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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쥐똥나무에는 벌이 싯누렇게 붙다_170531

어제(5월 30일)는 오후에 세 시간을 메벼논 논둑 터진 것을 보수하였다. 그제는 목포와 광주에 들러서 어른들 병문안을 했다. 어제 저녁에는 향악당에서 풍물을 쳤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에 몸이 신호를 보낸다. 공교롭게 일들이 겹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우렁이를 넣은 논에 풀이 골고루 가득해서 비상이 걸렸다. 5월 12일에 써레질을 하고, 16일에 모를 심고, 18일에 우렁이를 넣었으니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일을 했는데도 풀이 성하다. 대소의 우렁이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본인도 알 수 없단다. 일단 오늘 오후에 15kg의 우렁이를 더 넣어서 총 50kg의 우렁이에게 다시 맡겨 보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낫과 호미를 챙겨들고 다시 논으로 갔다. 밭에는 이미 마늘이 말라 붙어 버렸다고 하는데, 가뭄이 극심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침 저녁으로 물을 조치할 수 있었는데도 노느라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결국 해를 넘겨 키운 마늘농사를 망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밭에 물통을 설치하고 물을 받아서 가뭄에 대비할 준비를 해 두어야겠다. 500평 정도의 밭은 아무리 극심한 가뭄에도 충분히 물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으른 것도 문제지만 부천과 농장을 왔다갔다 하다 보면 꼭 해야 할 일을 놓치게 된다. 아쉬운 점이다. 도시와 농촌에 두 개의 거처를 갖고 일과 휴식과 놀이를 병행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인데,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우렁이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주가 지났다. 다행이도 모는 잘 자리를 잡았다. 쑥쑥 클 준비를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써레질을 두 번이나 했으니 수평도 잘 맞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로터리 치는 시간을 좀 더 늘리지 못한 점이다. 수평이 잘 맞기에 얼른 트랙터를 뺐는데, 좀 더 돌아다녀야 했던 모양이다. 무거운 트랙터가 논에 부담을 줄 것으로 생각해서 얼른 작업을 마쳤더니 풀이 더 많이 난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더 넣은 우렁이가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낫으로 논둑 아래를 베면서 논둑이 터진 곳을 발견하면 삽으로 막는 작업을 했다. 찰벼논에 두 개의 커다란 구멍이 있었는데, 메벼논으로 난 구멍은 물의 손실이 없어서 다행인데, 배수로로 난 구멍은 손실이 컸다. 다시 호스를 대고 물을 받기 시작하는데 과연 가득 채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제발.

자라고 있는 모옆에서 밤사이 예쁜 나방이 자리를 잡았다.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농원을 둘러싼 쥐똥나무에 벌들이 싯누렇게 붙었다. 2mm도 안되는 작은 쥐똥나무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부지런히 모으고 있다. 작은 성과에도 좌절하지 않는 일벌들의 놀라운 의지.
자연은 무한한 성실함으로 산업혁명이나 정보통신기술이 없이도 지구를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