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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러시아여행_바이칼에서 블라디보스톡

바이칼의 KFC_170731, 이르쿠즈크에서 슬류댠카로 понедельник 빠니질리닉

보드카 한 잔과 샴페인 두 잔의 영향인지 밤새 잘 잤다. 날도 시원해서 이불을 덮었다 벗었다 하면서 푹 잤다. 7시 알람 소리에 잠을 깨서 커피물을 끓이는 동안에 오렌지 쥬스를 한 잔 마시고, 어제 밤에 돌려놓았던 빨래를 정리했다. 밤새 잘 말랐다. 공사장의 망치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니 여행의 행복을 느낀다.


첸트랄늬 빠르끄(Центральный парк 중앙공원)을 산책한다는 계획은 무산되었다. 아침으로 슬라타(слата)에서 산 도시락과 오뚜기 밥 두 개, 무말랭이와 김, 커피와 홍차, 요구르트 등등을 준비했다. 밥이 들어가니 배가 든든해진다. 도시락면도 수프로 충분하다. 딸기잼을 바르니 짠 식빵도 잘 넘어간다. 다행이다. 빨래도 모두 말랐다. 금방 약속한 11시 반이 된다. 쉬는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른다.


숙소의 주인 남자는 부랴트인이었다. 아들들의 발쇼이(большой)한 모습에 매우 놀란다. 드바 씌나(два сына / 아들이 둘이냐). 그의 목소리에서 부러움이 묻어나왔다. 막심(максим)을 불렀다. 짐가방 4개까지 포함해서 190py. 차량은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 가빈다(Govinda)는 인도 음식점인 모양이다. 간단하게 차려져 있지만 먹을만 했다. 노란 커리에 흰 밥, 샐러드 한 통, 생강차까지 받았다. 각자 원하는 음식을 덜어 먹었다. 레몬을 띄운 부드러운 생강차의 맛이 의외로 훌륭했다. 계피를 넣어 강하게 끓여내는 우리의 생강차도 좋지만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생강차도 훌륭했다. 4명 합계 1,150py. 가격도 저렴하고 조용하고 깨끗한 식당이라 마음에 든다. 짜지도 맵지도 않으니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이르쿠츠크 역 앞의 아이리쉬 팝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아이스커피 셋트를 받고, 진저엘과 펩시, 하이네켄을 마셨다. 아이리쉬 팝이었으니 기네스를 마셔야 했는데. 알콜은 당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신사의 주장이 진실이었으면 좋겠다. 원숭이였다가 돼지가 되고 마는 술꾼의 운명.


I only drink to make you more interesting.


40분 정도 편안하게 쉬다가  3번 입구로 들어가서 플랫폼에서 대기했다. 러시아 횡단열차의 3등 좌석칸은 덥다. 밖은 시원한데. MTC는 약속과는 달리 열차 안에서 인터넷을 제공하지 못한다. 정차했을 때도 안되니 달릴 때는 두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250번 열차는 울란우데행이다. 좌석은 여유가 있었다. 자작나무 숲을 따라 산과 들을 가로질러 천천히 달린다. 높은 소나무들이 키만큼이나 곧고 시원하다.  2시 18분 정시에 출발하고, 두 명의 차장이 표를 수거해 간다. 편안하게 내릴 수 있도록 안내해 줄 모양이다. 고마운 일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셋트를 만들어 준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우리가 직접 당하니까 더욱 재미있다. 잘 먹고 나더니 씩씩해진 그리미가 앞장 서서 무려 두 개의 캐리어를 끌고 보무도 당당하게 플랫폼으로 향한다. 휴식이 건강을 만든다.





기차길을 따라 펼쳐져 있는 외곽의 집들은 작은 정원과 집만큼 작은 비닐하우스, 텃밭이 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시골들녁은 평화롭다. 달리니까 시원하다.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160분 내내 같이 달린다. 드넓은 초원은 눈을 시원하게 하고.


슬류댠캬에 가까이 올 수록 바이칼이 자꾸 보인다. 샤먼 바위 근처의 비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며 놀고 있다. 단점은 그늘이 없다는 것이다. 살이 다 익어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안내양이 미소를 띄며 다가와서 그리미에게 네 사람의 차표를 돌려주며 서명을 해 달라고 한다.


슬류댠카 역에는 철도직원 누구도 나와 보지를 않는다.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육교를 건너 그냥 땅에 내리니 '딜라이트'의 주인장 예브게니가 기다리고 있다. 고맙다. 짐을 싣고 숙소로 갔다. 그가 손수 지은 나무집이다. 2층이 우리 숙소이고, 아래층은 욕실과 거실 겸 식당이다. 차를 한 잔 대접하겠단다. 고마운 일이다. 차를 마시며 20년 전에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이곳 바이칼로 이사 온 사연을 듣는다. 도시 보다 바이칼이 너무 좋아서 이곳에 정착을 했고, 아이들의 교육비가 많이 들어서 이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비는 1년에 200만원 정도다. 정말 싸구나.




이르쿠츠크로 가는 마르쉬루트카의 시간표다.

택시를 타지 않고도 쿨뚝 비드로 가는 것이 가능하다.














일단 6시까지 휴식을 취하고 마을 구경을 나갔다. 작은 마을이다.  그 유명한 King Food Clyudyanka로 가서 저녁을 해결했다. 생각보다 넓었고, 맛있었다. 그냥 패스트푸드점이다.


역앞에 극장이 있고, 분수대가 있다. 시원하다. 물이 힘이 넘친다. 인형 같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논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마구 마구 뛰어 다닌다. 전 세대의 연령이 작은 시골 마을을 활기차게 만든다. 차가 지나가는 도로에는 먼지와 매연이 가득하지만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슬류댠카를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

교회가 아름다웠다. 그냥 지나갔다.


바이칼이다. 바다처럼 넓었으나 제주 바다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자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정원과 텃밭과 반야를 구경했다. 우리가 좋아해 주니 그들이 좋아했다. 보드카가 나오고 차이가 나오고 삶지 않은 완두콩이 나왔다. 열 시가 넘어서까지 그들의 바이칼 호수 스케이팅 여행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은하수는 이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내일 아침 7시에 산을 오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