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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러시아여행_바이칼에서 블라디보스톡

시작부터 혼돈, 걱정은 걱정일 뿐이다_인천에서 이르쿠즈크로_170728 пятница 뺘드니짜

결론은 막심이다. 밤이든 낮이든 무거운 가방을 끌고 생전 처음 보는 러시아의 낯선 거리에 내렸다면 얼른 MTC 심카드를 사고 막심을 깔아서 택시를 불러야 한다. 거리, 캐리어 숫자, 에어컨 유무까지 선택해서 부를 수 있다. 일단 숙소를 잘 찾아가는 것이 급선무다. 백야라 해서 밤 열 시까지 훤했는데도 버려진 것처럼 암담했다. 게다가 열시 반이면 대중교통이 끝난다고 했으니.


어제 저녁까지 필요한 티켓들을 출력하고, 단 하나 남은 문제를 풀지 못했다. 꽤 어렵고 중요한 문제다.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를 찾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할까? 답을 찾지 못하다가 캐논 매장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부천 인근 지역 캐논 판매점을 전부 전화했는데, 충전기는 판매하지 않는단다. 주안에 있는 캐논 수리센터에 전화했더니 마침 있다고 한다. 가격은 2만 5천원. 일단 하나의 대안은 확보되었다.

점심으로 버거킹을 먹고 싶어서 같이 해결해 보기로 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있는 업체들을 검색해서 전화했더니 있단다. 가격은 12,000원. 게다가 가까운 구로구처에 버거킹도 있다. 할인권을 다운받아서 출발. 천재와 함께 전철을 타려다가 날씨도 더우니 차를 끌고 가자고 했다. 실수였다.

잘 달리던 차들이 개봉역 인근부터 밀리기 시작한다. 구로역까지 40분이 걸렸다. 12시 반에 리무진을 타야 하는데, 벌써 11시 반이 넘었다. 천재가 신도림역으로 가고 나는 버거킹으로 가기로 했다. 교통카드를 둘 다 가지고 오지 않았다. 여행을 위해 카드 정리를 하면서 신용카드를 빼놓고, 캐시 카드만 가지고 왔더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돈과 카드를 나누고 구로역에 천재를 내려주었다.

버커킹은 금방 찾았다. 주차장이 없다. 두 바퀴를 돌고 나서 운좋게 만들어진 주차 공간에 차를 대고. 점심시간 직전이라 사람이 적다. 할인쿠폰을 찾느라 헤매었지만 무사히 주문을 마쳤다. 13,000원으로 점심은 해결했다. 역곡역에서 천재를 태웠다. 현금으로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었단다. 제품 시험은 해 보지 못하고 그냥 왔단다. 되었다. 잘 되겠지. 집에 도착해서 바지를 갈아입고 다시 역곡역으로.

1시 반에 출발하는 리무진이 있는데, 그냥 기차를 타보기로 했다. 가격은 절반인데, 두 번을 갈아타고 계속 걸어야 해서 시간은 90분이 걸린다. 리무진 타고 느긋하게 와도 도착했을 시간인 2시 반에 S7 에어라인의 K 카운터에 도착했다. 의외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두 사람씩 점심을 먹기로 했다. 드디어 버거킹 개봉. 이런. 잘못된 주문이 접수된 모양이다. 불고기 버거 대신에 싱글 버거 두 개가 주문되어서 총 5개의 버거가 들어있다. 감자튀김 2개와 냉커피 두 잔까지. 구색은 갖추었는데, 너무 식어서 즐거운 맛이 아니다.  그래도 먹을만했다.

횡단열차에서 맛있게 먹으려고 죽 4개를 샀는에 액채라고 기내 반입이 안된단다. 천재는 친구에게 줄 귀걸이를 사고, 나는 f1.8 50mm 렌즈를 12만원에 샀다. 그동안 고민했던 품목인데, 눈에 띄길래 샀다. 그리미의 눈총이 심하다. 벌써 4번째 렌즈이니 혼이 날 만하다. 맘에 쏙 드는 렌즈가 없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사진이 밝게 나왔으면 좋겠다. 문제가 있다. 너무 확대되어 찍힌다는 것이다. 사용 평가에서 본 문제인데,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 거리가 멀어져야 하는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 흠.

