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규모에 비하면 너무 방이 좁아서 민망했다. 비즈니스 호텔 수준의 호텔 루트인 그란티아 히다 다카야마 (ルートイン グランティア 飛騨高山). 아무래도 겉모습에 너무 현혹된 모양이다. 가격도 48,900원(더블룸 2개, 트윈룸 1개, 싱글룸 2개, 조식 포함)으로 비싸고, 위치도 관광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우리는 빌린 차가 있어서 이동은 괜찮았다. 무료 셔틀버스(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가 히다 다카야마역까지 운행하고 있어서 편하게 놀 수 있으나 저녁을 먹으며 술 한 잔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아침을 잘 챙겨먹고 다카야마 옛 마을 구경을 나간다. 차량 두 대로 마을 전체를 살살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다. 마치 담함을 한 것처럼 주차요금은 똑같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시간당 100원으로 저렴했으며, 곳곳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편리했다. 폐기된 마을처럼 어둑컴컴해서 썰렁했던 어제 저녁과는 달리 관광객들이 많아서 활기찬 마을이 되었다. 걷기에 좋았다.
비가 내릴 것에 대비해 우산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으나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가족들 모두 밝은 얼굴로 마을 여행을 즐긴다. 기침감기로 힘드신 어머니도 손자와 딸의 보호를 받으며 즐기시니 다행스럽다. 그것이 그것인 기념품도 보기에 좋고, 고헤이 모찌와 히다규로 간판을 내건 식당들도 예뻤다. 1인분에 4천엔 가까이 하는 히다규를 먹을까 잠깐 고민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 온몸에 지방덩어리가 박힌 고기라 부드럽기는 하지만, 글쎄다. 가족들 모두 동의했다.
현대식 인력거가 서 있어서 부모님을 태워 드렸다. 15분에 4천원이니 저렴하다. 사람이 힘들게 끌어야 하니 타고 싶지 않다 하셨지만 좋은 추억이 되셨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여자분이 끄는 인력거도 있었고, 손님 두 사람을 태우고도 마을 설명을 하면서 인력거를 잘 끌고 다닌다. 어디에 작은 모터라도 달아서 힘들지 않게 발전시킨 모양이다. 인력거 앞에서 실컷 기념 촬영도 했다. 일제 시대에 고생하셨던 두 분이 조금이나마 보상받으셨으면 좋겠다.
미야가와 강변에서 열리는 아침시장에 가서 사과도 한 봉지 샀다. 7개 300원이니 정말 저렴하다. 맛도 좋았고, 비상 식량으로 공항에서까지 먹을 수 있었다. 먹지 못하는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사과를 좋아해서 좋은 간식을 준비했다.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만 이 시장에서 판매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 매일 아침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한 두 가지씩이라도 팔아준다면 농부의 삶은 풍요로울 것이다.
그러고도 한 시간 여를 더 돌았다. 이곳에서 일찍 출발하려고 7시부터 식사를 하며 서둘렀는데, 두 시간이 넘도록 웃고 즐기는 바람에 최초 계획된 출발 시간이 되어버렸다. 패키지 여행도 아니니 실컷 즐기는 것이 좋다. 모자를 사 준 며느리들에게 보답하는 용돈을 하사 받아서 기념품 점에서 며느리들 기념품으로 예쁜 도자기를 샀다.
작은 강으로 물이 흐르는데 맑고 깨끗하다. 물고기들이 놀고 쓰레기 한 점 보이지 않는다. 잘 버리지도 않겠지만 분명히 누군가가 열심히 줍고 있고, 주울 수 있도록 충분한 대접을 해 줄 것이다. 노동하는 사람은 자신의 노동으로 신성한 기쁨을 누리며 공동체에 기여하고, 공동체는 모든 노동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보상해야 한다. 그러면 이런 깨끗한 하천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절을 둘러 보기로 했다. 신사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서 주로 절을 방문하게 되는데,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주차장도 넓다. 무료다. 작고 예쁜 절들을 보는 데, 가장 감동받은 곳은 화장실이다. 여느 화장실처럼 작고 깨끗한데, 히노끼를 사용해서 은은한 향이 난다. 암모니아 냄새가 아니라 자연의 냄새다.
이제 시라카와고(白川郷)로 가야 한다. 갓쇼쭈꾸리(合掌造り)를 보러. 겨울에 눈을 배경으로 보아야 멋지다고 하는데, 그냥 가본다. 산골짜기 구비길은 어제 그제 다 돌아보았는지 오늘은 다카야마 시내에서 곧바로 고속도로를 타더니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곧바로 내린다.
