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밭으로 나갔다. 50포에 달하는 축분 퇴비 중에서 30포는 뒷밭에 뿌리고, 20포는 가을에 마늘 심을 것을 대비하여 보관해 두기로 했다. 퇴비를 배달해 주는 사람들이 밭 앞에까지 배달해 주면 좋으련만 내가 없는 동안에 와서는 집 입구까지만 가져다 놓아서 일일이 마음이에 옮겨 심어 날라야 한다. 운동한다 생각하고 먼저 30포를 트럭에 옮겨 싣고 뒷밭으로 갔다.
한 줄도 안되는 글로 30포를 옮겼는데, 그렇지 않다. 첫 10포를 싣고 쉬고, 다섯 포를 싣고 쉬다가 다시 다섯 포, 또 다섯포를 실은 뒤에 차를 반대로 돌려대어서 다시 30포를 윗 줄과 같은 방법으로 싣는다. 숨이 차고 팔이 아프다.
일을 하는 원칙은 맛있는 것을 먹는 원칙과 같다. 먼저 제일 맛있는 것을 먹고 나서, 남은 것 중에서 제일 맛있는 것을 먹는다. 남은 것들을 이런 차례로 먹어 가면 언제나 제일 맛있는 것을 먹게 된다. 일도 제일 쉬운 일을 먼저 한다. 마음이의 짐칸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밭에 한 포를 짊어지고 가서 내려 놓는다. 마음 같아서는 두 포씩 나르고 싶지만 무리하면 다친다. 그리고 한 포를 나를 때마다 3%씩 일의 진척도를 계산한다. 30포를 다 나를 경우 90%가 되고 나머지 10%는 뒷정리와 휴식 등등을 위해 비워두는 비율이다. 이런 식으로 단순 노동을 하게 되면 힘이 덜 들고, 운동 효과도 좋으며, 성과가 쑥쑥 나는 것 같아서 기분도 좋아진다.
나머지 20포는 거의 바닥에 깔아져 있어서 마음이에 실어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정농께서 함께 하시기 위해 오셨다. 둘이 힘을 합쳐 실으니 간단하다. 밭둑 가장자리에 목재 빠렛트를 깔고 보관용 퇴비를 내린다. 마찬가지로 쉬운 일부터 5%씩 계산하면서 일을 진척시킨다. 둘이서 하게 되니 세 배의 효율로 일이 끝난다. 비닐과 낡은 천막으로 비가 새지 않도록 잘 덮어 주었다. 그래야 마늘 심을 때까지 보존되어 있을 것이다. 보존용 퇴비가 터진 것이 3포가 있어서 밭에 가져다 두었던 3포와 교체해서 보관했다.
16포의 고토비료와 규산질 비료도 밭의 여기저기에 뿌려 놓았고, 밭둑에 거둬 두었던 부직포도 비료 쌓아놓은 곳 옆에다 옮겨서 쌓아 놓았다. 월요일 아침에 와서 퇴비를 뿌리고 화요일 오후부터 수요일까지 트랙터를 빌려 와 로터리를 치고 이랑을 만들면 된다. 이랑 만들기 작업을 많이 해 보면 쉽게 기술이 느는데, 아직까지도 경험이 적어서 자신이 서지 않는다. 기대와 흥분. 다치지 않게 천천히 침착하고 느긋하게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 뒷밭 500평과 산소밭 300평 총 800평이다. 익숙한 농부는 반나절이면 될 일을 2.5배나 더 걸려야 끝낼 것으로 보인다. 품질도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느긋하게 하자. 세월이 기술을 만들어 줄 것이다.
마음이 세차까지 작업시간 2시간 30분.
Years of discipline and efforts are required to gain technology and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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