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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러시아여행_바이칼에서 블라디보스톡

바이칼호에서 물수제비를 뜨다_막심 택시로 딸찌박물관을 가다_170730, воскресенье 바스끄리씨예니예

믹스 두 봉지를 털어넣은 커피와 이틀된 빵, 어제 사 왔지만 싱싱함이 떨어지는 체리로 아침을 먹는다면 잘 먹는 것일까. 어제 밤에 미리 끓여 식혀 놓은 물에 홍차를 살짝 우려내어 마실 물을 만들었다. 맥심 커피를 두 봉지나 넣어서 머그잔 가득 커피를 만든 이유는, 러시아 소금이 입에 맞지 않는지 너무 짜서 도저히 그냥은 빵을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딸기쨈이라도 사올까 하다가 짐 늘리기 싫어서 그냥 두었다.


러시아의 아이들이 부르거나 빅토르 최가 부르는 'кукушка(꾸꾸쉬까 cuckoo)'를 번갈아 들으며 러시아에 온 기분을 만끽했다. 불리워져야 했을 노래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부르지 못했다. 심지어는 아직 노래로도 만들어지지 못했다. 자유와 평화, 사랑을 위한 것들. 그리하여 주먹을 굳게 쥘 것이다. 바로 이렇게(Вот так 봇 딱).  


Песен еще ненаписанных, сколько? [삐쏀이-쇼니나-삐싼늬흐, 스꼴리까?]
아직 씌여지지 않은 노래가 얼마나 되는가?

Скажи, кукушка, пропой. [스까쥐꾸-꾸쉬까, 쁘라뽀이]
말하라, 뻐꾸기야! 노래하라! 


여행 내내 빅토르 최의 그룹파 끄로비(группа крови / blood type) 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떠나고 목소리만 남아 있는데, 그의 목소리에 새로운 음원을 입혀서 전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CD 를 하나 사온다고 하다가 그만 잊고 그냥 왔다. 아깝다. 



어둠을 밝히는 백열전구가 귀엽다. 오랜만에 일상 속으로 들어와 주어서 그런 모양이다. 하나 둘씩 일어난다. 9시 20분까지는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오늘도 해야 할 일정은 제법 많다. 발쉬에 꼬띠를 다녀오고 싶은데 과연 될 지는 모르겠다. 배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예약시간 보다 10분 먼저 아파트 현관을 나섰다. 대기하고 있던 차가 우리를 발견하고 바로 앞으로 움직여 온다. 그랜저를 신청했는데 차량이 바뀌어서 해치백이 왔다. 큰 문제는 없다. 에어컨도 되는 차량이다. 어제밤 천재가 막심 어플을 검색해 보더니 차량의 종류, 에어컨 가능 여부, 짐의 갯수 등등 상세한 내용까지 선택해서 차량을 부를 수 있다고 해서 신경써서 선택을 했다. 마치 렌트카를 예약하면 운전자까지 포함되어 빌려주는 것과 같다. 참 편리한 제도다. 딸찌까지 일반 차량을 선택한면 850py 정도인데, 에어컨이 되는 대형차량을 선택하면1,000py이 된다. 3,000원 정도의 차이라서 업그레이드를 했다. 그런데, 그랜저 소유자가 일이 생겨서 도요타 해치백 소유주로 바뀐 모양이다. 짐이 없는데 짐칸이 넓어서 쓸데 없기는 하지만 실내 면적이 넓어서 공기가 훨씬 시원한 느낌이다. 이렇게 교통비를 과감하게 쓸 수 있는 것은 관광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80만원이나 잡아 둔 관광비용이 거의 소비되지 않고 있다. 돈 내고 보는 관광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시내에서 리스트 비얀카(Листвянка)로 가는 바이칼로에 접어 들자 차량의 속도가 100으로 올라간다. 게다가 두 대의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세상과 소통하면서 운전을 하니 더욱 불안하다. 통화를 하며 운전을 할 때가 제일 안전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운전에 집중하면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도로를 100 이상으로 달리고, 문자라도 날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자꾸만 차도를 벗어나는 느낌이다. 통화할 때는 시속도 80으로 떨어지고 차선도 잘 지킨다.


47km 지점의 딸찌 목조주택박물관에 도착했다. 관광버스 4대가 우리 앞길을 막고 있다. 소형차 주차장에 차를 대고 1,000py을 지불했다. 박물관 매표소에는 거대한 현금 다발을 든 가이드가 일일이 표를 사고 있다. 카드를 받지 않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사고 없이 잘 끝내기를 빌어준다.


네 사람의 입장료와 함께 사진 촬영비도 같이 지불했다. 얼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수증도 이미 버렸다. 





매표소 옆은 바로 숲이다. 서늘한 기운이 제대로 시베리아에 와 있는 느낌이 난다. 제일 먼저 장승이 우리를 반겨준다. 브랴트족은 한민족과 뿌리가 같은 모양이다. 씨름과 같은 운동도 있다고 하고, 샤머니즘과 장승 문화까지 공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산책길은 잘 닦여 있고, 잘 관리되고 있다. 짧은 것이 흠이어서 다시 돌아나올 때도 주차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한 번 더 걸어 나왔다. 


사진에서 본 파수대와 교회가 예쁘고 정성을 들여 만든 느낌이 나서 꼭 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엄청난 돈과 고뇌에 찬 예술행위가 들어가 있지 않은 평범한 목수들과 병사들의 솜씨로 만들어진 예술품들이다.


