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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러시아여행_바이칼에서 블라디보스톡

떨리는 가슴으로 준비한다_170614, среда 쓰레다

천재의 제대 기념으로 러시아 여행을 계획했다. 비행기표는 지난 1월 17일에 sky scanner로 검색해서 1,945 싱가폴 달러(S$)를 결제했다. 인당 40만원이 안된다. 총 100 S$의 보험을 가입하면 비행기표를 취소하더라도 전액 환불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여행자 보험을 겸해 보험가입을 했다. 오늘 다시 검색을 해 보니 같은 비행기표가 인당 73만원이다. 미리 예약을 해서 33만원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비행기를 예약하고도 걱정이 많았다. 이르쿠즈크(Иркутск)로 가는 S7 에어라인이 러시아항공이 운영하는 저가 비행사이고, 비행기도 몹시 낡았다는 후기들이 많아서였다. 최근 10년 사이 큰 사고가 없었다고 하는데도 불안해지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지난 주까지 일정을 확정하고 숙소 예약을 마쳤다. 일정을 확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바이칼의 알혼섬(остров Ольхон 오스트랍 알혼 / 나무가 조금 있는 섬이라는 뜻 / 바이칼은 몽골인들이 징기스칸의 무덤이 있다고 신성시하는 곳인데, 제정 러시아에게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때문이다. 적어도 5일(пять дней 뺘드니)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데, 오고 가는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고, 섬에서의 숙박비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걷는 것은 좋지만 불편한 차 속에서 멀미를 참아가며 장시간 이동하는 것은 별 취미가 없다. 게다가 쏟아지는 은하수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백야라 별을 보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가족들 모두 여유로운 일정을 원했다. 푹 자고 조금만 이동하면서 한가하게 보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일정들을 매우 여유있게 조정했다. 알혼섬 5일이 빠져 버리니 이틀의 여유가 생겨서 이르쿠즈크와 블라디보스톡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바이칼 호수는 슬류쟌카(Слюдянка)라는 곳에서 2박 3일간 머물며 호숫가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했다. 다행이 그곳에서 출발하는 환바이칼 열차가 있어서 걷기와 관광을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숙소는 부킹닷컴에서 모두 아파트로 예약을 했다. 호텔에서 며칠이라도 묵고 싶었는데, 예상 보다 비싸다. 저렴한 중국의 호텔들을 예약하다가 러시아의 호텔을 예약하려니 손이 떨려서 포기했다.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4000루블(8만원) 이내에서 해결했는데, 블라디보스톡의 마지막 2일은 6,500루블(13만원)에 침실 두 개인 아파트를 예약했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 다 둘러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것이다.


2월 한 달은 러시아어 공부를 했다. 키릴문자는 그리스어 공부를 하면서 한 번 홍역을 치른지라 이번에는 쉽게 공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완전히 다른 단어와 문장들이다. 모든 단어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격변화들은 하나하나가 전부 외워야 하는 것이다.


모례(море)는 바다(sea)고, 바다(вода)는 물(water), 뮬(мюль)은 노새(mule)다. 숫자도 어렵고 인사말도 어렵다. 한 달을 공부하고 일단 접었다. 꼭 필요한 단어들을 외울 수 있도록 해 보고, 구글 번역기를 돌려 보았더니 영어와 러시아어는 제법 잘 되는 모양이다. 구글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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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린다. 미지의 땅 러시아, 마피아 푸틴이 통치하는(그의 지지율이 50%가 넘는다는) 자본주의 국가 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