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잘 쉬고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새끼치기 거름을 주기 위해서다. 우렁이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바람에 모를 빨리 키워서 풀을 이기게 하고 싶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화학비료를 잘못 살포하면 모가 웃자라서 뿌리가 약해져 바람에 쉽게 쓰러진다. 모가 자라는 속도를 쉽게 따라잡는 것이 풀들의 자라는 속도다. 워낙 많은 종류의 풀들이 동시에 들고 일어나니 비료를 준 것 보다도 경쟁이 심해서 빨리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님과 함께 셋이서 뿌리니 다섯 포대의 비료가 금방 뿌려진다. 비료를 뿌리면서 보니 빨리 손을 봐 줘야 할 곳들이 몇 군데 있다. 일단 논의 중앙에 있는 급한 지역들부터 풀뽑기를 했다. 어제 하루 쉬었더니 허리와 손가락이 정상 작동한다. 큰 풀이 있는 곳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거나 너무 많은 풀이 자라고 있는 곳을 손으로 일일이 긁어대며 다니거나 했다. 나름 재미있는 놀이인데, 너무 양이 많아서 노동이 된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만 이렇게 놀면 참 좋은데 말이다. 하늘도 보고, 새 소리도 듣고, 풀꽃도 보고, 일도 하고.
메벼논에서 발견한 물구멍도 하나 막고, 찰벼논으로 갔다. 물이 차지 않은 것을 보면 메벼논 쪽으로 구멍이 난 것이 틀림없는데 풀이 논둑을 덮고 있어서 상태를 알 수가 없다. 어쩌랴 다시 펌프를 돌려서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행이 배수로 쪽으로 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급한 곳 몇 군데를 처리하고 났더니 어느 덧 12시 반이 넘었다. 샤워하고 점심을 먹으며 반주를 한 잔 했더니 졸린다. 잠깐 자고 일어나서 다시 시도레시 연습. 아직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력이 늘고 있는지 어떤지를 알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green sleeves도 연습을 해야 하는데, 봄 가뭄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날이 뜨거워지면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논바닥에 제법 많은 풀들이 자라고 있다. 모들도 쑥쑥 커 갈테니 한 달만 애쓰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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