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정원만들기의 꿈_아로니아를 심으셨다_170321 C 66

잔뜩 심은 게 아니라 뒷밭 아래에 12주, 마당에 3주 총 15주를 심으셨다. 이 중 절반만 살아 남아도 우리 식구들 모두 먹고도 남을 양이 생산될 것이다.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복숭아, 포도, 블루베리, 아로니아등등으로 유행 작물이 바뀌고 있는데, 초기에 투자한 분들은 기술 습득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목돈을 만질 수 있었다 한다. 그러나 5년 내외로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겨우 인건비나 건지는 농사가 되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주말에 주문한 아로니아 1년생 묘목이 도착해서 심어 놓으셨는데, 과연 저것들이 잘 자라줄까 걱정이 된다. 두 그루 심었던 블루베리도 지금 한 그루만 남아서 간당간당한다. 매실 나무는 현재 3그루가 살아 있는데, 가지치기를 잘못해서인지 마구 자라고 있다. 자연스럽다. 올해는 10kg이라도 수확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과는 여전히 단 한 개의 수확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목련은 위태위태하게 세 번의 겨울과 두 번의 봄 우박을 견뎌내고 잘 살아 있다. 진달래 두 그루와 3년생 주목도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 개살구도 꽃사과도 장미도 꽃을 피우고 있고 조팝과 개나리, 쥐똥나무가 봄맞이를 멋지게 해 준다. 작은 배롱나무도 2년 만에 자리를 잡은 듯한데, 예초기의 칼날을 올해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쭈욱 써 놓고 나면 뭔가 대단한 정원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는데, 우리 정원은 황량하거나 잡풀로 뒤덮여 있다. 대단히 넓은 듯 좁은 정원은 정원사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나 정원은 작년까지 뒷전에 밀려 있었다. 정말 많은 손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밭 주변을 포장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비포장 도로의 진흙밭을 걷다가 이제 포장된 길로 논밭을 거닐게 된다. 아주 좋은 일이다.


트랙터를 빌리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어떻게 할까 하다가 관리기에 부착된 비닐 멀칭용 기계를 떼어내고 로터리 겸 이랑 만드는 기계를 부착하기로 했다. 관리기는 소규모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위해서 개발한 것이라고 하는데, 용도를 변경할 때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지만 변신이 가능하다. 엄청난 단점이다. 5시부터 시작해서 아버님과 비닐 멀칭기를 떼어내고 로터리를 부착했다. 두 시간이 걸려서 일은 끝냈으나 시운전도 해 보지 못했다. 교체하는 방법도 정확하게 모르지만 알더라도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음. 매년 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제는 잘 할 수 있겠지' 기대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 번 기계를 변경하고 나면 다시는 변경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기계를 변경하다 아예 망가뜨리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배토기라는 이랑 만드는 기계는 아직 부착도 못했다. 정말로 기계 한 대를 더 사야하는 것일까. 


누구한테 물어봐야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다른 집은 아예 관리기를 두 대로 운용한다. 하나는 비닐 멀칭용으로 또 한 대는 로터리를 치고 이랑을 만드는 것으로. 200만원 정도 더 써야 할까. 그러느니 아예 중고 트랙터라도 한 대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답이 없다. 농사를 지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두 시간 동안 작업은 했으나 흔쾌하지는 않다. 어머니는 호미로 이랑 만들기를 시작하셨다. 이틀이면 다 만드니 기계 변경하느라 애쓰지 말라 하신다. 맞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