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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개미 덕분에 작업을 멈추다_170906, 쓰리다 среда

축구 경기를 보다가 늦게 자는 바람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어머니가 마을 분과 함께 아로니아를 따러 가신다고 해서 모셔다 드리고, 잠깐 눈을 부쳤다 다시 일어났더니 9시다. 힘겹게 아침을 챙겨먹고 쥐똥나무 전지 작업을 하러 나갔다. 쑥쑥 잘 자라주어서 정말 고마운데, 봄 가을로 한 번씩 전지작업을 해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예초기로 기본틀을 잡고, 예초기가 작업하지 못하는 부분을 가위로 작업하는데 두 작업 모두 만만치 않다. 3-man-day 정도의 작업 분량이지만 사흘 동안 쉽지 않은 노동을 해야 한다. 고통스런 노동은 피해야 한다.


예초기 작업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아카시 나무를 베자고 하신다. 톱과 가위를 들고 밭둑에 단 1년 만에 훌쩍 커 버린 아카시 나무를 베었다. 꽃이 피면 향이 좋고, 맛 좋은 꿀을 제공하는 아카시 나무가 밭둑에 잘못 자리 잡으면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된다. 예초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밭둑의 풀을 다 베지는 못하셨으나 밭이 말끔해졌다.


점심을 먹고 뒹굴거리다가 아버지는 산책을 나가시고 나는 논으로 갔다. 지난 주초에 논둑 작업을 하다가 마치지 못한 부분을 해야 한다. 물꼬를 터 놓아서 논가는 잘 말라 있고, 쌀쌀해진 날씨에 풀들의 기세가 많이 죽었다. 힘든 낫질에 땀이 뻘뻘 낳지만 할 만했다. 정리가 되는 것이 눈으로 보이니 사기가 오르는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엉덩이 쪽에서 통증과 가려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긁어주고 일하고를 반복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마도 작은 불개미가 두터운 작업복을 뚫고 몸속으로 들어가서 홀로 외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모양이다. 집으로 뛰어와서 샤워를 하고 약을 바르고 나니 겨우 진정이 되었다.


낫질, 톱질, 가위질에 오른손이 혹사를 당했는지 장구채가 돌아가지 않는다. 좀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