똑같은 것들을 파는 기념품 가게들이 너무 많아서 한 두 군데만 둘러보면 금방 상황 파악이 된다. 가볍게 오락가락 하는 비를 우산과 모자로 피하면서 두 시간 가까운 산책이 즐거웠다. 배가 고프다. 얼른 리스트비얀카로 가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도로가의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차를 한 대 세웠다. 태워주나 했더니 그냥 서는 것이라고 한다. 금방 마르쉬루트까가 도착했고, 두 사람이 내려서 딱 네 자리가 남았다.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던 길가 곳곳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고, 사람들이 계속 타고 내린다. 작은 버스에 여섯 명의 사람들이 서 있으니 공기가 답답하다. 에어컨은 간신히 작동하는 느낌이다.


마약호텔 앞에 내려서 버스비를 물었더니 인당 80py(1,600원). 말도 안되게 비싼 가격이다. 한 시간도 넘게 대형승용차로 달려 오는데는 고작 1천 루블인데, 마을마다 서고 20분 정도 밖에 오지 않았는데 320py이라니. 아침의 승용차를 예약을 걸어둘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번역기로 한 번 시도해 볼 만 했다. 아쉬웠다.





호수 앞의 식당에서 문제가 생겼다. 바이칼 호를 바라보는 시원한 자리에 앉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우리가 주문하지 않은 엉뚱한 음식이 나오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짜증이 올라왔고, 그것을 우리 아들에게 풀어버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아들도 일이 안풀려서 우리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이런 된장. 멋진 바이칼호를 앞에 두고 마음에 상처가 생겨버렸다. 아무리 화해를 해도 못자국은 남는다.















예상대로 바이칼 호는 그저 바이칼 호수일 뿐이다. 궁금증은 완전히 해소되었다. 택시를 불러서 200py을 주고 곤돌라 탑승장으로 갔다. 편도 300py을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썼다. 어제의 후유증으로 허리도 살짝 아팠기 때문이다. 한참을 오른다. 체르스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이칼 호는, 뿌옇다. 여름의 동해바다처럼 수평선을 멋지게 드러내지 못하고, 해무가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새파란 바다는 아니다. 괜히 올라왔다. 살살 걸어 내려왔다. 중간에 마을 상점에서 콜라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마을의 여자 아이들과 인사놀이도 했다.














박물관 앞의 등대로 계단을 내려가면 바이칼 호변의 자갈 마당에서 한적한 호수를 바라보기에 좋다. 시원하고 습기도 없다. 우리 주변으로도 많은 여행객들이 바이칼을 즐기기고 있다.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아서 웃통만 벗고 차가운 물로 등목을 했다. 시원하다. 담요를 깔고 우리도 그들처럼 평화로운 호수를 즐긴다. 그러다가 물수제비를 떴다. 왕년에 잘 나가던 투수답게 멋진 폼으로.






물수제비로 간신히 아빠의 권위를 회복하고 박물관 앞으로 나왔다. 마르쉬루트카는 사람이 꽉 차서 우리 넷을 태울 수 없었다. 실망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아무 차나 세웠다. 1,400을 부른다. 1,000을 부를까 하다가 1,200만 불렀다. 하라쇼. 비뚤어진 의자에 몸을 눕히고 이르쿠즈크로 가자고 했다. 이르쿠즈크는 발쇼이 고랏이란다. 마드늬 끄바르딸로 가자고 했다. 좋다고 한다. 빈 차로 갈 것을 걱정하다가 또 손님을 태운 그는 신이 나서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10분 여를 통화하고 운전에 집중한다. 시속 100이 넘을까 걱정했는데, 80으로 얌전하게 간다. 돌아가는 차가 굉장히 많고, 자전거 여행객들도 스무 명이 넘어 보인다. 차 상태도 매우 험하다. 그리하여 조금 마음이 편하게 시내에 도착했다. 오후 6시다. 목표 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발쉬에 꼬뜨 트랙킹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드늬 끄바르탈 3층에 목표로 했던 안뜨레꼬뜨는 예약이 꽉 차서 테이블을 내줄 수 없다고 한다. 약간 아쉬움은 있지만 집 앞에 비장의 샤슬릭 레스토랑이 있다. 슬라타에 들려서 몇 가지 필요한 것들 - 샴페인과 도시락면 음료수 등등을 사들고 천천히 걸어서 숙소 앞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이름도 모르는 이 레스토랑은 가족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방과 오븐의 규모가 상당하고 테이블도 많다. 깨끗하고 고급스럽다. 손님들은 우아하게 앉아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를 한다. 직원들은 매우 당황해 하면서도 침착하게 중국어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구글번역기와 인스타그램과 그림을 보면서 열심히 주문을 했다. 우리가 원하는 샐러드인 오이와 토마토 샐러드는 메뉴에 없는데, 원하는 데로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모든 음식들이 짜지 않고 무난한 맛이었다. 다양한 접시에 정성스레 맛을 낸 음식들을 멋스럽게 담아 내 왔다. 감동이다. 마지막에 크로아상과 피자까지 추가로 주문을 해서 총 1,850py. 100py의 팁까지 더해서 계산을 했다. 대접받은 기분이다. 잘 먹었다.


샴페인과 보드카로 입가심을 했다. 이르쿠즈크의 마지막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