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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헤르메스, 여성 라이더에게 굴욕을 당하다_150618, 목

오전에 9시부터 12시까지 땡볕을 맞으며 선글라스까지 끼고 찰벼논에 부직포를 깔았다. 어제 오후에 작업한 것까지 합해서 총 200미터를 깔았다. 감탄을 받아야 신나게 일할 수 있는데, 농사 방법에 대한 입장 차이로 격려가 아닌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을 하려니 맥이 빠졌다. 3자 회담으로 만장일치로 합의된 일만 할 수 있다면 훨씬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부직포는 다 덮었다. 앞으로 10월말 추수 때까지 4개월 정도를 버텨 주어야 일이 훨씬 편안해 진다. 논둑의 일부를 덮지 않았기 때문에 예초기는 돌려야 하고, 예초 작업을 하면서 부직포가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장마나 태풍이 오는 기간 동안에 논둑이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주어야 한다. 봄에 포크레인으로 논둑을 충분하게 눌러 두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믿지만 낫질을 하면서 논둑을 보면 약한 부분들이 제법 있어서 보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부직포를 언제 거두어야 할까 하는 문제도 있다. 제일 이상적인 것은 완전히 썩어 없어질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인데, 논둑에 풀이 전혀 나지 않으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해서 계속해서 쳐 두지를 못한다. 물론 내가 결정할 일이면 절대로 걷지 않을 것이다. 그냥 두고 논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다 보니 추수 직전에 거둬야 한다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까는 것 만큼이나 걷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논둑에 비스듬히 깔린 부직포의 핀을 먼저 제거한 다음에 논둑 위로 똑바로 끌어 올려 차분히 개는 작업을 해야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 마음이에 헤르메스를 싣고 움직인다. 마음이의 에어컨 가스가 1년 만에 빠져 버려 뜨겁다. 창문을 열고 구성의 무료 주차장까지 이동한다. 무려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 70키로의 물리적인 거리를 한 시간 이내에 처리할 방법은 없다. 지금 문제는 한 시간의 운전이 아니라 너무 뜨거운 차 안이다. 다시 한 번 에어컨 가스를 주입하고 이동해 봐야겠다.


자전거 도로로 들어서니 마음은 편안하다. 여성 라이더에게 추월당하는 굴욕을 당하는데도 자전거 속도는 21키로를 넘기가 어렵다. 아마도 1단에서 자동으로 고정을 해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3단에서 고정을 했더니 24키로가 나온다. 6단으로 올리고 페달링을 더했더니 25키로까지 나온다.  그 정도는 되어야지. 다소 무리를 해서 쉼없이 움직였더니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여의도 편의점에서 세수를 하고 아이스 커피 한 잔을 하면서 푸욱 쉬고 있다. 앞으로 남은 거리는 23km 정도이니 한 시간 이상 더 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