 동생이 차량 반납까지 마치고 온 식구가 합류하자 비로소 안심을 하셨다. 

식구들을 공항에 내려놓고, 혼자 기름을 넣고, 렌트카도 반납했다고 한다. 주유소가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조금 헤매었고, 반납 시간이 한 시간 늦은 12시였지만 추가 요금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은 한가한데도 1시 50분 비행기의 수속을 위해 10시 반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는 12시 10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주항공 카운터에 도착했는데. 정말 부지런한 여행객들이다.

부모님의 자리를 편안한 앞자리로 부탁했으나 다른 승객들이 너무 빨리 자리를 잡는 바람에 여의치 않아 식간이 좀 걸렸고, 동생의 라이터 두 개를 빼앗긴 것 말고는 큰 문제가 없었다. 전체 걸린 시간이 20분 이내였다. 20분 지연된 비행시간 덕분에 나고야에서 먹지 못한 히츠마부시도 먹고, 우동, 라멘, 닭날개 튀김에 생맥주까지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공항 내부의 음식점임을 감안하면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적당했다. 남은 돈으로 술 세 병 사고 커피까지 사 먹었다. 제수씨가 화장품 살 돈을 아껴서 우주신에게 용돈으로 주었다.

우주신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었다. 할아버지를 모시는 역할을 부여했는데,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니 귓가에 대고 차분하게 설명을 해 드려서 잘 들으셨고, 할아버지께 이런 저런 일을 부탁드려서 따라만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할 일을 하시면서 즐기는 여행이 되시도록 했다고 한다. 잘 난 아들이다.

어머니 덕분에 주차비도 절반 할인을 받아 26,000원. 두 방향으로 나뉘어 움직였다. 우리는 부천에 도착해서 와사비 치킨에  부드러운 생크림 맥주를 마시며 여행 후일담을 나누었다. 동키호테에서 사 온 크림맥주 기기를 이용했다. 후일담 결과, 참 잘 다녀온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