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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노동의 고통도 지나가면 잊혀진다_170823 среда 쓰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병원진료를 위해 서울에 다녀왔다. 평일 오전인데 왜 이렇게 길이 밀리는지 두 시간이나 걸려서 병원에 도착했다. CT를 찍고, 점심을 먹다가 예전 동료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진료실에서 대기하다가 또 예전 동료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는데, 오전 8시(восемь часов 보씸 차소프) 반에 나와서 오후 4시 반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시지만 1년(один год 아진 고드) 후에 한 번 더 확인을 위해 CT를 찍어 보자고 한다. 저녁을 먹으며 아버지의 건강을 축하하는 축하주를 한 잔 했다.


새벽부터 신나게 비가 내리더니 오전 내내 오락가락 강력한 소나기가 몇 차례 더 지나간다. 여행계획도 짜고 대금도 불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3시에 흙살림 퇴비 6포를 밭둑으로 운반하였다.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기 위해서다. 수레에 3포씩 실어서 나르는데, 너무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힌다. 올듯 말듯 비는 내리지 않았다.

예초기를 둘러 메고 논둑으로 갔다. 지난 주에 급작스럽게 부천과 전남 장흥 두 개의 상가집을 다녀와야 해서 작업을 끝내지 못했다. 권씨가 공유된 논둑을 예쁘게 베어 놓았다. 내년 봄에는 내가 한 번 베어줘야겠다. 만일 그가 일을 해놓지 못했다면 오늘도 일을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 더워 숨이 막힌다. 두 번만 쉬면서도 끝낼 수 있는 일을 다섯 차례나 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무겁다.

예초 작업 중간에 물 대는 호스를 걷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불어난 개울물에 호스를 띄워두면 자연스럽게 길게 펼쳐진다. 물로 닦으면서 천천히 걷어올리니 일이 한결 쉽다. 

30미터의 논둑을 남겨두고 갈등했다. 몸 상태를 보면 중단해야 하는데, 해도 아직 조금 남았고, 30분 정도면 마칠 수 있는 일이어서 그만두기가 힘들다. 휴식을 취하고 억지로 일을 했다. 노동이 고통이 되는 순간이다. 잘 이겨내고 힘든 걸음으로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야외 샤워실에는 모기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어서 포기하고 세탁기를 돌린 다음 실내 욕실에서 몸을 씻었다. 7시 반. 4시간(четыре часа 취띄례 차싸) 반이라. 과한 노동이다.

옆집 반장댁 논은 전체 논의 벼가 전부 쓰러져 버렸다. 아직 벼이삭이 땅에 닿은 것은 아니라서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큰 문제가 안될 것 같기도 하다. 내일 내리는 비의 양이 문제다. 우리 논도 9, 10월을 잘 넘기지 못하면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배수로를 열심히 낸 돼지네 논이 부럽다. 내일은 논가의 잡초도 베어내고, 배수로도 정비해야겠다.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저녁을 먹고 30분을 누워서 쉬었다.  노동의 고통은 사라지고, 그러면서 잊혀진다. 향악당에 가서 9월 말 공연에 대비한 연습을 시작했다. 쉬운 가락인데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하려고 하면 긴장이 되고 실수를 하니 치열한 연습이 필요하다. 눈이 자꾸 감긴다. 슬류댠카에서 편안하게 놀던 때가 떠오른다. 벌써 스무 날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