117번 게이트까지 잘 왔다. 5시 5분 출발인데, 4시 20분부터 탑승한다. 비행기는 걱정한 것과는 달리 깨끗하다. 고장난 문도 없다. 아시아나와 코드 쉐어를 한 비행기라 그런가. 이륙도 부드럽다. 착륙도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두꺼운 구름이 대지와 우리를 갈라 놓는다. 천재가 러시아어 파닉스를 달라고 하는데, 없다. 여행 준비 자료로 공부하라고 하고, 숫자 읽는 것을 외우라고 했다. 그리미와 첫번째 숙소까지 가는 법을 다시 한 번 숙지했다. 이륙하면서 잠깐 졸았다. 개운하다.





음료와 식사 서비스. 사과 토마토 오렌지 쥬스와 물. 각자 시키고 나는 바다(물)와 사과쥬스를 시켰다. 알아듣고 준다. 그리미가 시킨 토마토 쥬스. 소금친 토마토 케찹을 준다. 넷이서 나눠 마셔서 간신히 먹을 수 있다. 사과 쥬스. 무난하게 달다. 알러지가 있는 그리미와 천재는 마시지 못한다. 오렌지 쥬스. 매우 진하고 맛있다. 바다는 물이다. 씩씩한 목소리의 영어 발음이 참 듣기 좋다. 기류는 대체로 평온하다. 현지 기온은 26도라고 한다. 숙소가 아파트다 보니 프론트가 없다. 집앞까지 찾아가서 로밍폰으로 전화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말이 통하기는 할까.

음료수를 주고 나서 저녁을 준다. 샌드위치 하나 덜렁 던져줄 것으로 알았는데, 멀리 가다보니  그래도 제대로 갖춰준다. 샐러드와 치킨라이스와 과일 후식과 쵸코웨하스까지.브로컬리와 강낭콩, 컬리 플라워로 만든  메인도 있다. 밥을 잘 먹고 있는데, 기체가 요동친다.여기저기서 비명이 저절로 터진다. 불안하다. 그리미는 멀미까지 난다고 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삭막한  황야다.떨어지면 큰일이다. 이 시간 또한 지나가리라.

백야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3시간 50분만에 이르쿠즈크 공항에 착륙한다. 출발도 10분 빨리 하더니 도착도 이르다. 좋은 일이다. 착륙은 매우 부드럽다. 기내에서 박수 소리가 터진다. 엄청난 기류를 지나온 기쁨의 박수다. 우리들의 기쁨처럼 맞이하는 이르쿠즈크의 노을이 아름답다. 삶이 이렇게 아름다운가.

천천히 한 사람씩 입국수속(passport control)을 한다. 여권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는다. 느리다. 게다가 제일 오른쪽 줄은 승무원들을 비롯한 우선 통과자들 때문에 추가로 열 네 명을 더 앞세워야 한다. 오른쪽 줄은 절대로 서면 안된다. 거의 한 시간을 냉방도 되지 않는 그 공간에서 꼼짝없이 줄을 서 있어야 한다. 화장실은 바로 옆이라 쉽게 다녀올 수 있다. 공항에서 해방된 기념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1.8 렌즈는 너무 당겨지는 바람에 사람만 찍어서 도대체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다.

바로 앞 버스정류장으로 왔다. 백 년은 되었을 낡은 디젤 버스가 3번 번호판을 달고 서 있다. 버스 안내도는 없다. 하늘에 전기줄이 있는 것으로 봐서 트롤리 버스가 지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4번 트롤리 버스의 존재를 누구도 모른다. 알 수 없는 러시아 말을 되뇌이며 고개를 젖는다. 마침 러시아어 공부를 한 아가씨가 3번 버스 기사에게 자세하게 우리가 갈 곳을 물어서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방금 전에 4번 버스가 지나갔으니 15분 이상 기다리면 올 것이라고 기다리라 한다.

