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남천이 씩씩하게 잘 살아주기를_170308

2016년 11월 22일 이래로 농사이야기를 쓰지 않았으니 정말 긴 시간의 휴가였다. 12월 초까지는 무슨 일이든 했었으니 약 두 달 동안 거의 일이 없었다. 2월까지 직불금 수령, 우렁이 신청, 농업경영체 등록 등 간단한 서류 작업을 하는 것으로 농부의 지위를 유지했다. 때마침 농협에서 농기계 무상 수리를 한다고 하기에 예초기 두 대를 싣고 갔더니 마을회관 앞에는 부지런한 선배 농부님들이 경운기와 트랙터를 끌고 와서 열심히 수리를 하고 계신다. 줄 맨 뒤에 예초기 두 대를 내려놓고 규산질 비료가 쌓여있는 곳으로 갔다.


15일 전 쯤에 도착한 올해 퇴비들을 오늘에야 비로소 논밭으로 이동하는 작업을 했다. 날이 추워서 일하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바람은 장난이 아니다. 작년 초엔가 100포를 신청했는데 80포가 배당되었다고 한다. 화학퇴비로 산성화된 토양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알칼리성 물질과 고토, 미량 요소들이 섞어 만든 규산질 비료다. 마음이가 1톤 트럭인데도 20kg 50포를 실었더니 휘청거린다. 먼저 흑미논에 8포, 메벼논에 42포를 내렸다. 20kg 하는 비료 포대를 손으로 들어 내렸다 올렸다 하려니 온몸의 근육이 휘청거린다. 지난 겨울동안 악기와 책만 주물럭거리던 손과 허리에 비상이 걸렸다. 다리는 자전거도 타고 여행을 다니느라 걷기 운동을 많이 해서 괜찮은 듯 했는데, 포대 하나를 들고 다리 힘으로 일어서기를 몇 번 반복했더니 금방 후들거린다. 하중이 달라지니 다리 근육에도 무리가 가는 모양이다. 두 번에 걸쳐서 80포대의 규산질 비료와 10포대 총 1.6톤의 고토 비료를 논과 밭에 배분했다. 이런 토양 개선 비료가 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쉬지 않고 농사를 짓는 우리나라 땅들이 견뎌낼 수 있다.


반장님께 밭의 경계 부분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비닐을 정리해 두면 해 주시겠단다. 부모님까지 모시고 나와서 정신 없이 비닐 걷고, 부직포 걷고, 지주목까지 전부 걷어냈다. 작년 가을에 다 해 두었으면 좋았을 일인데, 11월 말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려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었다. 점심을 떡국으로 후다닥 먹고 포크레인으로 두 개의 밭이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길 가의 흙을 밭으로 밀어넣는 작업을 했다. 쉬엄쉬엄. 


부천에서 가져 온 남천도 마당에다 옮겨 심었다. 벌써 몇 년 째 화분에서 자랐더니 제법 키도 크고 뿌리도 많이 자랐는지 화분에서 빠지지를 않는다. 수천께서 물을 흠뻑 주어 놓으신 것을 자빠뜨려서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간신히 뽑아낼 수 있었다. 찬 겨울에도 잘 산다고 해서 옮겨 심기는 했는데, 너무 이른 시기에 옮겨 심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된다. 그 걱정에 힘을 실어 주려는지 잠깐 함박눈이 확 내린다. 비록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이지만 씩씩하게 잘 살아 주기를 바란다. 정농께서는 찬바람 쐬셨다고 몸이 안좋다 하시면서 감기약 먹고 누우신다.


마을회관으로 달려가서 수리된 예초기 두 개도 받고, 밭에서 거두 비닐도 수집장소에 버렸다. 정신없이 일을 하고 났더니 4시 반이다. 무려 7시간을 일했다. 첫 일치고는 너무 많이 했다.


어제는 음성까지 헤르메스를 타고 다녀왔다. 왕복 2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무려 두 달 만에 자전거 안장에 앉았더니 다른 곳은 괜찮은데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고생을 해야 근육이 만들어져서 편안하게 탈 수 있을 것이다. 전기자전거가 아니었다면 엄청나게 불어오는 바람과 통증 때문에 도저히 달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헤르메스를 얻기를 정말 잘했다.


헌재에서는 긴 논의 끝에 5시 반이 되어서야 10일 금요일 11시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고 공식 통보했다. 돌아가는 분위기는 거의 만장일치의 탄핵 인용일 것이라 하는데, 여전히 5:3의 기각 결정에 대한 걱정은 남아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사드에 대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사드가 배치됨으로써 안보 문제는 더 강화되겠지만 동북아의 긴장과 중국 시장이라는 커다란 밥그릇을 잃게 생겼으니 말이다. 일본과 대만, 그리고 미국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게 될 이번 결정에 대해 한민구 국방장관과 황교안 총리는 어떻게 책임을 지려는 것일까. 그들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나라이니 좀 더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국회의 과반수 동의도 얻어서 시행했어야 옳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중국과 되든 안되든 설득과 타협을 위해 시도해야 했었다. 이렇게 막 나가는 외교는 북한이나 하는 짓 아닌가. 남북한이 똑같이 막나가자고 하면 한반도에 평화는 언제 오고, 통일은 언제 이루어질까. 죽기 전에 자전거로 통일된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 불가능하리라.