우선 기차역 앞의 휴게소에서 카드 신공으로 아침에 산 사과를 다듬어 온 가족에게 먹였다. 어제 마고메에서 산 사과보다 더 맛있고 크다. 어제 오늘 많이 걸어서 다들 힘이 들었지만 잘 먹고 잘 견디고 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우리 가족들의 휴게소로 잘 쓰고 잘 정리하고 집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간다. 비가 제법 내리지만 가벼운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 정도다. 날도 따뜻하여 어려움이 없다.
곳곳을 잘 정리해 두어서 거닐기에 좋았다.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을 보는 듯하다. 왠 백인들이 집 하나를 전세 내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말을 하기도 그렇고.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커다란 남여다.
한 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니다가 고헤이모찌(五平餅 : 쌀을 나무 꼬치에 붙여 구워낸 다음 땅콩이나 호두가루를 섞어 만든 된장 소스를 발라 먹는 여행자들의 주먹밥)로 간단하게 점심을 하고 전망대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 본 다음에 나고야로 출발했다. 벌써 꽤 많이 걸었는데도 어머니는 여행을 잘 하신다. 아버지께서는 모자가 기다리는 나고야로 어서 가고 싶어 하신다. 전망대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다.
나고야까지 170km. 시속 80으로 달리자니 답답하다. 1차선의 고속도로는 산을 뚫어서 만든 터널의 연속이어서 엄마 품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포근하다. 휴게소에서 온갖 쇼를 하며 찌뿌둥한 몸을 풀고 이것 저것 과자들도 사 먹었다. 노인들의 지팡이 걸이까지 완비된 완벽한 화장실에 감탄을 하고, 일본판 박카스까지 쭈욱 들이켜고 다시 출발했다. 동생은 졸리다고 휴게소에서 한 잠 자고 출발했단다.
나고야에 가까워 오면서 차들은 속도를 낸다. 그들을 따라서 최고 시속 120까지 달려 보았다. 거리가 확확 줄어드니 기분이 좋아진다. 돈도 많이 받으면서 속도도 못나게 하니 무척 답답했었다. 속이 시원하다.
계획대로 6시에 도착해서 멜빠르끄에 체크인을 하고 가족들이 쉬는 동안에 프리우스를 반납했다. 7시에 도착했으니 정산을 해 달라 했더니 1,400원을 되돌려준다. 말하지 않았으면 환불은 먼저 해 줄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8,500원을 주고 카드를 샀는데 9,500원을 썼으니 천원을 절약했다. 우산이 스무 개쯤 있어서 2개를 얻어왔다. 내일은 비가 제법 내린다고 한다. 오늘밤도 비가 제법 내린다.
반납을 끝내고 아버지가 손꼽아 기다리시던 일. JR 센트랄 타워 옆의 게이트 타워몰에 모자를 사러 갔다. 모자는 보관통까지 포함해서 26,000원인데, 세금환급을 받아서 24,000원에 샀다. 아버지는 큰 소원을 이루셔서 행복해 하신다. 며느리들 잘 둔 덕이다. 기분이 좋아서 저녁 식사 장소인 스시로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가시는 길에 30만원을 쾌척해 주셔서 그 돈으로 나머지 가족들의 선물을 사기로 했다. 택시비는 2,100원이 나왔다.
저렴한 회전 초밥집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붐빈다. 막 새우 한 접시를 시켜서 먹으려 했는데, 그리미가 하얗게 되어서 스마트폰을 잊어 먹었다고 한다. 쓸만큼 쓴 것이지만 이번 여행동안에 찍은 사진들이 들어 있어서 아깝다고 한다. 택시에서 내릴 때 내부를 충분히 살펴 보았지만 두고 내린 물건은 없었다. 아마도 길 위에 떨어진 모양이다. 함께 나가 보기로 했다. 길 위에는 없었다. 택시를 내린 바로 그 지점. 반짝거리는 까만 물체. 비를 맞고 있었다. 멀쩡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맑은 꿈을 꾸셨다고 하시더니 이런 일을 예상하신 모양이다. 그리미는 좋은 꿈 덕분에 폰을 찾게 되었다고 즐거워 했다.
매우 훌륭한 맛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스시들을 중심으로 맥주와 사케를 곁들여서 실컷 먹었다. 14,000원. 택시를 불러타고 4사람은 동키호테로, 4사람은 우리 차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비가 쏟아져서 도요다 렌트카에서 얻어 온 우산이 매우 유용했다. 9시에 식당에서 일어나 9시 반 쯤에 도착해서 블루투스 중계기와 과자, 겔타입의 파스 등을 사고 났더니 11시가 넘었다. 물건 사는 시간 보다 계산하고 세금 환급받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한-중-일 삼국의 쇼핑 전쟁의 현장을 보았다. 다시 택시를 타고(천원) 호텔로 돌아와 목욕을 하고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타이레놀을 한 알 먹어야 했다. 7시부터 시작한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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