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버스 타고 서울로 친구분들을 만나러 가시고 우리는 들판에 남아 감자 이랑을 한 줄, 완두콩 이랑을 한 줄 만든다. 그 정도만 심어도 여기저기 나누어 줄 양이 충분하다. 어제 두 시간이 걸려서 만든 관리기는 그냥 놔두고 호미와 괭이로 20미터 남짓 되는 이랑 두 개를 만든다. 팔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지만 쉬엄쉬엄 몸의 박자에 맞춰서 일한다. 아예 비닐까지 씌워 버렸다. 점심에 막걸리도 한 잔 마시고, 리코더도 불다가 퇴비 20포대도 날라다가 밭의 여기저기에 던져 놓았다. 경운기를 타고 가면서 슬슬 뿌려야 하는데, 마음이에 실어와서 밭둑에서부터 날라다 놓았다. 워낙 잘 먹어서 그런지 뱃심은 든든하고, 뱃살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밭에서 거두어 두었던 비닐들도 모두 실어다가 정농을 모셔다 드리면서 집하장에 가져다 놓았다. 그런데도 아직 밭은 지저분하다. 사방에 흩어진 풀줄기들, 마늘밭을 덮었던 볏짚, 왕겨, 하수관용 파이프 등등으로 어지럽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데, 게으른 몸은 집으로 들어가서 쉬자고 한다. 그래, 어차피 작물이 가꿔지지 않는 한 정리정돈은 힘들도, 자연이 살아있는 한 풀로 덮인 밭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들어가 쉬자. 오늘도 4시간 반 정도 딱 적당하게 노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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