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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숨을 내쉬며 삽질하기_170309

햇살이 따스할 때, 어제 화분에서 옮겨 심어 놓은 남천에 물을 한 주전자 주고 발로 꼭 밟아 주었다. 헐렁 거리는 느낌이 화분흙과 땅흙이 꽉 붙지 않은 느낌이다. 그 사이로 공기가 많이 차게 되면 뿌리가 얼면서 고사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오늘까지 벌써 사흘째 바람은 무척 거세고 차다.


장구를 치고 가볍게 몸을 푼 다음 작업복을 입고 도로로 나갔다. 지난 여름 장마 때 흘러내린 모래흙이 도로 위에 가득하다. 지나는 차량에 짓눌려서 마치 포장되지 않은 도로처럼 보인다. 삽으로 퍼 올려서 외발 수레에 싣고 벌통옆 밭으로 옮겨 놓는다. 수천께서 이곳에다 땅콩 농사를 지으시겠다고 하신다. 흠, 벌들이 날아다니는데 괜찮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콩농사 짓는다고 두 해를 애써 보았지만 약을 치지 않으면 제대로 수확을 거둘 수가 없으니 그나마 농사 잘 되는 땅콩 농사를 지으시겠다는 뜻이다. 좋다.


어제 첫 농사일을 하면서 7시간 동안 무리를 했더니 몸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게 좋으니까 오늘도 두 시간 정도 일할 계획으로 나섰다. 일 중에 최고로 힘든 일은 삽질이다. 두 시간 동안 일한 양이 포크레인 한 포켓도 안되는 양이다. 굴삭기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다. 한 대 장만하고 싶은 데 써 먹을 곳이 없다. 취미로 농기계를 살 수는 없다.


첫 수레는 그런데로 무난하게 작업을 했는데, 두 번째 수레부터 숨이 턱턱 막혀서 연속해서 세 번 이상 삽질을 할 수가 없다. 두 수레 정도를 더 하고 나니 온 몸에 기운이 쫘악 빠진다. 안되겠다. 그래 벤치 프레스 할 때처럼 호흡을 다시 정리하자. 삽에 힘을 주고 밀때 숨을 내 뱉으면서 작업을 했다. 숨을 들이마시며 힘을 쓸 때보다 한결 낫다. 왼손 오른손 바꿔가며 삽질을 했다. 역시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열 수레 정도를 더 하고 났더니 더 이상 기운이 나지 않는다. 그만하자. 멀리 쌓아놓은 축분 퇴비를 보니, 맨 위 껍데기가 휘날려 보기에도 좋지 않고, 비가 내리면 빗물이 들어가서 퇴비를 망칠 것 같았다. 슬슬 걸어가서 제대로 정리를 해 놓고 수천께서 일하시는 밭으로 가서 부직포 한 장을 걷어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점심을 먹으며 막걸리 한 잔을 나눴다. 


어제 반장님이 밀어서 합쳐놓은 밭이 매우 시원하게 보인다고 정농께서 좋아하셨다. 흙을 300만원 정도 들여 사서 반반하게 만들려고 하셨는데, 10만원에 80% 만족스럽게 작업된 것을 보시니 매우 좋다고 하신다. 술이 술술 잘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