5분 정도를 앉아 있었다. 부킹 닷컴에 의하면 7분 정도를 걸어가면 4번 버스를 탈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혹시 더 걸어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애플 지도를 켜고 미리 다운받은 지도를 이용해서 새로운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잘 안된다. 공항 맞은편에 공항호텔(Aero Otel) 쪽으로 걷게 되었다. 아예 호텔 프런트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차분한 아가씨의 도움으로 4번 트롤리 버스는 공항 앞 버스정류장에서 서는 것이 맞다는 것은 확인했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집 주소에 맞게.

초록색 706번 우버 택시를 타려고 하니 4번 트롤리 버스가 공항 앞 정류장으로 간다. 그들은 제대로 운행되고 있었다. 19도라는 온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더위에 지친 우리가 4번을 기다리지 못했다. 택시 기사는 과감하게 운전을 해 나간다. 구글지도를 보면 우리 숙소 방향으로 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목적지에 대한 오해로 택시 요금은 현지에 도착해서 알려 주겠다고 한다. 가방은 하나당 20루블. 운전중 통화가 너무 긴데다가 통화하면서 옆 차선에서 선, 아니 중앙 차선을 비롯한 모든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으니, 그저 옆에 우연히 따라 온 그의 친구와 이야기까지 해 가면서 운전을 한다. 불안한듯 불안하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아파트 같은 오피스텔 건물이다. 주인이 나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해다. 우리를 기다리는 친절한 러시아인은 없었다. 택시 요금 165py과 가방 요금 80py을 합해서 250py을 지불했다. 거스름돈은 받지 않았다. 짐을 다 내리고 출발하려는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시동을 끄고 그가 내린다. 집 주인에게 까레이스키(Корейский)들이 왔다고 전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차에서 돋보기를 꺼내 가지고 나오더니 전화를 한다. 통화를 마치고 천재의 구글 번역기에 20분 후에 온다는 글을 남기고 그는 떠난다. 쿨하고 고맙다.

구글 지도의 숙소 위치와 현 위치가 오차가 좀 있다. 갑자기 다시 더워진다. 우리는 숙소 앞에 제대로 서 있는 것일까. 사진에서 본 놀이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맞는 것 같은데. 천재와 그리미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빵을 사러 갔다. 손짓과 몸짓으로 크로아상과 이런 저런 빵을 구입하면서 레스토랑 안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지도를 켜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았는데, 위치는 여전히 차이가 난다. 축축한 더위가 다시 몸려오는 사이에 우버 택시에서 두 명의 아가씨들이 내린다. 우리의 가방을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영어로 만나서 반갑고, 동행은 자기 친구라고 한다. 아마도 혹시나 하는 우려 때문에 함께 왔을 것이다. 내가 더 불안했다. 그녀가 오지 않을까봐. 모든 걱정은 걱정일 뿐이다.

아파트는 7층 44호. 보안이 잘 걸려 있어서 열쇠와 카드 없이는 진입하기 어렵다. 거실 겸 주방이 있고, 더블베드와 소파베드가 있는 침실이 있다. 화장실은 세탁기까지 갖춰져 있는 깨끗하고 작은 오피스텔이다. 에어컨은 없다. 7,500py을 계산하고, 그녀로부터 이르쿠츠크 시내에 대한 안내를 받으라고 두 아들을 보낸다. 샤워를 하자 비로서 19도의 온도가 느껴진다. 북반구의 여름은 습기가 더위를 좌우하는 모양이다. 아침에 내린 비로 한 낮 28도의 더위가 19도까지 연결된 모양이다. 와이파이는 속도도 빠르고 안정되어 있다. 내일 돌아다닐 핵심 지역을 천재의 아이폰에 저장하고, 4개 지역의 지도를 다운 받아 놓았다. 12시가 넘었다.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